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이 3황자 서재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재잘대다가 꽃병을 깨트린다.
그걸보고 순간 표정이 굳는 요. " 밖에 누구 없느냐."하고 신하들을 불러 꽃병을 정리시킨다.
계속 굳어있는 요의 눈치를 살피며 " 죄송합니다. 황자께서 그리 아끼시던 병인데... 그만 물러가보겠습니다." 하고 서재를 나서는데,
" 네가 깨트린 병에 화가난 것이 아니라 순간 네가 다쳤을까 놀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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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를 곁에 두고 말실수를 한 부인.
요,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 아랫것들 앞에선 모든 언행을 조심히 하라하지않았느냐."
잠시후 둘이서 연못가를 거닐다 아까 부인의 말실수가 문득 생각난 요.
피식 웃으며 부인 앞에 멈춰선다. " 그런데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워 온 것이냐."
다시 앞으로 걸어가며 부인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고
" 아니 어디 걱정되어 혼자 둘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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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 덕에 부인에게 있었던 안좋은 소문을 해명할 수 있게 되었다.
" 가지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그 무엇이든 얘기해 보아라. 부인께서 네게 꼭 보답하고 싶다하셨다."
망설임없이 크게 외치는 해수 " 치킨이요!치...! 아...아니...어..." 자신도 모르게 뱉어버린 말에
당황한나머지 눈을 바닥에서 떼지 못하고 뭐라고 둘러대야하나 머리가 바쁘다.
한쪽 눈을 반쯤 찡그린 채 고개를 비스듬히 돌리고 해수를 바라보는 요
" 치... 그게 무...무엇이냐. 날 놀리는 것이냐. " 살짝 짜증난듯 요의 말끝이 날카롭다.
" 아..! 아닙니다! 제가 가암히~ 황자님께 그런 장난을 하겠습니까!! 그 뭐냐... 아 그 치킨이란 것이... 아!! 그 제 고향에서 저희 어머님이 자주 해주시던 음식입니다. 닭을 요리한 것인데 아주 맛이 기가 막혀!요..." 목소리가 높아지다 요의 눈치를 보고 작은 목소리로 말을 마무리하는 해수
해수의 말을 들은 부인, 환하게 웃으며 " 굉장히 맛있는 음식인가보구나, 수 네가 그리 신이 난걸 보니. "
" 그럼요!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만큼! 엄~청 맛있습니다!"
" 수가 저리 말하니 저도 한 번 맛보고 싶네요." 부인은 이말과 함께 요를 바라보며 생긋 웃는다.
3황자는 못본척 고개를 돌리지만 이미 입가엔 미소가 묻어있다.
다음날 수를 따로 부른 3황자.
" 네가 어제 말했던 그... 치...아니 그 음식은 네 고향에 가면 구할 수 있는 것이냐?"
해수 당황하며 " 아니...그..게! 저희 어머님이 특!별히 만든 요리라... 아~무도 모릅니다! 그 음식을! " 간신히 둘러대고 작은 한숨을 폭 내쉰다.
" 그럼 그 음식을 구할 방법은 없는게냐?"
해수 두 손을 내저으며 " 아니! 저는 괜찮습니다! 부인께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걸요. 그런 음식 저는 정!말! 필요없습니다."
3황자 어이없다는 듯 해수를 바라보다 걱정가득한 표정으로 바뀌며
" 너에게 줄 것이 아니라 부인께서 어제 그 음식을 찾지 않으시더냐. 요새 통 입맛이 없다하였는데 그 음식을 맛보고 싶다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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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차가워진 밤공기가 온 궁에 가득하다.
하루 종일 수와 시간을 보내고
뒤늦게 3황자의 서재에 찾아온 부인
요는 들어오는 부인을 보고도 못 본 척 다시 서책으로 눈길을 돌린다.
“ 무엇이길래 그리 푹 빠지셨습니까. 제가 들어오는지도 모르신건 아니겠지요? ”
“ 지몽이 권해준 책이다.”
