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와 가까이 있었을 때도 잠시 멀어졌을 때도 널 본 날의 마지막은 그날의 너와 어울리는 시 한 편을 쓰며 마무리 지었다.
지금은 시를 쓰질 못하는구나. 네가 내 앞에 없으니 말이야.
수야. 마음이 쓰리다. 어찌, 어찌해야 널 잊을까. 아니 널 다시 찾을까. 어딜 가야 네가 있을까.
네가 사라진 뒤에서야 네가 내게 해준 모든 말들을 마음에 새긴다. 왜 그때 널 놓아버렸을까.
널 위해서 황위에 오르려 했다. 널 내 품에 안기 위해서였어. 하지만 모든 게 틀어졌고, 너마저도 떠나버렸다.
널 잠시라도 놓는 게 아니었는데. 오상궁이 내게 한 말이 사실이었다. 후회돼.
해수, 네가 너무나도 그리워. 너무 그리워서 숨이 막혀온다.
..널..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놓지 않을 거다. 맹세코. 반드시. "
.
.
.
아, 또 꿈이다. 고하진으로 돌아오고 계속 해수 시절의 꿈을 꾼다.
오늘은 무슨 꿈이 이렇게 가슴 시린지 일어나 보니 이불은 땀으로, 베개는 눈물로 젖어있었다.
8황자 왕욱, 해수라는 여인의 몸에 들어가 지낼 때 처음으로 마음의 문을 열어준 사람이다. 비록 끝은 좋지 않았지만.
그는 내가 애증 했던 사람이었다. 더 이상 좋아할 수도 그렇다고 미워할 수도 없는 사람.
그런 그를 생각할 때면 항상 가슴이 답답해진다.
주말에 집에 있는 것은 언제나 따분했다. 만날 사람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꽃단장을 했다.
누구 만난다는 듯이 화장을 했고, 여러 옷을 꺼내 거울 앞에 서서 몸에 대보며 무엇을 입을까 한참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팔황자님이 내가 연분홍색 한복을 입을 때마다 어여쁘다면서 미소 지었던게 생각났다.
생각을 떨치고 거울을 보니 난 이미 연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당황해서 다른 옷을 골라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오늘은 이 옷이 제일 잘 어울렸다.
결국에는 연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흰색 단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왜 오늘따라 발걸음이 가벼울까. 날씨가 좋아 설까. 기분이 좋아서 무작정 걸었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길을 따라서 그냥 걸었다.
도착한 곳은 대학교 옆에 있는 시내였다. 주말이라 그런지 대학생들이 넘쳐났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시내를 둘러보다가 근처에 사는 친구를 부를려했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데 내 시야에 한 서점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는 이끌림에 서점으로 들어갔다.
서점에 들어온 김에 책 한 권을 살까 해서 둘러보는데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 곳이 있다.
시집들이 꽂혀진 공간이다. 시집 한 권을 빼서 펼쳐 한글로 쓰인 글자들을 보니 내가 정말 돌아왔다는 걸 느꼈다. 한참을 그 책장 앞에서 서있었다. 갑자기 들떴던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가 내게 가끔가다 써준 시도 이곳 어딘가에 있을까?
그가 내게 시를 써주면 한자를 몰라 가끔 답시로 좋았다는 이모티콘을 써서 준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아이 같다며 웃어넘겼다. 그렇게 그 사람과의 추억에 빠져버렸다.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때 누군가가 내 옆에 섰다.
" ..시를 좋아하시나 봐요. "
" 그냥 오늘따라 시가 끌.. "
려서요. 이 사람을 바라봤을 때 내 동공은 이미 확장돼있었다.
8황자님을 닮은 남자다. 차분한 말투며, 날 보는 시선이 그때의 황자 님과 많이 닮아 보였다.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렇게 우리는 책장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 저는 시를 좋아해요. 읽는 것도, 쓰는 것도. "
눈물이 고이고 목이 막혀서 목소리가 안 나왔다.
그 사람처럼 이 남자도 시를 좋아한다. 더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슴이 시려온다. 남자를 흘끗 쳐다보니 무슨 시집을 찾는 것처럼 책장을 계속 두리번 거렸다.
그러다 시집 한 권을 꺼내 펼쳐보더니 내게 건넸다.
