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의 사소한 말다툼 후 남자친구에겐 말도 않고 친구들을 만났다.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며 저녁을 먹다 보니 술은 점점 많이 들어가고 정신은 흐릿해졌다. 다들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노래방으로 향했고 한참을 놀다 보니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가고 싶지가 않은데. 결국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나와 a라는 남사친. 꾸벅꾸벅 조는데 a가 노래를 껐다. 좀 잘래?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핸드폰 액정은 남자친구의 계속된 문자와 카톡으로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a가 한숨을 쉬더니 내 핸드폰을 가져가 문자를 열었다.
[저 얘 친구 a인데요 얘 지금 취해서 꽐라예요 좀 재우고 보낼게요]
a가 문자를 보내기 무섭게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고개를 푹 수그렸다. 머릿속이 아득했다. a는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익숙한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 송중기
"걔 나 없으면 못 자는데. 재워도 내가 재울 테니까 그쯤 하고 택시 태워 보내세요."
a는 짤막하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받기 전보다 한층 더 난처해진 표정이었다. 들었지? 니 남친 엄청 화났다. a는 나를 일으켜 세운 뒤 콜택시를 불렀다. 든 것도 없는 가방을 어깨에 메고 비틀비틀 노래방 밖으로 나갔다. 나는 a에게 고맙다고 말한 뒤 택시를 탔다. 취하긴 어지간히 취했는지 주소도 두 번이나 번복해야 했다.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냉랭한 표정의 그가 택시 문을 열고 계산을 치른 뒤 나를 끌어내렸다. 난 죽었다. 두 눈을 질끈 감는데 그가 나를 푹 끌어안았다. 그의 커다란 손이 내 머리를 헝클었다.
"죽을래? 사람 불안하게. 내가 니 전화로 외간 남자한테 문자를 받아야겠냐?"
나는 그의 가슴팍에 닿은 머리로 열심히 도리질했다.
"솔직히 진짜 화나는데. 일단 좀 재우자. 피곤하지? 업어 줄까?"

2. 유아인
" 어이가 없네. 거기가 누구 안방이야? 재우긴 뭘 재워. 주소 찍어서 문자 보내세요. 진짜 개같으니까 나 도착했을 때 니 얼굴도 안 보이게 해."
성질 나쁜 내 남자친구는 그렇게 쏘아대고선 멋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야 니 남친 진짜 무섭다. a가 질린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보더니 문자 메시지에 위치를 적었다. a가 먼저 자리를 뜨고도 십 분이 지난 후에야 그가 도착했다.
"일어나."
그러면서 그는 나를 우악스러운 손길로 일으켰다. 내 손목을 붙든 손에 강한 압력이 실려 있었다. 그는 미간을 좁힐 대로 좁히고서는 나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너 내가 쉬워? 아님 우스워? 내가 너한테 이것밖에 안 돼?"
화난 표정과 차가운 말투와 달리 상처받은 눈빛이었다. 나는 그게 아니라고 말하면서 벽에 바싹 붙었다. 그와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나는 잡힌 손목을 풀어내려 했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더 힘을 세게 주는 바람에 아릿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니 친구인지 나발인지한테 질투해야 된다는 거 상당히 같으니까 나 좀 빨리 달래. 안 그러면 나 지금 이 상태에서 내 마음대로 할 거야."

3. 박해진
"나 그쪽한테 전화 건 거 아닌데. 핸드폰 주인 좀 바꿔 주시죠. 계속 그쪽 목소리 듣고 있으면 욕이라도 나올 것 같아서."
잠자코 듣고 있던 a가 내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나는 혀꼬인 말투로 되도 않는 말만 반복했다. 어디냐고 묻는 물음에 대충 대답을 한 뒤 전화를 끊었다. a는 먼저 일어났고 약 십 분이 흐른 뒤 그가 도착했다. 벌컥 열린 문 틈으로 그의 굳은 얼굴이 보인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느릿느릿 눈을 감았다 떴다. 그가 내 옆자리에 앉더니 내 얼굴을 양 손으로 감싸 쥐었다. 한참의 침묵 뒤에야 그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예쁘게 꾸미고 나간 거면 내가 더 화나잖아."
나는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푹 숙였다.
"이런 식으로 사람 걱정시키는 건 반칙이야. 알아들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커다란 손이 정수리 위로 올라왔다. 이제 집에 가자. 응. 머리 위에 머물렀던 그의 손을 내려 내 손과 맞잡았다.

4. 공지철 (공유)
"그래서 거기 어디라고. 요점만 말해."
a는 이곳 위치를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가 도착한 건 십 분이 지난 후였다. a는 진작에 자리를 뜨고 없었다. 한 눈에 봐도 그는 화가 난 표정이었다. 나는 자꾸 감기려는 눈을 애써 뜨려고 노력하며 그를 올려다봤다.
"오빠가 다른 건 다 참아도 딴 새끼랑 같이 있는 건 못 참는다 했지. 겁도 없이 남자랑 단 둘이서 노래방에 있어? 이게 , 진짜."
나는 느릿느릿 눈을 깜빡였다. 알 수 없는 서러움에 눈물이 밀려왔다. 원래 술이 들어가면 눈물도 쉬워지는 건가. 주책 없이 엉엉 우는데 그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뭘 잘했다고 울어 니가."
그 말에 나는 더 크게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한숨을 푹 쉰 그가 내 옆자리에 앉더니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러고선 내 등을 가만히 토닥이는 것이었다. 나는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쌌다. 그가 나를 핀잔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팔에 좀 더 힘을 주었다. 숨이 막힐 법도 한데 그는 별다른 짜증도 내지 않았다.
"정말, 내가 너 때문에 제 명에 못 죽겠다..."
그런 말을 하면서 내 머리를 쓸어내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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