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뜨거운 햇빛 내리쬐던 8월에 입대해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2개월 군생활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점. 이등병1. 앞으로 생활할 부대에 전입 간 날 정말 무섭다. 그냥 막연히 무섭고 위축된다. 낯선 사람들.. 이방인이 된 느낌.. '아 저 사람들이 내 선임들이고 여기가 내가 생활할 곳이구나....' 2. 몸과 마음은 동시에 적응되지 않는다. 몸은 이미 자대생활에 적응되었어도 막막한 남은 군생활에 절망감까지 들더라.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어디긴 어디야.. 군대지 ' 3. 동기들이 정말 큰 힘이 된다. 정말이다.선임들 사이에서 얼타다가 말 편하게 할 수 있는 동기들이랑 담배 한대 피면서 얘기 나누면 그냥 동기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쟤도 나처럼 힘들겠지?' 그리고 X같아도 같이 잘해보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어쩌면 실질적으로 부대 안에서 이등병 생활을 버티는데 있어서 알게 모르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4. 쓸데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머나 먼 전역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지금 생각해도 멍청한 짓이다 ㅋㅋㅋ그래도 그때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ㅠㅠ 5. 선임들 사랑받는 법? A급 이등병 되는 법? 축구 잘하고, 작업 잘하고, 체력 좋으면 된다.뭐든 열심히 하려고, 그게 안되면 열심히 하려는 척이라도 해라. 6. 마냥 상꺾부터 병장까지의 선임들이 부럽다. 중대에 눈치볼 사람이 없으니까. 7. 어떨때는 막내이기 때문에 무작정 욕먹을 때가 있다. 서럽다. 그저 서럽다. 서러움을 참고 또 참는다. 8. 빠릿빠릿하게 행동하면 선임들이 좋아한다. 적어도 사서 갈굼 당할 일은 안생긴다. 9. 온통 머릿속은 군가를 포함한 병기본 외우기.... 머리 터질 것 같다.. 10. 점호시간이 그렇기 긴장되고 무섭더라. 심장이 쫄깃쫄깃해진다. '오늘은 또 뭘로 털릴까..........' 11. 전역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럽더라. 눈물 날 정도로. 일병1. 일병이래서 뭐 달라지는거 크게 없다. 선임들 눈에는 그냥 다 똑같은 짬찌다. 2. 작업병으로 엄청 불려 나간다. 일만 하면서 6개월 보냈다. 곧 '작업하는 기계'가 될 것이다. 3. 후임이 잘못하거나 얼빵한 놈이 후임으로 들어오면 개고생한다. 스트레스 장난 아니다. 4. 이등병 후임의 실수가 곧 나의 실수다. 욕 엄청 먹고 감굴 당한다. 아무리 내가 평소 A급 후임이었더라도.. 5. 몸적으로, 정신적으로, 심적으로 가장 힘들 때인 것 같다. 6. 군생활도 적응했고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욕먹게 되면 왜 사나 싶다. 내 자신이 그렇게 한심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이게 뭐라고 욕먹었지?' 하는 생각이 든다. 7. 처음으로 정기휴가를 쓸 수 있는 때라 휴가가 정말 기다려진다. 9박 10일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틴다. 진짜... 8. 이때는 군생활이 엄청 많이 남았다는걸 체념 하기 때문에 전역자들보다 휴가 나가는 선임들이 그렇게 부럽더라. 미치도록.. 정기휴가 다녀와서 후유증이 상당히 크다. 9. 상병이 되면 군생활 바로 풀리겠지 큰 착각을 한다. (잘 풀린 군번은 다를 수 있음) 10. 일병 계급장 달고 보내는 6개월은 정신없이 지나가더라. 11. 일병을 잘 버티고 넘긴 자기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낀다.참 잘한거다. 일병 잘버텼으면 한고비 넘긴거다. 상병 1. 막상 군생활 1년째 되어도 별거 없다. '아 이제 1년이 흘렀구나..' 2. "야 애들 관리 안할래?" 이소리 엄청 많이 듣는다. 미친다. 다른 선임들은 별말 안한다. 후임들이 속으로 안좋게 생각하는 선임들이 더 뭐라한다. 그래도 상병 달았는데 스스로 맘 안상할려면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라.그게 맘편하다. 3. 선임들한테는 짬찌 취급받지만 그래도 일병때보다는 훨 낫다. 심적으로.소대는 물론이고 중대에도 이제는 후임이 많아진 위치니까. 4. 상병 꺾이면 새로운 군생활이 시작된다. 레알 한결 편해진다.그전까지 좀만 참아라. 5. 군대 돌아가는게 이게 눈이 다 보이고 다 알게 되니까 이때부터 조금씩 만사가 귀찮고 피곤하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ㅋㅋ 6. 후임들보면서 가끔 나의 일이등병때 모습이 생각난다. 