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늘 수능 본 익이니들 정말 수고 많았어.
잘봤건 못봤건,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충분해. 오늘 하루, 스스로를 칭찬해줘. 잘 견뎠다고 수험생활. 물론 수시하는 애들은 논술 같은거 아직 남은 사람도 많고 원서도 남았지만 일단 오늘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잖아.
난 오늘 8시 반에 일어났어.
눈을 비비고, 드라마를 보면서 아침밥을 먹고, 씻고 화장하고 학교에 3교시 부터 수업이라 걸어나갔지.
별 생각이 없었는데, 버스들앞에 붙어있는 수능고사장 학교들을 보며 새삼 수능때 생각이 나더라.
어느덧 내가 첫 수능을 봤던지도 3년이 지났네.
그날은 정말 버라이어티했어. 난 내가 그렇게 수능을 망할지 몰랐거든.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라고 생각했지만 많이 달랐겠지 아마. 긴장도 많이 했었던 거같아.)
학교 기숙사를 나섰고, 그냥 엄마아빠의 긴장섞인 배웅을 받고 수능 고사장에 들어섰어.
음, 추위 대비용짐을 주렁주렁 가져갔었는데, 그것때문에& 내 발 보다 컸던 신발 탓에
나는 고사장 대문에서 넘어졌고, 내 무릎두개를 모래로 갈았지. 난생처음 들어가보는 남의 학교 양호실에서도, 사실 난 별생각이 없었어. 나는 내 무릎보다 내 수능이 더 중요했으니까.
시험을 보고 중간중간 쉬는시간에 화장실갈때마다 사실, 무릎이 너무 아파서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는데 상관없었어. 정말 난 시험이 중했거든.
내가 제2외국어까지 봤으니까, 한 6시였나. 그쯤 시험이 끝났어. 어휴 끝났는데 속이 시원하더라. 못봤는지 잘봤는지 전혀 확신은 없었어. 그냥 '아 내가 12년 고생한게 지금 끝난건가..? 빨리 집가고 싶다' 이생각밖에 없었음.
내가 시험봤던 학교는, 각종 신문사와 가까운 고사장이어서 인터뷰가 장난아니었어. 어떤 학생이 울면서 학교를 나서서 엄마를 찾는데, 그걸 찍으려고 기자들이 몰려들고, 아무튼 장난아니었지.
난 분명 새벽에 길을 나섰는데, 시험이 끝나고 나오니까 해가 져있는걸 보니, 뭔가 신기하더라.
그러고 나오고 있는데, 나도 어떤 기자분한테 잡혔어. 그래서 인터뷰를 했지. 아직도 찾아보면 영상나오더라(나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영상을 못봤어 사실..창피해섴ㅋㅋ)
나는 느낀 대로 얘기했지. 영어는 ebs에서 많이 나와서 꽤 쉬웠던것같다. 언어는 뭐가 걸린다 등.
그리고 문제는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났어.
엄마가 수능 답이 있는 신문지를 내게 줬어.
별로 채점하기싫었는데, 사람 마음이란게 그렇잖아. 뭔가 확인 하고 싶고. 그래서 버스에서 했지.
그런데
난리가 난거야. 특히 수리가.(요즘은 수학으로 바꼈지 아마?)
평상시에 실수하던거 플러스 알던것도 틀리고, 쓸데없는 계산실수로 내 시험 성적은 평상시에 비해 매우 엉망이었어.
언어 성적을 봤어. 얘도 엉망이더라. 헷갈렸던거, 고민했던것들에서 내가 고르지 않은 답이 답이었어 다들.
외국어? 얘는 그나마 멀쩡했어. 물론 예상 등급컷에 간당간당했지만.그래도 다행이었지.
..는 무슨. 수능 망한데 다행이 어디있어. 외국어따위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 차피 평소보다 성적 낮은건 얘도 마찬가진데, 다른 두개가 너무 망해서..
난 엄마 아빠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펑펑 울었어.
왜 울었을까. 성적이 안나와서? 실수해서?
지금 생각해보면, 자책의 눈물이었던 거같기도 해.
고3때 놀았던 순간들 생각나고, 공부 안했던 생각만 나고.
그러다가도 정말 열심히 한 순간들도 조금 생각나면서 괜시리 억울해지기도 하다가.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섞였었지.
그런데 난 그때 우리엄마가 대단한 걸 새삼 느꼈다?
내가 그렇게 펑펑 우는데, 달래주지도 않고 그냥 옆에서 드라마만 보고 있는거야.
울다가 울다가, 난 나 혼자 지쳐서 엄마한테 말을 걸었어. 엄마는 딸이 이러고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냐고.
엄마가 그러더라
나도 안타깝다고. 그런데 이미 지난걸 어떡하겠냐고. 물론, 운도 안따랐을거라고 넘어진것도 그렇고. 하지만, 오늘 성적 결과의 많은 비율은, 니 노력이 어느정도 부족했던 이유가 아니겠냐고. 앞으로 생각만 하자.
억울했어. 난 노력했어. 정말 노력했단말이야!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말이 안나오더라. 순간 생각이 퍼뜩든거야. 난 정말, 열심히 했었던 걸까. 열심히했는데 이모양일까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엄마가 짐을 챙기더라. 집가자고.
