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놉.
= 서울, 한 달에 1~2번 꼴로 일정하게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시체들은 하나같이 깔끔한 상태임.
단, 한 가지 이상한 점은 항상 시체들의 왼쪽 발목에 면도칼로 새긴 것이라 추정되는 듯한 자음이 있다. 그 자음은, 'ㅈ'.
경찰은 살해 동기를 알 수 없는 이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그리고 그들이 찾는 살인자는 서정후(지창욱), 정후는 자신이 만든 비밀 공간에서 자신의 연인인 채영신(박민영)과 함께 살고 있다.
정후는 본래 그 누구보다 다정하고 반듯한 사람이었으나, 자신의 배경때문에 영신이 납치되고 죽게 될 뻔한 이후부터 영신에 대한 집착이 심해졌다.
그 집착은 이루말할 수 없이 커지고 커져, 영신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끼치는 사람은 전부 죽이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잔인한 살육이 지속적으로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그의 꼬리가 잡히지 않는 이유는,
정후가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재벌 그룹의 막내 아들이라는 배경때문이었다.
이 수상한 사건은 경찰청 상부에서 그냥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수 많은 살인 사건 중 하나.' 라며,
범인을 찾을 수 없는 영구 미제 사건으로 급하게 마무리 지으려했다.
그러나 사건 담당 형사는 상부의 행동을 이상히 여기며 사건을 은밀히 추적한다.
그리고 정후와 함께 살고 있는 영신은 정후와 헤어질 수가 없었다.
자신이 도망가도 정후가 자신을 어떻게 해할거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죄책감 때문이었다.
자신이 위험에 처한 이후, 그 누구보다 따뜻했던 정후를 살인자로 만든게 바로 본인이었으므로.
go astray
: 엇나가다, 타락의 길을 걷다.
한 달에 최소 한 명은 죽이고 돌아오는 그.
코트 안 쪽에 피를 묻히고 돌아온 정후에게서는 독한 피냄새가 진동을 했지만, 그는 살인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해사하게 웃으며 영신에게 인사를 한다.
그러나 영신은 이미 짙게 풍기는 피냄새에 반사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며, 한 발 다가오는 정후에게서 멀어지려 뒤로 한 발 물러난다.
그런 영신의 행동에, 정후가 멈칫한다. 그리고 웃음기가 서서히 가시는 그의 표정.
정후는 화가나면 눈꺼풀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그 감았다 뜬 눈은 숨이 막힐 듯이 싸늘했다.
정후가 화가 난듯, 눈꺼풀을 느리게 감았다가 뜨며 영신 쪽으로 다시 발걸음을 떼자, 물러나지 않으려고 했던 영신은 그의 식은 표정과 눈동자에 저도 모르게 또 뒤로 주춤한다.
이제 정후는 완전히 무표정이 됐고, 서늘하지만 다정하게 영신에게 물었다.
"왜그래?"
그 다정한 서늘함이 소름끼치게 무서웠다.
영신은 애써 웃으며 주방으로 향했다. 떨리는 목소리가 간신히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저녁, 안먹었지? 저녁 먹자."
꿈틀, 하고 정후의 눈썹이 움직인다. 영신은 떨리는 손으로 전기레인지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식탁을 셋팅하려 식기를 꺼내며, 속으로 몇 번이나 주문을 외우듯 되새겼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하고, 몇 번이나.
그러나 두려움에 떨리던 손은 식기를 놓치고 말핬고, 쨍! 하고 식기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굳어버린 영신.
정후는 바닥에 깨진 식기로 차게 식은 눈동자를 떨구었다가 다시 영신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이제 영신은 눈에 띄게 떨고 있었다.
'하-' 하고 찬 한숨이 정적을 깬다.
" ‥ 왜그래, 영신아."
밖에서 들어온지 얼마 되지않은 그에게서 아직 찬 기운이 풍겼다. 정후는 깨진 식기 옆으로 굳은 영신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눈은 차게, 목소리는 다정하게 말한다.
"왜 떨고그래."
그의 큰 손이 영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어느새 영신의 눈동자 위로 물기가 어려있었고, 영신이 눈을 꾹 감았다가 뜨자 굵은 눈물 방울이 비처럼 쏟아져내렸다. 그리고 정후와 눈이 마주쳤다.
정후의 서늘한듯 다정한 눈동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왜 우는건데.' 라고.
그 시선에, 목이 막혀 목소릴 낼 수 없던 영신이 다시 아래로 눈동자를 떨어뜨리며 천천히 목소릴 낸다.
"정후야 ‥"
그가 다정하게 대답한다.
"응."
영신이 입술을 깨물며 눈을 꾹 감고 다음 말을 이어낸다.
"우리, 잠깐만 떨어져 있으면 안돼?"
영신의 말에 정후가 인상을 찌푸린다. 잠시 말없이 영신을 물끄러미 보던 정후는, 곧 표정을 풀어내고 자신의 커다란 품 안으로 영신을 끌어안았다.
피냄새가 더 진하게 영신을 뒤덮었다. 그리고 속으로 다시 주문을 욌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 하고.
정후는 그런 영신의 자그마한 뒷통수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 마음대로."
낮고 차갑게 돌아오는 그 목소리에, 영신은 체념한듯 깊게 눈을 감았다.
이런 대답이 돌아올걸 알았던 건지 아니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정후의 손길이 다행히도 아직 예전과 같다고 느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신은 떨리는 몸이 그제야 진정이 된듯, 정후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그의 품에 안겨 두 손으로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 행동에 정후가 그제야 다시 다정하게 웃었다. 그리고 정후에게 안긴 영신의 귓가로, 정후의 애정 가득한 목소리가 가만 가라앉아왔다.
"사랑해, 영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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