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것이 달인데, 어찌 여기까지 오자 한 것이냐?"
"별은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황자님과 편히 볼 수 있는 곳은 이곳 아니겠습니까! 궁에서는 황자님과 잠시라도 함께 있는 것이 너무 힘들다구요."
슬쩍 바라본 얼굴엔 설렘이 가득해, 소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가면으로 인해 백성들에게 험한 꼴을 당했던 그 날, 이곳 나룻배에 누워 애써 맘을 억눌렀다. 이토록 흉측한 얼굴을 한 내가, 어찌 감히 기우제를 올리겠다 욕심을 냈을까. 짐승인 내가 어찌 사람이고 싶어 했을까. 끝이 보이지 않던 소용돌이 안에서 저를 꺼낸 것은 해수였다. 저를 위로하고, 저의 상처를 보듬어준 아이. 너는 어떻게 흉측한 몰골을 한 내가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을까. 누구나 피하기 급급한 나를, 언제나 두려워하기만 하는 나를.
어둠 밖에 없던 제 삶에 갑자기 날아든 한 마리의 노란 나비. 작게 팔랑이는 것이 어느새 제 세상을 밝게 만들어 놓고 저를 바라본다.
세상 어느 누가, 나를 이렇게 보아줬던가. 세상 어느 누가, 이리 나를 빛춰 줄 수 있을까. 너 없는 그 동안, 나는 어찌 삶을 견뎌 왔을까.
보잘 것 없이 어둡기만 한 내가, 감히 너를 욕심내도 될까. 혹여 나의 욕심이 너를 해치지 않을까 걱정만 앞서는 것을 어찌하면 좋을까. 너를 다른 이에게 보내는 것이 너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너를 알아버린 내가, 마음에 품어버린 내가, 다시 너 없이 이 긴 삶을 견뎌 낼 수 있을까.
"황자님은 이제 제 것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평생 제 곁에 있으세요. 어디 가지 마시고. 이 황궁 속에서, 제가 편히 머물 수 있는 품은 오직 황자님 밖에 없습니다. 아시겠죠? 어디 도망갈 생각이나 절 보내실 생각 같은 건 하지마세요."
이런 나를 사랑한다 말해주는 너의 눈빛을 어찌 포기할 수 있을까.
해수야, 수야, 어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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