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수시 비중이 높아지니까 그나마 지균 등등 해서 좀 공평하게 뽑히는 거지
정시하면 대치쪽이랑 외고 특목고 이런 곳에서 싹 다 쓸어갈 거 같은데 이게 공평한 건지 잘 모르겠음
주변 애들 모의고사 성적만 봐도 정시는 금수저~은수저쯤 되는 애들이 다 쓸어가게 될 게 뻔한데 그걸 바라는 건가....?
정시로 따지면 공부 더 잘하는 애가, 자기 지역이 공부를 잘해서 수시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건 사실임
근데 그래서 공정한 거 아냐??
공부 잘하는 학교, 공부 잘하는 지역 사는 애들 솔직히 어지간하면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풍족한 애들이고 어릴 때부터 사교육 혜택 많이 받는 애들임
그런 지역에서 사는 애들보다, 그런 지역에서 살지 못하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열위에 있는 애들이 대학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더 열어준 게 수시같음
대치 쪽 살면서 우리 지역이 공부 너무 잘해서 수시따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거...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그쪽 산다는 자체가 가정형편이 어느 정도 되어야 가능한 건데 그 격차를 줄이려고 수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함
그리고 정시는 학교 수업 안 듣고 학원에서만 공부 열심히 하거나 독학해서 갈 수도 있는데
수시 중에서도 특히 학종은 고교생활에 충실한 학생 뽑겠다는 거잖아 취지도 적합한 거 같고
정시도 노력한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주변에 보면 보통 정시 준비한다는 애들은 다른 교내행사, 봉사 이런거 다 신경 안 쓰고 수능공부만 하겠다는 거고
수시 가려고 애쓰는 애들은 내신+자율+동아리+봉사+진로+독서+면접 다 챙겨야 하는 거고 장기적으로 3년 내내 생기부 관리하는 건데
정시 준비한다고 저 중에 아무것도 안 하고 공부만 하면서 왜 이렇게 정시 적게 뽑냐고 불만 가지는 건 뭔가 싶음
준비할 게 더 적은 전형이 수가 더 적은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정시 성적은 저렇게 낮은 애가 수시로 저 학교에 가다니! 하고 무작정 화낼 게 아니라
정시 점수가 더 낮은 근본적인 이유는 지역에 따라서 부모님의 경제적 수준 등이 달라서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함
그리고 그 사람은 정시만 준비한 사람이랑 다르게 수시를 열심히 잘 챙긴 사람일 거고
+
공부 잘하는 애들이 좋은 대학 가는 게 뭐가 나쁘냐고 그러는데 그 '공부를 잘한다'라는 게 개인의 노력만으로 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
가난한 집인데도 노력으로 성공할 수도 있고 부자여도 노력 안 해서 실패할 수 있어
그렇지만 더 열악한 환경에서 더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기울여야 하는 노력의 정도가 다르다는 거야
공부 잘하는 애가 무조건 더 잘한 거다!! 라고 하는 건 굉장히 이기적이고 위험한 발언일 수 있다고 생각해
누군가는 공부하고 싶었지만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조차, 인강조차 편안하게 들을 수 없는 환경이었을 수 있어
대치동 쪽 지역에서 공부쪽 아예 버린 애 아닌 이상 어지간하면 모의고사 영어 등급 1-3은 나오는 거 다들 알잖아?
댓글에서도 모의고사는 1인데 내신은 3-4라 억울하다 했고
근데 모의고사가 다들 1-3인 게 사교육과 무관하다고 얘기할 수 있어?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받아온 사교육 덕택에 영어 기본기는 누구나 다 갖출 수 있는,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게 사실이잖아
그걸 환경적 특혜라고 인식하고 못하고 있다는 거 자체가 좀 당황스러워
지방 출신이어도 정시를 통해서 잘 간 사람도 있겠지 그런 분들 무시하려는 거 절대 아니야
근데 비율상으로 따져 봤을 때 절대 같지 않다는 거야
어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난한 집안 출신 중 자수성가한 사람이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복지 정책에 대하여 부정적인 경향이 있대
왜냐면 자기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죽어라 노력해서 성공했는데, 성공 못한 걔네가 노력하지 않은 거 아니야?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거지
네가 지방 출신인데 노력해서 정시로 잘 갔다고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게 아니고, 정시로 가지 못한 사람들이 다 노력이 부족했던 게 아니야
노력해서 그 격차를 극복한 건 정말 대단하지만 그 격차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실패자인 게 아냐
정시를 없애야 한다는 게 아니고, 정시를 늘려야 한다고 무작정 주장하기 전에 사회 구조적 차이를 생각해야 한다는 거지
댓글 중에 수시도 정시도 애매하니까 열폭하는 거냐, 넌 정시로 못 가서 수시 늘리냐는 거라는 식으로 비꼬는 댓 많아서 그러는데
아쉽게도 난 수시가 늘던 정시가 늘던 개인적으로는 큰 타격 없고 노력해서 정시로 잘 간 분들 비하하려는 의도도 없어
다만 '공부 잘하는 애가 잘 가는 게 당연하다'라는 말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고 공부를 잘하기까지 개인의 경제적 여건이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내신은 우리 학교 커리큘럼이 조금 특이한 편이라서 가렸어
대치동 애들한테 열등감 있냐는데, 나도 평생 강남에서 살았고 그래서 지금 이 지역에서 누리는 교육들이 우리나라 전체에서 부여되는 게 아니고 특권이라는 점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난 모의고사에서 지금까지 국어는 한 번도 틀려본 적 없고, 영어는 이번에 처음 틀려봤어 수학도 나쁘지 않은 편이고
하지만 내가 다른 환경에 있었다면 과연 이렇게까지 안정적이고 편하게 공부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내 자신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정시 잘 본 모든 사람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야
다만 이런 생각이 든다는 거지 내가 전혀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서, 어릴 적부터 꾸준히 학원을 다닐 수도 없었고, 부모님이 내가 공부하고 싶어하는 건 다 공부할 수 있게 해주시지 않았다면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까? 나처럼, 공부가 정말 하고 싶었는데 그럴 여건이 충분하지 않았던, 그래서 노력이 부족했던 게 아닌데도 '공부는 더 못하는' 누군가도 있지 않을까?
내가 좀 멀리까지 가서 교육봉사를 하고 있는데,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하고 하려는 의욕이 있는 아이가 있어
그런데 그 애는 대치동에서 딱히 공부를 열심히 안 하는 애보다도 영어에 대한 기본기가 없어. 왜냐하면 그 애는 어릴 적부터 꾸준히 영어학원을 다니지 못했으니까
정시만 존재했다면 그 애는 훨씬 더 불리했겠지만, 그 애 지역은 소위 말하는 '내신 따기 좋은' 학교니까 지금처럼만 열심히 한다면 수시로는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단순히 수능 성적만으로 대학을 판가름하기에는 그 성적을 얻기까지 노력할 때 어떤 환경이 주어졌는가가 다르지 않을까?
더 잘하려면 노력하라고? 하지만 노력한다 해도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건 분명하잖아.
가고 싶으면 노력해서 더 잘 하라는 건 정말 잔인한 말이야
노력해도 잘사는 집 애들보다 두배 세배 더 노력해야지만 간신히 따라잡을 수 있는, 또는 따라잡지 못한 애들한테 그냥 "니가 노력을 덜 해서 그래!"하면 끝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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