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하정우
여름 방학
딱히 갈곳도 없고 딱히 할일도 없이 집구석에서 엉덩이를 긁고 있던 게녀는
집 앞 슈퍼에 갔다가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구인지를 보게 되는데.....

개꿀
이것은 나를 위해 만들어진 개꿀알바
그렇게 게녀는 개미슈퍼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는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다음 날 수상한 손님이 슈퍼에 들어온다.

"던힐 레드 한 갑이요"
".........."
어디 똥돼지 축사에서 구르다 오셨나
흙가루 범벅이 여기저기 찢어진 셔츠에 얼굴은 상처 투성이에 담배 냄새를 풀풀 풍기는 남자
촉이 안 좋아.....
위험한 놈이라는 신호를 감지한 게녀는 그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못하고 그를 관찰하기 시작하는데....

".........? 뭐해요 담배 달라니까?"
"네? 아 네네네네 담배가....담배가 어디 있더라?"
당황한 게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게녀에게로 손을 뻗는 남자
쫄보 게녀는 눈을 질끈 감고 부들부들부들 떠는데.........

"계산해주세요"
눈을 뜨자 남자가 게녀의 뒤 편에 놓여 있던 담배를 직접 집어 계산대 위에 올리고 지갑을 열고 있었다.
.........멀쩡한 사람 오해했네 이 멍청한 년............
삑
"4000원입니다....."
"아르바이트 처음인가봐요?"
"아....네...하하....."
"몇 시까지 일해요?"
"네? 열시까진데요....."

"그래요? 밤길 조심해요"
섬뜩
밤길 조심해요
밤길 조심해요
밤길 조심해요
밤길 조심해요
그렇게 쫄보 게녀는 수상한 남자가 슈퍼 문을 열고 나갈때까지 정신줄을 놓고 있다가
뭐에 홀린듯이 전화기를 들고 익숙한 세글자를 누르게 된다

그 날 밤 인근 파출소
"그러니까 정확히 무슨 일로 신고가 들어왔다구요?"
"이 양반아 당신이 개미슈퍼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선량한 아가씨한테 밤길 조심하라고
협박했다면서. 이 사람 아주 웃기는 사람이야. 가뜩이나 요즘 치한 범죄 때문에 죽겠구만. 얼른 진술서 써요"

"아 나....진짜 미치겠네 그 얼빵한 알바생...."
"어서 쓰라니까!!!!"
"네네 씁니다 써요 여기 인주 어딨어요?"
한 달 후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 현금으로 받은 월급 봉투를 쥐고 신이 난 게녀가
슈퍼 문을 열고 나오는데......
"어 오랜만?"
섬뜩
달린다 나는
지구 끝까지
잡혔다 나는
30초만에

"아이구 힘들어 이런 날다람쥐 같은 아가씨를 봤나"
"어...엉어어엉....살려...주세요......"
"뭐라고?'
"가진거 다 드릴게요 허어어엉 저 돈 많아요....다 가지시고 살려주세요!!.....헝헝"
"아니...이 사람아 진정하고 이거나 봐"
극한의 공포에 월급 봉투까지 내던지고 눈물 콧물을 질질 흘려대는 게녀를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남자가 게녀의 손에 억지로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대검찰청 검사 하정우
"........검사?.........아저씨 검사에요...? 살인마가 아니라?"
"살인마 같은 소리하네 이 새끼 너 몇살이야 너 고딩이야?"
"아닌데요.....저 스무살인데요 흐에에엥"

"참 나... 이 근방에서 치한 범죄 증가해서 밤늦게 퇴근한다길래 밤길 조심하랬더니
무고한 검사를 신고 해? 너 임마
내가 우리 나라에서 몇 안되는 현장을 직접 발로 뛰는 공직자야. 어떻게 책임질래?"
-
B. 임시완
게녀는 요즘 제일 핫하다는 인기 배우 임시완과 4년째 비밀 연애중이다.
임시완이 소속되어 있는 왕대박 엔터테인먼트에서 소속 연예인의 공개 연애 금지라는 계약 조항이
있기도 했고 여자들의 이상형 스타 1위로 인기 고공 상승 중인 그를 위한 배려였다.
하지만 그의 인기가 올라가고, 스케줄이 늘어날수록 연락 횟수도 만남 횟수도 급격히 줄어갔고
게녀는 사무치는 외로움에 시달린다.
이것은 솔로도 아닌 것이 커플도 아니며,
데이트는 커녕 티비에서 그의 얼굴을 보는 일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러다 어느 날, 티비에서 여자친구가 있냐는 리포터의 물음에 그는
"음.....현재는 연애보다 연기에 충실하고 싶네요. 팬 여러분들이 충분한 사랑을 주시니까요
크게 연애하고 싶다, 그런 생각은 안 들어요"
물론 짜여진 질문에 짜여진 대답을 한 것 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쭈구리 게녀는
소주와 새우깡으로 밤새 눈물로 지새우다 그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읽씹
개상처
그래 난 그 정도의 존재였구나
울고 불며 술로 밤을 지새우기를 여러 날이 지나고 게녀는 문득
호모 사피엔스와 다를 바 없는 자신의 몰골을 보고
그를 잊기로 결심한다.
머리를 자르고 번호를 바꾸고.......
번호를 바꾸기 전 날 새벽 그에게서 걸려와 있던 부재중 전화 1통이 무척 신경쓰였지만
그를 잊고 지내기로 한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고 연말이 다가왔다. 게녀가 일상으로 돌아왔을 무렵,
우연히 켠 티비에서 시상식이 한창 이었다.

너무나 보고 싶었던 얼굴이지만 애써 외면해 왔다.
조금 야윈 것 같았지만 여유 있어 보이는 모습.
그는 최근 종영한 작품의 성과가 좋아서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까지 올랐다고 했다.
데뷔초에 비해 몸값이 20배나 뛰었다는 소식들이 포털 사이트의 연예 뉴스 기사면을 온통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 넌 반짝반짝 빛나는 게 어울려

멍하니 그가 카메라에 잡힐 때마다 바라보고 있는데
어느새 최우수 연기상을 발표 할 차례가 되었고 게녀는 그의 수상을 빌었다.
그리고
"네 정말 쟁쟁한 후보분들이신데 과연 어떤 분이 수상하게 될까요?
최우수 연기상 수상자는요, 치킨은 진리다의 임시완씨 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역시나 그의 수상.
게녀는 티비를 보며 그에게는 들리지 않을 박수를 쳐주었다.

"감사합니다. 사실 수상 소감을 준비 못했는데
먼저 부모님과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에게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고....
그리고 김뽕뽕 감독님과 고생하셨던 스텝 분들, 작품을 함께 했던 동료 연기자분들,
선배님들, 치킨은 진리다를 관람해주신 관객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의 노력과 희생과, 사랑으로 이 자리에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하고
이 자리에 와주신 팬분들께도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네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끝날때마다 그의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그는 묵묵히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가 잠시 숨을 돌리고 입을 열었다.

"방송을 보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제가 힘들고 지칠때마다 변함없이 4년 동안 제 곁을 지켜 준.......
사랑하는 제 여자친구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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