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만 없었으면 한 달에 120만원씩 월세 나갈 일도 없었을 테고, 6개월에 한번 씩 이사 갈 일도 없었을 테고, 엄마 음식 먹으면서 따땃히 배도 불릴 수 있었을 테고, 사라지지 않는 내 방도 가질 수 있었을 테고, 내 돈 주고 산 피아노를 늘 내 눈 앞에 두고 칠 수 있었을 테고, 집 다운 집에 살면서 막연한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었을 텐데... 방에 누워 있어도 편히 쉴 수조차 없는 내가 문득 서러워졌어 난 집이 있어도 갈 수가 없거든 가족이 있어도 맘대로 볼 수가 없거든 다음 생에는 다신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차라리 내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게 마지막 생이었으면 좋겠어 밖은 우중충하고 늘 나는 저런 기분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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