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 안녕! 나도 이제 갓 입학한 고1이고, 딱 외고에서 한 달 생활했다.
나는 부산에 있는 외고다녀. 중위권 정도 되는? 그냥 남들이 보기엔 에이, 쉽게 갔네. 이렇게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근데 진짜, 그게 아니라는 걸 아는 게 중요할 것 같아서. 들어갈 때도 힘들었고 들어오고 나서는 몇 십배로 더 힘들다.
음, 우리 담임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
현 고등학교 입시제도는 거의 쓸모가 없다고, 영어 등급 가지고 특히 절대평가로는 애들을 판단 할 수가 없다고.
그래서 성실한 아이를 뽑는다고 하셨어, 우리 쌤이 입담쌤이거든. 성실해서 뭐든지 버텨낼 바른 아이.
특목고는 잘하는 애들을 모아두는 곳이 아니라, 잘하는 애들을 만들 수 밖에 없는 곳이라고 하셨어.
우리 선생님은 모든 걸 포기하라고 했어, 전부 다 놓으라고. 그럼 그만큼 얻는 게 있을 거라고.
그럼 내가 여기서 잃게 될 것과 얻게 될 걸 설명해줄게.
일단 잃게 될 것. 음, 이건 내 하루 시간표를 보면 답이 나오지
일단 기숙사에서 6시 10분에 기상. 아침 먹고 8:30 - 4:30 분 까지 정규 수업. 5시부터 6시까지 보충 (강제). 저녁먹고 7시부터 8시까지 특강.
그 후부터 밤 12시까지 쭉 야자. 물론 강제야. 기숙사 돌아가서 씻고, 할 거 하고, 숙제나 과제 좀 챙기면 빨라야 한 시 삼십분?
다섯 시간도 못 자. 물론 휴대폰도 밤 12시까지 못 받아.
일단 나 기숙사 들어오고 일주일은 밤에 항상 울었어.
새로운 환경이 너무 낯선 곳이고 엄격하고 힘들고, 일단 부모님이 너무 그리워.
그리고 24시간 중에 18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다 보니까 몸이 병들어서 지금까지 실려간 애만 반에서 3명.
애들끼리 경쟁도 심하고, 다른 애들 성적을 보면 생각보다 현타가 크게 오지. 나보다 잘하는 애는 널리고 널렸어.
우리 학비는 별거별거 다 더하면 3달에 200정도, 솔직히 진짜 부담 돼. 부모님께 죄송하고 마음에 바위를 하나 얹어둔 기분이야.
그리고 얻게 될 것들.
일단 물론 대학이 제일 중요하겠지. 우리 학교는 5등급 안쪽으로는 이화여대까지 보내. 그 밑으로는 정시파.
진짜 일반고 애들 전교권, 열손가락도 이대 쉽게 못 쓰고, 탈락도 많은데... 물론 안 좋은 입시제도긴 하지만, 학교 이름이 그만큼 중요해.
그다음, 수업의 질. 선생들이 다 영재학교 출신에, 서울대에, 연고 뭐... 그냥 그 과목이 지겨울 순 있지만 선생이 싫을 순 없어. 수업의 질이 높아.
일반고에서 뭘하는지 모르겠지만, 음. 우리는 정규 수업시간에 대학 논문에서 쓰는 에세이를 영작하는 걸 배워. 면접도 마찬가지고.
더해서, 인맥. 주위 애들이 대단하댔지? 그런 애들이 전부 내 친구고, 동료인 거야. 나중에 미래가 되면 크게 도움이 될 아이들이야.
또 그런 애들 때문인지 왕따도 없고, 은따도 없는 것 같아. 과별로 협동심이 진짜 쫀쫀해.
그리고, 뭣보다 잘 논다. 잘 놀 수 밖에 없는게, 그 쌓아둔 스트레스를 수련회나 수학여행에서 푼다고 생각하면 진짜 잘 놀 수 밖에 없어. 미친듯이.
버틸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다면 넌 언제나 니가 원하는 그 곳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해.
이상, 중간고사 몇 주 안 남아서 멘붕 온 한 외고생의 오지랖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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