집에 와서, 그때가 kbs드라마 끝났을때니까, 9시정도 됐던가 그럴거야. 나는X줄이 타니까, 계속 ebs들락날락거리면서 컷 보고 있는데
엄마가 나한테 그러는거야. 배 안고프냐고.
내가 밥맛이 있을 겨를이 어딨어 정신이 없는데.. 그랬더니 엄마가 라면을 끓여주더라.
먹었어. 그와중에 배는 고팠거든. 울면서 먹었어. 눈물젖은 라면 먹어본 기억 있냐고 어디서 나오면 그래서 난 항상 수능때가 생각나더라.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배채우려고 먹었어. 지금도 맛은 기억안나는데 그냥 서러웠던 기억뿐이다.
그래서 그 수능은 어떻게 됐느냐.
난 재수를 했어.
수시도 다 보러다녔고, 정시 원서도 다 써봤지만, 이럴바에야 차라리 재수를 힘들더라도 해보자 라는 게 나와 가족의 생각이었거든.
학원 다녔어. 그때가 2월이었나. 마지막 붙들고 있던 대학에서, 대기번호가 내 두번째 앞에서 끊긴 후 나는 아무 곳도 붙들곳이없었고 그냥 나는 재수학원만이 살길이었지.
X나게 공부했어. 몰라. 그때도 사실 많이 놀고 했던거같긴한데, 그래도 인티도 안하고. 웹툰도 끊고, 친구들 스마트폰 다 가지는데 나는 그때까지도 일반폰이고. 그랬어.
학원에서 모의고사보면, 난 사실 성적이 잘나오는 편은 아니었어. 내 친구는 항상 잘나와서 엄마가 나한테 맨날 그 친구랑 비교를 해서 너무 짜증나고 스트레스도 받고 그랬는데, 어쨌든 끝까지 난 그 친구를 이겨본적은 없었어. 짜증났지만, 뭐 그친구가 잘하는거니까 어쩔수 없었지. 내 친한 친구니까 짜증을 낼수도 없고..ㅋㅋㅋ
재수때 추억있어?라고 물어보면.. 없어
공부한 기억밖에 없어 진짜 ㅋㅋㅋ 기껏해야 그냥 혼자 컴퓨터로 논거..?사실 많이 놀기도 했지..? 초반에는 주말엔 무조건 집에서 놀았는데, 중반 넘어가니까 슬슬 초조해져서 한 6월 모평부터인가 꾸준히 학원나가기 시작하고 열심히 했지.
수능 전날은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진짜.. 처음으로 우리집에서 자고 수능보러 간건데(첫수능에선 기숙사에서 룸메랑 같이 잤거든) 잠도 안올까봐 완전 긴장하고
재수하면 두번째니까 덜떨린다는거 다 dog소리여... 더떨려 진짜. 이번에도 망하면 길이 없으니까. 그리고 그 긴장감이 어떤건지 너무 잘아니까.
근데 어찌저찌해서 잠들었어.
사실 여기다만 밝히는건데, 나 그때 자기전에 이런생각까지 했다? 그냥 이렇게 잠들어서 내일이 영영 안왔으면 좋겠다. 이대로 죽으면 편해지는 거 아닌가.
그래도 어쩌겠어. 다행히도(?) 수능날은 찾아왔고, 난 멀쩡히 살았어.
첫수능때는 고사장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때문에 엄마한번도 못안아보고 시험보러 들어갔다 엎어졌는데
이번엔 다른 고사장이었어서, 그리고 조용한 곳이었어서 좋았어. 엄마 안아주고 들어왔지.
그리고 2번째 수능이끝났어.
그리고 그해 난, 추가합격으로 내가 원하는 학교에 붙었어. 신촌에 있는 학교중에 그래도 제일 큰 학교야ㅋㅋ(신촌에 있는 학교들은 사실 다 좋긴함.!ㅋㅋㅋ)
나보다 성적 좋았던 친구들보다 점수가 잘나왔어. 우리엄만 그걸 제일좋아하더라...?!ㅋㅋㅋㅋㅋ 그래도 다행히 친구들도 원하는 학교 다들감!
그리고 난, 지금 이렇게 대학교 2학년을 보내면서, 나름 행복한기분으로 이 글을 쓰고 있지. 대학와서는 조모임이다 과제다 이런거때문에 나름 더 힘들긴 하지만.
나 방금 라면 먹었다..? 첫수능때 생각하면서?
지금하고 그때하고 비교하니까 (나 사실 요즘 좀 지쳐있었는데) 너무 행복해지더라. 아, 나 그래도 웃을 수 있게 됐구나 하고.
수능을 잘봤다면, 정말 축하해. 네 노력이 빛을 발한거야. 끝까지 좋은 결과 있길 기도할게!
하지만 수능을 못봤더라해도 괜찮아. 너에겐 아직 길이 많아. 이게 나처럼 재수하란 소리는 아니야. 나는 원서쓸때부터 미련이 있어서 고민하다가 끝까지 상향지원한편이어서 했던 거지, 사람마다 다른 결정할수 있어. 원하는 결과가 또 나올수도 있고. 또 수시도 아직 남아있잖아. 너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 고생끝에 그래도 좋은 결과를 얻게 된 나처럼.
정말 수고 많았어.
정말 고생 했어!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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