"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집이에요. 이 책안에 들어 있는 시 모두 한 사람이 쓴거 같더라고요.
처음에는 행복해 보이는 시 들 뿐이었어요. 호기심, 관심, 행복, 사랑.
뒤로 갈수록 사람의 감정이 변한듯이 착잡, 화남, 슬픔, 외로움이 보이는 시들이었어요.
어떤 이가 한 사람을 바라보며 쓴 시들 같은데. 제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그래서 이 시집을 제일 좋아해요.
제 얘기 같아서요. "
그가 준 시집을 받아들었고 표지를 보니 연꽃 그림이 그려져있었다. 나는 시집을 펼쳐서 첫 페이지부터 훑어봤다.
책장을 넘기면서 8황자님이 내게 써준 시들이 보여서 움찔거렸다. 에이, 아니겠지. 황자 님도 본 시중에 내게 어울려서 써준 시라 했었다.
찝찝한 마음에 빨리 훑어보고 책장에 다시 꽂아 넣어야겠다 생각하고 넘기다가 마지막 장에서 내 몸이 굳어버렸다.
마지막 장에는 시가 아닌 짧은 편지가 쓰여있었다.
「 너와 가까이 있었을 때도 멀어졌을 때도 널 본 날의 마지막은 그날의 너와 어울리는 시 한 편을 쓰며 마무리 지었다.
너와 어울리는 시 몇 편을 적어 너에게 선물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를 쓰질 못하는구나. 네가 내 앞에 없으니 말이야. 내가 시를 다시 쓸 날이 올까?
수야. 마음이 쓰리다. 어찌, 어찌해야 널 잊을까. 아니 널 다시 찾을까. 어딜 가야 네가 있을까.
해수야, 네가 너무나도 그리워. 너무 그리워서 숨이 막혀온다.
널 만나고 싶다. 보고 싶어. 」
꿈에서 했던 말들이 보인다. 그리고 이름인 해수. 이 시는 8황자님이 쓰신 시다.
정확하다. 내게 써준 시들도 보였고, 황자 님이 내게 하신 말이 이 편지글에 담겨있다.
눈물이 났다. 이 남자는 왜, 뭐 때문에 나에게 이 시집을 보여준 걸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슬프죠. 저도 슬펐어요. 누군가 생각도 나고, 그립기도 하고, 참 그 사람을 지독하게 좋아했구나 싶었어요.
그 사람은 내게서 떠나버렸는데 난 잊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미안하다고 내가 다 잘못했다고 빌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하니 답답하고,
할 수 있는 거라곤 언젠가 그 사람이 읽지 않을까 싶어 짧은 시를 적는 거뿐이었어요.
이 시집을 쓴 자와 많이 닮았죠. 그래서 그 사람이 이 시집을 읽는다면 제 생각을 할까 궁금해요.
내가 시를 쓰면서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처럼 그 사람도 이 시집을 읽으면서 한 번쯤은 내 생각을 할까 궁금하고 또 궁금했어요"
남자가 말을 끝내고 한참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깨버린 건 남자였다.
"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내 생각이 났니? 해수야. "
' 해수..? 이 남자가 어떻게 알.. 설마 황자 님..? '
남자의 말들이 8황자님을 떠올리게 해서 마음이 아파졌다. 그러다 마지막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하다 놀라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는 책장을 바라보고 있었고,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황자님일까? 혼란스러웠다. 마지막 말이 의심스러워서 확인하고 싶었다. 눈물이 나왔지만 꾹꾹 눌러 삼키면서 남자에게 물어봤다.
" 저기요, 해수.. 어떻게 아세요? "
" 내가 그 시집의 주인이니까. 그리고 그 시들의 주인공은 너니까.
그때 널 보며 쓴 시들이 너에게 전해지는데 1000년이 걸리는구나.
해수야. 그리웠어. 보고 싶었다. "
뒤죽박죽 욱해 끝이 났다. 이제 정해만 쓰면 된다.
원해는 사진이 없어서 무리야ㅠㅠ.. 욱해도 사진 찾는데만 몇시간 걸렸어..
요즘 욱이가 미움을 많이 받아서 뾰들이 이 글을 읽어주려나 모르겠다ㅋㅋㅋㅋㅠㅠ
그래도 꾹 참고 내 글 봐줘서 고마워 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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