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그리 뛰어다니지 말라 이야기했거늘."
"에이, 공주님 걸음이 어찌나 빠르신지 이렇게 뛰지 않으면 보지 못할까 해서 뛰었습니다."
"변명도 어찌 그리 나날이 느는지."
"그래서 싫으십니까?"
수의 질문에 가만히 수를 바라보던 연화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지 않으냐. 들리지 않을 말을 속으로 중얼대다가 연화가 살짝 옆으로 비켜 서자 수가 냉큼 연화의 옆자리에 서 연화를 살짝 올려보며 헤헤 웃음을 지었다. "또, 그리 웃음을 헤프게 짓지 말래도." "공주님은 맨날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하는 말씀만 하십니다." 삐죽 입술을 내밀며 투덜거리는 수의 말에 연화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어 웃음을 터뜨리다 헛기침하며 시선을 돌렸다. 수는 그런 연화의 반응이 그저 기분이 좋았다. 처음 연화를 봤을 때와는 달리 연화가 많이 유해졌다고 생각했다. 연화가 걸음을 떼자 수 역시 걸음을 옮겼다.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있는 정원을 거닐며 오늘은 뭘 했고, 어떤 이야기를 들었고 하며 이야기를 꾸려 나가는 수를 보며 연화는 그저 옅은 미소만 띠우고 있었다. "보기 좋습니다, 두 분."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연화와 수가 돌아보자 은이 손을 흔들며 웃어 보였다.
"은이, 네가 여긴 왜."
"누님, 제가 못 올 데라도 왔습니까? 그냥, 방 안이 너무 답답하여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여기지 않습니까."
"아."
"그나저나, 누님 언제 수랑 이리 친해지셨습니까?"
은의 질문에 수를 내려다보던 연화가 시끄럽다. 하며 답했다. 수가 풋 웃음을 터뜨리다가 연화의 팔에 제 팔을 둘러 팔짱을 끼며 말했다. "저희 원래 친했습니다, 황자 님." 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연화가 놀란 듯이 수를 내려다보다가 그렇죠? 하면서 고개를 들어 저를 보는 수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은의 중얼거림이 허공에 퍼지다가 뒤에서 은 형님! 하는 정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아, 맞아 나 놀고 있었지. 하는 눈으로 둘을 바라보던 은이 고개를 숙이곤 급하게 사라졌다. 사라지는 은의 뒷모습을 보며 저 아이도 참. 하고 생각하던 연화가 시선을 내리다 아직까지 제 팔에 둘러져 있는 수의 팔을 바라봤다. "수야." 연화의 입에서 제 이름이 나오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연화를 올려다보던 수가 "팔..." 하고 작게 중얼거리는 연화의 말에 놀라 팔을 풀었다. "그, 그게." "괜찮으니 하던 이야기나 마저 듣고 싶구나." 연화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수가 다시 걸음을 옮기며 멈췄던 이야기를 풀었고 그런 수의 옆모습을 다시 바라보며 웃음을 띤 연화가 수의 걸음을 따라 걸음의 속도를 늦췄다.
"수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수의 모습에 머리를 빗어 내리던 연화가 시선을 돌려 수를 바라봤다. "이 늦은 시각에 어쩐 일이냐." 연화의 물음에 그저 말없이 웃어 보이던 수가 연화의 옆자리에 앉아 가만히 연화를 바라봤다. 분명 아까까지는 밝은 표정을 지었는데 그새 어두워진듯한 수의 모습에 연화의 표정이 작은 걱정으로 물들었다. 어찌하여 그런 표정을 짓느냐. 흘러나오지 못한 질문이 연화의 입안에 머물렀다.

"그게, 언니가, 보고 싶어서."
"..."
"근데 생각나는 사람이, 공주님 뿐이라서..."
"..."
"제가 공주님 시간을 방해했다면..."
"아니다, 괜찮다."
"궁녀가 되었다지만, 그래도 가끔 언니가 너무 보고 싶어서."
"..."
"그런 밤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오늘은 공주님이 황궁 안에 머무신다기에 염치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수의 모습에 몸을 수와 마주하게 돌려 앉은 연화가 가만히 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위로를 하는 방법도, 따뜻한 말을 건네는 방법도 잘 알지 못하는 연화였기에 최대한 위로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해줄 수 있는 게 이리 가만히 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수가 조심스레 연화의 손을 잡자 연화도 말없이 수의 손을 잡아주었다. "공주님은 참 따뜻한 분이십니다." 수의 말에 연화가 처음 듣는다는 표정으로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로, 따뜻하십니다. 수 역시 말을 삼키면서 한참을 서로 손을 꼭 잡은 채 마주 앉아있었다. 시간이 어렴풋 흐른 것을 느낀 수가 내렸던 시선을 올리고 연화 역시 올곧게 수를 바라보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다. "어..." 괜히 멍해진 수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짓자 연화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가 수의 입술에 머물렀다. "수야." 다시 한 번 연화의 목소리가 울렸다. "네...?" 수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창밖에 달빛이 구름에 가려져 빛을 거두었다.

이 위 짤이 마지막 장면... ㅎㅎㅎㅎㅎ 짤 보다가 생각났어. 어제 짤 준 뾰 너무 고맙구... 연화 짤 쪄준 사약뾰도 너무 고맙구... 봐줘서 고맙구... 이상해서 미않다ㅏ..
연화수는 사랑ㄴ입니다!!!!!!! 연화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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