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을 그리실 생각이십니까? "
" 글쎄, 너는 특별히 생각해놓은 것이 있느냐 "
" 저도 잘…. "
" 아! "
" 네? "
" 좋은 생각이 났다. "
욱은 방 한 켠에서 화선지 두 장을 꺼내어 제 앞에 가지런히 둔 뒤 화선지의 양 끝에 문진(文鎭)을 두고 붓을 꺼내들자 해수가 의아한 눈으로 욱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가 씩 웃어보이며 입을 뗐다.
" 정인이란 주제로 화사를 그려볼까.
그럼 하루종일 서로의 얼굴만 보고 있어야 할 게 아니냐. "
" 예?! "
해수가 화들짝 놀라 상체를 한껏 뒤로 빼며 벽에 등을 붙였지만 오히려 욱은 뭘 그리 놀라냐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 지금 저를 놀리시는 것이지요? "
" 자! 무얼 하고 있어, 어서 그리질 않고. 내 맞은 편으로 와 이리 앉거라 "
아무 말도 한 적 없는 것처럼 구는 욱 때문에 결국 해수는 마주 보는 곳에 자리를 잡은 후 화폭 속에 서로의 얼굴을 담기 시작했다.
" 아씨.. 그림 못 그리는데 "
" 날 불렀느냐? "
" 아.. 아닙니다!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하하…. "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지금 욱의 옆에는 제 것은 내팽겨둔 채 입을 헤, 벌리고는 대놓고 화사를 구경하고 있는 해수가 있다. 애써 모른 체 하고 있던 욱도 결국 입을 떼고 만다.
" 수야, 네 그림에 집중하지 않고 자꾸만 뭘 그리 훔쳐 보는 것이냐 "
" 참고만 하는거에요. 참고. "
" 그럼 어디 한 번 나도 참고해보자 "
" 아무리 황자님이라도 이러시는 게 어딨습니까? 절대 안 됩니다! "
놀란 토끼 마냥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품 안에 그림을 안는 모습에 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욱의 눈치를 보며 슬금 슬금 그림을 내려놓던 해수는 볼에 먹까지 묻히고는 얼굴로 그림을 그리는 것 마냥 눈썹까지 꿈틀거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건지, 잘 풀리지 않는 건지 종종 한숨을 쉬어가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에 남몰래 웃음짓던 욱은 방금 전 해수가 그랬던 것처럼 화사로 시선을 옮겼다.
그와 동시에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어린 아이와 다름 없는 해수의 실력에 욱은 억지로 입을 꾹 다 물기도 하고 눈썹을 찡그려도 보았지만 아무래도 참기 힘든 모양이었다.
" 어라, 혹시... "
반면, 영문을 모르는 해수는 기침소리로 들었는지 고뿔이 드셨냐는 둥 엉뚱한 말만 해대는 바람에 더욱 난감해진 욱은 화사를 그리는 내내 얼굴을 푹 숙인 채로 있는 수 밖에 없었다. 웃음을 참느라 점점 붉어지는 욱의 얼굴에 눈치 없는 해수는 새처럼 짹짹이며 욱에게 말을 걸었다.
" 아니, 황자님! 열이 나시는 거 같습니다!! "
" 수야, 나는 괜찮으니 그만 묻고 어서 계속 그리거라 "
" 목소리도 이상하신 거 같은데요?! "
" 아무 것도 아니다. 아니니까. 푸흐…. "
" 네? "
" 내 걱정을 하다 네가 그리 꼭꼭 숨긴 화사가 다 보이겠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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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찌통 욱해로 올렸는데
이번엔 그냥 알콩달콩한 욱해~
(맨 위에 대사는 드라마 바람의화원의 한장면 참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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