그래서 그런지 터무니없는 갈굼은 일절 하지 않게 되더라. 좋은 사람은 못되도, 좋은 선임은 될 수 있지 않겠나. 7. 선임이 되어서 보니 의지없는 놈들은 잘해주고 싶지도 않더라. 실수하고 잘 못하더라고 하려는 의지있는 후임들이 이뻐보이더라. 그런 후임들은 정말 아끼게 된다. 8. 상꺾을 전후로 해서 이제 병장들 하고는 말을 트게 된다."누구누구 병장~ PX 가자!" 뭐 이런식으로 ㅋㅋ 1년 넘게 같이 군생활하다 보니 수직적인 선후임 관계가 아니라 비로소 '친구'가 된다. 참 좋다. 같이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면서 볼꺼 못볼 것 다보고하다못해 1년 365일 같이 목욕하면서 서로 등밀어주고 하는 사이가 되니 이들이 곧 친구고, 형제고, 가족이더라. 병장 1. 내 세상이다. 중대에서 딱 세명만 눈치보게 된다. 중대장, 행보관, 소대장 ㅋㅋ 2. 병장이 되었다는 자부심과 뿌듯함이 든다.대한민국 남자라면 입대해서 누구나 다는 병장 계급장이지만 하면서도 어느덧 군대라는 곳에 적응해서 모든게 익숙하고 이곳이편하게 생각될 정도로 여기서 많은 시간을 보냈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마음과 '내가 병장이라니.. 나새끼 잘버텼다 ..' 이런 생각이 든다. 진짜다. 3. 병장이 되어서 썩은 짓을 하더라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으니 마냥 편하게 지낼 수도 있지만 병장으로써, 혹은 분대장으로써 내 할건 칼같이 하면 후임들도 나에게 의지하고 따라오려는게 느껴진다. 그때는 보람을 느낀다. 4. 후임들게 잘해줘라. 전역하고 나면 희한하게 잘못해준 것만 생각나더라. 지나가던 말로 갈군 것도 생각나면서 '잘해줄걸....' 하는 후회가 든다.맘이 마냥 편하지는 않더라. 5. 무시당하고 존재감 없는 병장이 되기 싫으면 일이등병때 병기본 잘 외워놓고 훈련도 열심히 받으면 몸이 기억하기 때문에 뭐든 척척 하게 된다. 군생활 하는거 당당한 병장이 되는게 좋지 않은가. 6. 일이등병때 '나는 병장되면 썩은짓 안해야지...' '후임들 하나부터 열까지 잘 도와야지..'했던 마음이 사실 병장되면 잘 안지켜지더라. 무의식적인 보상심리 때문인지 몰라도 어떻게든 편하게 남은 군생활 할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후임들한테 나쁜짓 안하고 내 할거 잘하면 훗날에 후임들에게 좋은 선임으로 기억된다. 7. 전역 전날 후임들에게 '나 내일 집에 간다!!!!!!!' 하면서 큰소리 치고 기뻐하지만 막상 잠자리에 누우면 후임들과 이야기 하면서 지난 군생활의 추억 빠진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기억나더라. '진짜 내일 나 전역하는건가?' 이런 생각이 든다.처음 자대전입 온 날부터 해서 주마등처럼 기억들이 스쳐간다. 정말이다.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분명.. 그랬었다. 8. 후임들에게 뭐든 해주고 싶더라. 군생활에 대한 요령, 조언도 많이 해주고 싶고, 부모님이 면회나 휴가 나간다고 하면 전투복 칼같이 다려주고 전투화 불광 내서 번쩍번쩍하게 해서 말끔하게 보내고 싶고.. 그냥 해주고 싶었다.특히나 이등병때부터 같이 개고생한 맞후임은 더 애뜻한 뭔가가 있다.진짜 내 혈육같은.. 9.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군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떠나보내고..만남과 헤어짐이 일상처럼 반복되는 곳. 선후임으로 만나 낯선 관계에서 시작되어 정이 들고결국에는 그 정든 사람들을 떠나 보낸다.이제는 병장이 되어 내가 그 떠날 사람의 입장이 되니이제껏 내가 떠나 보낸 많은 사람들이 생각난다.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나는 그 선임에게 좋은 후임으로 기억될까..?''나는 남겨진 후임들에게 어떤 선임으로 기억될까..?''내가 떠나면 내 후임들은 잘지낼까..?''우린 서로 어떤 관계였을까..?' 10. 전역을 앞두고서야 '군대'라는 곳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고, 돌아보게 된다.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을 가지고 입대했지만, 결국은 이 삭막한 곳도 사람 사는 곳이더라.상하관계가 있지만 결국은 내 또래의 좋은 친구들이고, 서로 의지할 사람들이더라.총 쏘고, 수류탄 던지고, 기고, 구르고.. 나를 보호하고 내 가족들을 지키고, 적을 살상하는 법을 배우는 곳이지만TV를 보면서 아이돌에 열광하기도 하고 과자 내기, 아이스크림 내기 하나에 왁자지껄 웃음꽃이 피기도 한다. 어쨋든 서로 살 부대끼며 사는 곳이다. '그때 그 선임을 왜 속으로 욕하며 미워했을까?' '왜 후임한테 별것도 아닌 걸로 뭐라고 했을까?''다 똑같은 입장이고 똑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고, 곧 할 사람들인데..''왜 서로에게 상처를 줬을까?' 후회? 반성? 보람? 