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난지 10년째 되는 해...아내의 생일에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데 뭘해야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27살의 가장입니다
올해 아홉살된 예쁜 딸이있고
세상에서 제일 이쁜 동갑내기 아내가 있습니다
고등학교때 같은반 친구였다가 서로 사랑을 키워갔습니다
그때는 어려서 제가 나중에 많이 성공해 제 사랑하는 여자에게
누구보다 화려하고 행복하게...매일매일 웃고 살수있게 해줄수 있을거라고 믿었습니다
고2때...우리는 호기심에 실수를 했고...
우리 사랑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임신사실을 안 부모님과 싸우다지쳐 집을 나왔고...
학교도 그만두고 저희집에 들어와 매일을 눈물로 보냈습니다
제 부모님은 우리 사랑이가 태어나면 시설에 보내고 너희들은 학교도
계속 다니고 새인생을 살아야하지 않겠냐며 끝없이 저희를 설득했습니다
우리 아이를 고아로 만들생각을하니 너무나 무서워졌고...
매일 울고있는 아내가 너무나 안쓰러웠습니다
부모님께 살아생전 마지막 부탁이라며 천만원을 부탁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부탁 하지 않겠다고...자식으로서 속썩여 죄송하다..
이 죄는 언젠가 꼭 갚겠다고하며 돈을 받았습니다
보증금 오백짜리 월세방을 얻고 남은돈은 사랑이 출산대비용으로 일부
그리고 제 컴퓨터학원비로 일부 썼습니다
취업을 해야하니 기술을 배워야했습니다
고등학교와 학원을 다니며 임신한 아내를 보살피는일은
버겁고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때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컴퓨터관련 업무라면 실력만있으면 인정해줄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이가 태어나고...
아내는 친정 부모님께 빌고 빌어 장모님께 산후조리를 한달 겨우 받았고
그나마도 눈칫밥에 제대로 쉬지도못해 지금도 손목을 잘 쓰지 못합니다
아이낳고 얼마 되자도않아 아이의 빨래를 직접 손으로 빨았으니까요
자식이 일곱이나 되는 장모님은
19살에 아이를 낳은 딸이 하나도 안쓰럽지 않았나봅니다
공부잘하고 돈잘버는 잘난 자식에만 사랑을 쏟았으니까요
출산후 몸도좋지않은데다 노골적인 장모님의 차별대우에
아내는 한달을 겨우 버티고 다시 제게로 왔습니다
저는 그때 겨우 취직해 작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출근해 새벽까지 일을 하고
월급은 사람들이 상상할수도 없는 적은 금액을 받았습니다
사장님은 기술을 가르친단 명목으로 그렇게 저를 착취했습니다
아내와 아이를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을 했지만
가는곳마다 안정적인 직장은 아니었습니다
이바닥이 그렇더군요
좀 하다보면 도산..또도산...
툭하면 밀리는 월급에 얼마지나면 사장님이 연락이 없습니다
연봉이요...
저 일해봤자 받는 연봉 2200~2400정도입니다
그나마도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수있는곳은 별로 없습니다
아니...오년만이라도 한곳에서 일해보고 싶은데 그것도 제대로 안되더군요
저처럼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만 겨우 한 사람은 중소기업도 엄두를 못냅니다
그냥 작은 사무실...
경력 구년에 대기업사원들에비하면 초봉도 안되는 돈을 받고
그나마도 안정적이지도 않고...
학력도 달리는데다 망한 회사를 몇개나 걸친 그런 경력으로는
언제까지고 이런 작은 사무실에서밖에 일할수 없나봅니다
월급이 안나온지 또 두달여가 지나갑니다
저금해둔 돈같은거 없습니다
우리딸 신학기에 새옷한벌 사주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병원에서 오전시간에 하는 알바를 합니다
그런데...이번에 우리 둘째가 생겨 심한 입덧때문에 그마저도
그만둘 형편입니다 입덧에 먹을 두유나 크래커같은거라도 사주고싶은데...
두유나 크래커가 소고기도 아니고 회도 아닌데..
그까짓걸 사주지 못하는 제 현실이 너무나 비참합니다
출근 해야지요
아내에게 과일한쪽이라도 먹이려면 출근을 해야지요
노동부가서 죽자고 싸워 받아낼 월급이라도 있으려면 출근을 해야지요
출근을 하지않으면 밀린월급도 없어 그나마 받아낼 돈도 없으니까요
차라리 잘라주었으면...
실업수당이라도 받으며 다른 회사라도 알아볼텐데
오늘도 반이넘게 비어버린 사무실에서 할 일도없이 앉아있습니다
일감 끊긴지 오래되었습니다
나오지않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사장님은 기다리라는 말뿐입니다
모레는 사랑하는 아내의 생일입니다
뭘 해주면 좋을까요
초코파이 하나 사서 촛불꽂을까요
풀반지라도 만들어야하나요
아내에게 뭘 해줘야합니까
편지?사랑한다는 말?수고했다고 맛사지라도 해줘야하나요?
우리 만나 십년을 고생한 아내에게 무능력한 가장이 무얼 해줄수 있을까요...
케익에 촛불끄는걸 제일 좋아하는 우리 딸은 또 어떡하나요
치킨이며 피자며 그런것들도 좋아하는데
그걸 사면 얼마 남지않은 우리 쌀값은 어떡할까요...
등신같은 남자 만나 고생만한 우리 아내 우리딸을 위해 전 어떡하면 좋습니까...
남자는 능력없는게 가장 큰 죄라더니 정말 그말이 맞습니다
둘째가 생겼다는 말에 이상황에 무슨 둘째냐며 당장 떼라고
소리소리지르고 난리핀 저때문에 그날 아내는 밤새 울었습니다
나때문에...무능력한 나때문에 그런건데 애지우라고 험한말이나하고...
어젯밤엔 아버지께 찾아갔습니다
집나올때 받은 천만원...그이후로 다시는 손 안벌리려했는데
어쩔수없이 구년만에 집을 찾아갔더니
아버지는 제게 눈길한번 주지 않더군요
아내..그리고 나..둘다 이제 버린자식이 되어버렸나봅니다
눈에넣어도 안아플 우리 사랑이...
사랑이를 지켜낸 죄가 이렇게 큰건지...
집에서 나오는길에 어머니가 쥐어준 오만원이 제가가진 돈의 전부입니다
이돈으로 쌀을 사고...
그러고나면 전 또 어떻게 살아야하나요...
등신팔푼이같은 이 무능력한 가장은 이제 어떡하면 좋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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