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곧 졸업을 앞두고 있어.
연고대 합격을 확인하고 가족들이랑 고기 먹으러 간 게 엊그제 같은데, 학교를 다니며 느낀 걸 잊기 전에 기록해보고 싶어서 왔어.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누군가 알려줬으면 좋았겠다.. 싶은 내용들을 좀 적어보려고 해.
나는 고등학교 때 딱히 목표로 하는 대학이 없었어.
친구들이나 썜들한테는 "관심이 아직 없어서요"라고 했지만, 사실 목표를 설정하는 게 너무 무섭더라.
내가 핸드폰이나 필통에 어떤 학교 마크를 붙이는 순간, 애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퍼져나갈 게 뻔했어
"ㅇㅇ이 이번에 연세대 넣는대~ 근데 걔 이번에 중간고사 몇 등 했어?" "걔 모의고사 이번에 X등급이어서 최저 못 맞출텐데?" "너무 상향 아니야?"
이런 얘기 듣는 게 너무 싫었어.
그리고 무엇보다 목표가 있으면 무조건 결과를 평가 받게 된다는 게 겁났어.
내가 목표했던 대학 외에 다른 좋은 대학을 가도, 나는 목표를 못 이룬 사람이 되는 거 같았거든.
그래서 수능 직전까지 다들 어디 가고 싶냐고 하면 "나는 나 뽑아주는 곳을 갈 거야"라고 이야기했었어.
뭐 틀린 말은 아니지, 결국 다들 그렇게 되니까.
그런데 운 좋게 좋은 대학에 와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참 목표로 삼을 만한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좋은 대학,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나와서 좋은 게 뭘까. 고등학교 때는 생각해본 적 없었어.
고등학교 때는 내 노력의 보상이 대학이었지, 그 대학을 내가 미래에 어떻게 써먹고 싶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거든.
그런데 대학에 오니까 이제 내 고등학교 때의 노력은 이미 지난 얘기더라.
여기 그만큼도 노력 안하고 온 사람은 없었어.
그리고 명문대에 와보니 나처럼 "날 뽑아준 데를 온 사람"도 있었지만 "목표를 이루고 온 사람"이 훨씬 많더라.
아마 대학이 높아질 수록 그럴 거야.
그런데 이 친구들의 자존감은 고등학교 때 본 적도, 볼 수도 없는 수준이었어.
이미 성공과 목표를 성취해본 사람들의 자신감은 자신들의 한계 그 이상의 일도 가능하게 하더라.
내가 "할까말까" 할 때 주변에선 다들 하라고 외쳤고, 그게 나한테 버거워져서 포기하고 싶을 때면 내 주위를 보게 됐어.
남들이 2개 할 때 3-4개 씩 하면서 연애도 동아리도 할 거 다 하는 애들을 보니까,
"나도 쟤네랑 같은 집단에 속해 있는데, 못할 게 있나?" 싶더라.
그렇게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고 살았어.
대학에선 당연하고 흔한 모습인데, 내 고등학교 친구들한텐 내가 되게 멋진 사람이 되어 있더라.
물론 힘든 순간도 많았어. 번아웃도 많이 됐었고. 그런데 이제 와서 내가 얻고 경험한 것들을 되돌아보니 대체 불가능한 것들이더라.
고등학교 때의 나와 가장 다른 점은, 과감히 목표를 설정하게 됐다는 점인 거 같아.
도전하는 일이 많으면 당연히 실패도 많겠지, 확률적으로.
그런데 이젠 실패보다 도전이 더 가치 있다는 걸 알게 됐어.
읽다보니 그런 생각 들지 않아?
아니, 이게 꼭 명문대 나와야 느끼는 점이야?
맞아. 꼭 명문대일 필요 없어. 그저 너가 목표한 곳이면 돼. (제목은.. 어그로랄까...)
성공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그게 늘 추진력이 돼.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목표가 필요해.
지금 여러 시험들을 앞두고 있을 누군가에게, 겁나더라도 목표를 설정해보라고 말하고 싶었어
나는 그러지 않아서 고등학교를 편하게 다녔지만, 무언갈 위해서 열정적으로 노력해보지 않은 내 학창 시절이 아쉽더라.
꿈은 클 수록 부서지면 그 조각도 크댔어.
학창 시절의 목표, 성공과 실패들은 모두 다른 방향으로 널 키울 거야.
글로만 안 와닿는다고?
꼭! 목표하던 곳에서 직접 보고 느꼈으면 좋겠어.
혼잡한 시국에 공부하는 학생들이 너무 대단해. 근데 그만큼 불안하겠지?
정말 역사에 남을 수험생활이 될 거야.
조금만 더 힘내자. 그럴 가치가 있는 시간들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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