뭐 이런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11.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선임들, 좋은 후임들과 군생활을 재미있게 그리고 뜻깊게 했어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아쉽고 발을 떼기가 쉽지가 않더라.소대장님도 정말 좋으신 분이셨고, 소대원들과 끈끈한 유대감이 있었던 분이셨는데 그동안 수고했다고 안아주시는데 정말 눈물 터질뻔 했다. 중대 후임들과 인사 나누고 소대 후임들 한명씩 안아주면서 그동안 고마웠다고.. 고생하라고 말해주는데 생활관 문을 열고 나가기가 쉽지가 않더라.2년이란 시간을 보낸 이곳에서의 생활들이 마치 꿈인 것 마냥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그리고.. 위병소에서 마지막으로 바라보던 부대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살면서 앞으로 다신 올 수 없는 곳이겠지.. 안녕..' 전역 후 느낀점 일이등병때부터 하라면 못하겠지만 상병부터 1년의 군생활을 하라면 할 것 같다. 기꺼이.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진짜 돌아갈 수 있을것 같다. 가끔 잘려고 누우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진짜 내가 군대를 다녀왔구나...대단하다.''말로만 듣던, TV나 영화에서만 보던 군대란 곳을 내가 진짜 다녀왔구나...' 그냥 꿈인 것 마냥 신기하고 새삼스러울 때가 있다.그리고 가끔 사무치도록 그리울 때가 있다. 그냥 사소했던 모든게 그립더라.씻지도 못하고 야외훈련 받던 날들..다같이 모여 냉동 돌려먹던 PX..일과 받으며 아이스크림 내기하던 그 뜨거운 여름날..웃통 까고 알통구보 하던 뼛속까지 시리던 한겨울 아침..전술훈련때 텐트에서 벌벌 떨면서 잠 못 이루던 밥..경계근무 서면서 바라보던 별이 쏟아지는 고요한 새벽..굳은 다짐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걷던 행군길.. 허름하고 볼품없지만 내 손때 묻은 관물대.. 취사반 지원가서 생전 안해봤던 주방일들..아침부터 해 떨어질때까지 정신없이 하던 삽질들..주말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연병장 뛰어다니며 하던 군대축구..소대장님이 치킨 시켜줘서 했던 소박하지만 마음만은 넉넉했던 소대회식..몸짱되겠다며 구슬땀 흘린 허름하기 짝이 없던 군대 헬스장..짬통에 짬 버릴때 주위에서 기웃거린던 고양이 일명 '짬타이거'도..샤워한다고 사내놈들 바글바글하던 샤워장도.. 맛없다 징징거리던 짬밥도.. 붙잡고 놓을줄 모르던 군대전화기도..아침 기상나팔소리도..옆으로 쪼로록 누워 살부대끼며 잠들던 딱딱한 나무침상도.. 사소한것 하나하나 마치 어제일 마냥 다 기억나면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기 때문에 참 그립더라.별거 아닌게 아니였기 때문에.. 소중했기 때문에 기억나는거겠지. 군대는 특별한 곳이다. 특수한 곳이라 특별한게 아니라, 20대에 2년이란 시간을 보내며 값지게 흘린 나의 땀이, 나의 청춘이 녹아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리고 '군대'라는 '연결고리'가 없었다면 전국 팔도에 흩어져 서로의 존재를 모르며 살아온, 어쩜 앞으로도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살았을 또래의 좋은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에.. 잘 먹고 잘 사냐 다들..? -상기내용은 각자의 입대년도와 경험, 각 부대사정에 의해 다를 수도 있음- 마지막으로 현역장병 동생들.. 지금 이시간에도 수고들 많습니다.하지만 요즘 우린 당신들의 수고로움을 접하기는 커녕 외면속에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어 상처주고 아파하는 모습을 봐야 했습니다.군대에서 좋은 시절을 보냈던 내가 요즘 뉴스들을 접하면괜히 미안한 마음까지 듭니다. 왜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나요? 무엇이 서로를 어긋나게 했나요?누가 당신에게 낙인을 찍었으며, 무엇이 당신을 외롭게 했나요? 예비역 선배, 인생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은..두번 다시 오지 않을 진푸르고, 찬란한 추억으로 남아야할 그대들의 청춘이훼손되고 찢겨져 평생 지워지지 않을 깊은 상처, 아픈 기억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조금 더 나를 돌아보고,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배려하고,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서로를 아껴주세요. 현역장병 동생들 덕분에 우리는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