요즘은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여성이 드물다. 섭식장애를 지닌 환자들은 더더욱 다이어트에 열중한다. 이들은 각종 다이어트 방법을 꿰뚫고 있으며, 그중 몇가지는 이미 시도해 보았다. 각종 여성지나 패션잡지들은 다달이 새로운 다이어트 비법, 먹으면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방법, 굶지 않고 살빼는 방법, 더 아름다운 몸매로 가꾸기 위한 스트레칭 등을 소개한다. 잡지에 나오는 모델들은 거식증 환자로 보일 정도로 가냘프다. '뼈와 가죽만 남은 앙상한' 모델들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먼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자신들이 비쩍 말랐기 때문에 모델로 채택되었다는 인상을 독자들에게 심어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야할 일은 잡지에 소개된 코디 방법과 다이어트 비법을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독자들도 자기처럼 날씬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사실. 잡지에 나오는 모델들만큼의 미모와 몸매(대개 비쩍 마른 몸매)를 따라잡을 수 있는 여성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여성들이 그 모델처럼 보이고 싶어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가슴이 좀 큰 것은 그나마 용서되지만, 튀어나온 배나 엉덩이의 살집은 어떻게든 없애려고 애를 쓴다. 모델같은 몸매를 얻을 수만 있따면 극심한 다이어트나 지나친 운동 구토나 단식도 불사한다. 정상적인 식사를 하면 요주의 부위에 금세 군살이 붙으니 극도로 조심한다.
그간 수많은 의사들과 심리학자들이 다이어트의 폐해를 지적해 왔고, 여성지들도 섭식장애의 심각성에 대해 다루어왔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다이어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대두되었다. 그러나 한꺼풀만 더 들어가보면 몸매를 담보로 한 사업이 여전히 번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잡지에서 '다이어트의 위험성' 에 관한 기사가 네 달 동안 연달아 실렸다 하더라도, 그 다음 호에는 어김없이 날씬한 몸매를 얻을 수 있는 최신 비법들이 소개되는 식이다.
TV광고도 다이어트를 체계적으로 조장한다. '갈증으로 인해 뚱뚱해지고 싶지 않다면'이라는 문구로 저칼로리 음료를 홍보하는 광고도 있다. 광고는 갈증과 비만이 직접적으로 연계된다는 인상을 전달한다. 하지만 갈증과 같은 신체적 욕구만으로 뚱뚱해질 리는 없다. 음료가 비만을 조장할 수는 있어도, 갈증이 비만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섭식장애를 앓는 이들의 전형적인 사고방식이 이 광고에 그대로 반영된다. 즉, 살찌는 것과 전혀 관계없는 신체적 증상이나 욕구를 비만과 연계시키는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배불리 먹으면 살이 찌고 배가 고파야 날씬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복감이나 포만감은 생물학적 신호로서 결핍상태나 만족생태를 표시하는 도구일 뿐, 섭취한 양분의 소비과정과는 전혀 상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는 이런 식의 덫을 놓으며 섭식장애를 유발하는 사고방식을 조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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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장발달에 관한 연구자료들을 보면, 타인의 인정 등 외부적 자극을 통해 자존감을 획득하려는 경향이 남자보다는 여자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남들의 시각이 자기평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남의 말에 더 쉽게 좌우되고, 외부적 자극을 자기평가의 기준으로 삼으며, 중심이 자기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로렌스는 여성을 '응시되는 성' 이라고 정의했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노출되는 입장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어딜 가든 여자는 늘 응시의 대상이다. 남자들만 여자를 외모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같은 여자들도 외모를 보고 다른 여자를 판단한다. 따라서 여자들은 해당 사회가 요구하는 미적 기준과 매력 포인트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남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소외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르벨 바르데츠키, 여자의 심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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