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그 손을 치우는 게 어떤가 싶다"
"그거야말로 내가 할 말 같은데"
양쪽 손목 모두 두 남자에게 잡힌 채 오도 가도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해수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황궁 안을 거닐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한적한 황궁 안의 모습에 괜스레 발걸음이 가벼워지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걷고 있을 때였다.
"황궁이 참 즐거운가 보다?"
'깜짝이야!' 분명 아무도 없는 줄만 알았던 잔디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소의 모습에 해수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으며 소리쳤다. 그러자 소는 그런 해수의 모습에 옅게 얼굴을 찡그리며 해수와 가까운 쪽에 있는 자신의 귀 한쪽을 한 손으로 붙잡았다.
"계집애가, 목청만 커가지고는"
"아니, 그런 곳에서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오면 놀라죠, 안 그래요?"
그렇게 말하는 소의 말에 해수는 어느 정도 진정된 가슴을 놓고는 뾰루퉁, 입술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런 해수의 투정 거림에 소가 옅게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는 때였다.
"언제부터 황궁 안에 짐승을 들일 수 있었나"
'그것도 살아있는 채로 말이지' 별안간 비웃음이 가득 담긴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근원지를 따라 고개를 돌리니 느릿하게 계단을 내려오는 3황자 요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참도 오랜만이구나 해수야"
얼굴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지만 이상하게도 날이 서 있는 요의 목소리에 해수는 그저 놀라 동그래진 눈을 굴리며 조용히 '안, 안녕하세요..' 라며 고개를 숙였고, 그런 해수의 모습에 한 발짝 앞으로 나가며 해수의 손목을 그러쥐는 소였다. 소의 뒤로 숨겨진 해수의 모습에 요는, 얼굴 만면에 띄워놓던 웃음을 언제 그랬냐는 듯 없애버리고는 날선 시선으로 소를 바라보았다.
"네 것이라 말하니, 정말 네 것이라도 된 듯하냐?"
"내 것이 아니더라도, 네놈의 것은 더더욱 아니지 않겠냐"
자신의 말에 웃음까지 머금으며 답하는 소의 모습도 아니꼽고, 소에게 잡힌 채로 소의 뒤에 숨겨진 해수의 모습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참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투성이구나. 짐승새끼는 이래서 안 되는 거지"
그리 말하며 소의 뒤에 있는 해수의 손목으로 팔을 뻗어 당기자 소 역시 힘을 주고 있던 것은 아닌지 쉽게 당겨져 오는 해수를 보며 설핏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아, 난 내 것을 누군가가 건드리는 것을 몹시 싫어해서 말이지"
'어서 그 손을 치우는 게 어떤가 싶다' 자신의 말에 보기 좋게 인상을 찡그리는 소의 모습에 옅었던 웃음이 크게 번졌다.
"도대체가.."
"수야?"
날이 가득 선 말들을 어느 정도 주고받았을 즘 갑작스레 고개를 푹, 숙이고는 중얼거리는 해수의 모습에 의아해하며 해수의 이름을 읊조리자 숙여져 있던 고개가 갑작스레 들어올려지며 해수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네 것? 내 것? 내가 물건이에요? 이렇게 손목 붙잡고 소유권 주장하게?"
"잠시만 해수야.."
"아! 다 됐어요! 두 분이서 화해해서 손잡고 내 앞에 오지 않는 이상 두 분다 일체 안 만날 거예요!"
그렇게 외치고는 뒤돌아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해수의 모습에 해수의 손목을 그러쥐었던 손을 바라보았다 소를 바라보자 소 역시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한 체 해수가 가버린 곳만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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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만남을 거부하는 해수의 모습에 두 황자님들은 사이 좋게 손을 잡고 해수의 앞으로 갔다는 이야기가..^^ (혹시 이런 식으로 짤막한 글들 글잡에 올리면 봐줄 뾰들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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