3황자의 말투가 평소와 조금 다르다.
부인은 3황자의 얼굴을 살짝 살피다 궁녀에게 술상을 내오라 이른다.
궁녀가 술상을 내려놓고 나가자
부인은 3황자 앞에 잔을 놓아 준다.
“ 지몽의 책도 좋지만 오늘 하루 제가 수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지도 않으십니까”
“ 궁금하지않다.”
술 잔에 손을 가져가면서도 부인 쪽은 바라보지도 않는 요
부인은 그런 요는 아랑곳하지않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 수와 함께 있으면 이 궁에서 얻은 걱정거리가 모두 사라집니다.
그 아이와 눈을 마주하고 있다 보면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져요.
황자님의 부인으로 들어온 뒤 이 궁의 모든 사람들이 저와 마주치기만 하면
고개를 숙이고 눈을 피합니다. 유일하게 말동무가 되어주었던 해씨부인께서도 병이 더 악화되어 한동안 이야기를 나눌 이가 없었는데, 해수가 제게 찾아온 것입니다.
말솜씨 뿐 아니라 비누..아니 세욕제를 만드는 솜씨도 어찌 그리 뛰어난지.
제게 시간을 내어 함께 만들어 보자고도 하더군요, ”
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거푸 술잔을 기울인 요.
결국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황자님 이제 그만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이 취하셨어요. ”
살짝 풀린 눈으로 이제야 부인을 바라보는 3황자.
취한 탓에 목소리가 조금 높다.
“ 미소가 지어진다...
그 아이가 네게 좋은 말동무가 되어준다니 그것은 정말로 기쁘구나.
허나, 아무리 그 아이의 이야기가 재미있다하여도!
내게 얼굴 한번을 비추지 않을 수가 있느냐.
그 아이와 말동무가 되기 전까진 하루에도 몇 번을 내게 찾아와
황궁 구경을 가고 싶다며 내 책을 덮게 하고
대웅전 앞 나무에 눈꽃이 피었다며 내 손을 잡고 재촉하던 너였다.
워낙 이것저것 호기심 많은 부인이 혹 황궁의 무거움에 지칠까
누구보다 부인 곁을 지키려했건만...
그 아이는 내가 이길 수 없나 봅니다...”
그제야 황자의 굳어있던 얼굴의 의미를 알아챈 부인,
삐져나오는 웃음을 꾹 누르며 눈을 마주친다.
“제게 그리 서운하셨습니까. ”
“그래”
요는 뾰로통한 얼굴로 한 마디를 마치곤 비틀대며 침소로 향한다.
다음날, 밤새 내린 눈 덕에 온통 하얀 눈 밭이다,
아직 아무도 지나지 않은 눈 위를 걸으며 요에게로 향하는 부인의 얼굴이
유난히 밝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황자의 얼굴을 보자 웃음이 자꾸 나지만 꾹 참으며 아침 인사를 건넨다.
“ 그래. 뭐... 오늘 어쩐 일로 이리 일찍 찾아온 것이냐.
어머님께는 저녁 늦게 인사드리러 갈 것인데.
아직 시간이 많다. 이리 일찍 가지 않아도 돼. ”
여전히 부인을 바라보지 못하는 요 이지만
그 이유가 어제와는 다른 것은 분명해보인다.
“ 어머님을 뵈러가기위해 이리 일찍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설마 어제 일이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부인의 말투에 장난끼가 가득하다.
요 당황하며
“어..어제 일 무슨...! 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통 모르겠구나...!”
부인은 처음보는 황자의 모습에 작게 소리내어 웃곤 곁에 가까이 선다.
“ 뭐 그러실 수도 있지요. 워낙 취하셨으니.
제가 오늘 일찍이 찾아온 건 밤새 눈이 내려
대웅전 앞 나무에 눈꽃이 그리 예쁘게 피었답니다.
언제나 눈이 내린 다음날엔 제가 황자님 손을 잡고 재촉하지 않았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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