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별2013QR3’. 제목으로만 보면 무슨 지령 메시지 같다. ‘감자별’은 그렇다고 치고 ‘QR3’은 감이 안잡히는 단어다.
프로그램 제목을 가지고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감자별2013QR3’은 tvN이 9월 23일부터 방송할 새 시트콤 프로그램 이름이다. ‘2013QR3’은 행성에 붙이는 일련번호 방식을 차용한 것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 ‘
케이블 채널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일일시트콤으로 김병욱(53) PD가 연출을 맡았다. 김 PD는 ‘시트콤의 귀재’로 통한다. ‘순풍산부인’(SBS·1998)를 비롯해 하이킥 시리즈(2006 ‘거침없이 하이킥’, 2009 ‘지붕 뚫고 하이킥’, 2011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시리즈로 대박을 터뜨린 주인공이다.
9월 23일 첫 방송하는 ‘감자별2013QR3’은 2013년 어느날 지구로 날아온 의문의 행성 감자별이라는 소행성 때문에 벌어지는 노씨 일가의 좌충우돌 맨붕 스토리를 그린다. 120부작(편당 45분)으로 월∼목요일 밤 9시 15분 방송된다.
‘순풍산부인’과 ‘하이킥’ 시리즈의 ‘감초 주연’ 이순재(노송)와 노주현(노수동)이 또 다시 힘을 합쳤다.
‘감자별’은 김병욱 PD와 수년간 호흡을 맞춰온 하이킥 시리즈의 제작진이 다시 한번 뭉쳐 선보이는 케이블TV 최초의 시트콤인 만큼 ‘김병욱표 명품 시트콤’의 바통을 제대호 이어받을지 주목된다.
김병욱 PD는 방송을 앞두고 28일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공동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장진아 작가와 이영철 작가가 함께 참석했다.
김 PD는 “최대한 코미디를 많이 보여주겠다. 예전보다 드라마를 강화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120부가 가지는 한계같은 게 있다. 방송 양의 문제다. 그래서 주 5회에서 줄여 주 4회 방송을 결정한 것”이라며 “시트콤은 가벼운 드라마이니까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진아 작가는 “김 감독님이 작가선배님 같은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연출만 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같이 한다. 사생활을 접고 열심히 일한다. 어떻게 보면 워커홀릭이지만 배울 점이 많다”고 전했다. 이영철 작가도 “감독님의 일에 대한 열정은 무서울 정도다. 그런 부분들이 김 감독님의 성공적인 전작들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이 됐다고 본다”고 증언했다. 그는 “캐릭터 구축하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 캐릭터를 눈여겨 보는 게 관전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케이블방송에서 새 작품을 시작하게 됐는데, 소감은.
“하이킥3을 할때 초반에 선정적이라는 말이 많았다. 약간 정치적으로 가미 같은 게 있지 않나 하는 지적도 있었다. 순수하게 드라마로 준비한 작품을 보여줘야 하는데 조금 못 그랬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은 코미디가 충만한 드라마면 어떻까라는 생각이다. 우울하게 이끈다는 지적이 있어 이번엔 최대한 코미디를 많이 보여주려 한다. 사람들이 보고 자주 웃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됐으면 한다.”
-하이킥 시리즈와 다른 점은.
“하이킥은 전형적으로 미국식 스토리를 따랐다. 매일매일 에피소드나 시추에이션이 중요했다. 주인공이 누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 하이킥의 특징이었다. 이번엔 처음으로 끝까지 이야기가 다 있다. 예전에는 인물간의 갈등만 대충 적어놓고 끝이었는데 이 드라마는 끝까지 시놉이 다 있다. 결말까지 나와 있다. 중간 중간도 촘촘하게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으면 잘 안 되게 돼 있다. 예전보다 휠씬 더 드라마가 강화됐다.
-주목할 만한 캐릭터가 있다면.
“배역이 11명 정도 된다. 일반 드라마는 남주인공 여주인공 이야기 외에는 그렇게까지 주목 못 받는다. 시트콤은 초반엔 모든 캐릭터에 공을 들인다. 어떤 캐릭터가 더 흥할지 알 수 없다. 성공할 때는 한두명만 흥하는 게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다 흥한다. 일단 목표는 모든 캐릭터가 흥하는 것이다.”
-출연자 몇 사람의 연기 특징을 설명해달라.
“하연수씨는 본인이 가지는 색깔이 참 좋다. 기획사에서 만들어진 느낌 같은 게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어떤 것은 헤쳐나온 눈빛 같은 게 있다. 좀 날것 같은 느낌. 연습생활을 오래해서 연기를 기계처럼 하는 그런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다른 길을 걷다가 이 길을 온 사람의 순수함 같은 게 있다. 서예지씨도 스페인 갔다 돌아와서 아무런 미팅도 없었는데 저는 그런게 참 좋았다. 처음 봤는데 좋은 거 같은 느낌, 학원 연기식이 아닌 그런게 없어서 좋았다. 진구는 워낙 연기를 잘하는 친구다. 늘 반어법을 쓰는 캐릭터가 진구한테 얼마나 맞을지 모르겠는데 되게 좋은 것 같다. 고경표씨는 원래 다른 사람을 썼다가 취소하고 이 사람을 쓸 정도로 매력이 있다. 고경표씨가 맡은 캐릭터는 굉장히 파란이 많은 캐릭터다. 처음엔 되게 잘난체 하다가 어린애가 되기도 하고 연기 진폭이 좀 큰 사람이해야 하는데 그 친구는 그런 요소들이 많은 거 같다. 코미디도 해봤고 정극도 해봤고 되게 매력이 있었다.”
-이순재, 노주현, 줄리엔강과는 세 번째 함께 하고 있다.
“이 세 사람과는 시트콤만 세번째다. 이순재, 노주현, 줄리엔강 그 세 사람이 제일 웃겼다. 세 사람이 가장 웃겼던 이유는 저희가 예상했던 대로 대사를 치니까 되게 웃긴다. 노주현 선생님 같은 경우도 캐릭터가 되게 웃겨서 반응이 그렇게 나쁠 것 같지 않다. 다른 시트콤을 했던 사람들은 힘들어 하신다. 저희들도 그분들을 너무 잘 알고 그 사람들도 대본을 너무 잘 알아서 일해 편리한 것이 있다. 노 선생님은 특히나 기대되는데, 너무 귀엽다.”
강민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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