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현우
"누나 누나. 여기 좀 봐봐요! 어, 아싸 찍었다!"
"어?"
"누나 사진 득템! 잘가요!"
하고 투다다다 뛰어가는 현우를 잡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뛰어가는 나.
"야, 너 거기 안서?!"
같은 학교 같은 동아리 후배. 유난히 동아리 첫 시간부터 나한테 번호도 따가고 매일 매일 밤새 카톡으로
'누나 뭐해요.'
'누나 자요?'
'잘자요 누나.'
같은 카톡을 매일 주고 받는 사이. 가끔씩 체육시간이 겹쳐서 운동장을 같이 쓸 때는 축구 좋아하는 녀석이 꼭 내 옆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다. 이런저런 얘기 하면서 떠들다가 저 멀리서 선생님이 이리 안오냐고 야단을 칠 때면,
"아, 씨 또 걸렸다. 누나 저 가볼게요! 이번 시간 끝나고 매점으로 와요! 꼭!"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만날 구실을 만드는 녀석.
체육시간이 끝나고 교실로 올라갔다가 문득 현우와의 약속이 생각나서 서둘러 매점으로 내려가면
매점에서 산 빵에 열심히 뭔가 끄적끄적 적고있는 녀석.
뭐하냐는 나의 말의 말 없이 놀란표정으로 빵을 품에 한 아름 안겨주고나서
"맛있게 먹어요 누나~ 누나 혼자만 먹기~"
말한 뒤, 혼자서 투다다다 하고 뛰어간다.
뭔가 적혀져있는 빵을 보면 '게녀누나꺼♡현우' 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자 나는 썸을 타고 있던 같은 반 남자아이와 결국 사귀게 되었고,
매일 매일 오는 현우의 카톡이나 연락도 자연스럽게 멀리 하게 됬다.
그렇게 며칠을 현우의 연락을 피하게 되자, 결국 어느 날 체육시간,
나는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결국 교실로 올라가게 됬고,
교실로 올라가는 동안 현우와 복도에서 마주치게 됬다.
"누나."
"어, 현우야 너네반 지금 수업인데…."
운동을 좋아하는 녀석이 체육복으로 갈아입지 않았다.
수업 이라고 말하기도 전에, 현우는 나의 손을 잡고 비어있는 우리반 교실로 데리고 갔다.
"현우야 잠깐……."
빈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앞에 세우고 나를 내려다본다. 그래서 나는 덕분에 나보다 키가 한 뼘이나 큰 녀석의 얼굴을 올려다 보게되었다.
"……누나 남자친구 생겼던데요?"
"…어 그게 저기."
"저 많이 귀찮았죠?"
어떻게 해야하나, 분명 나보다 나이가 어린 녀석인데 왜 이렇게 겁이 나는 건지 모르겠다.
현우야 그게. 그게 있잖아. 라고 말을 하는데 갑자기 내 손목을 잡더니 벽으로 몰아 세운다.
"그게 아니라……."
라고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괜시리 이 아이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닌지. 너무 미안했기 때문인지.
이 아이의 마음을 알면서 모른척 한 내 잘못이겠지만,
"누나 맨날 제 연락도 다 씹고 그런게 남자친구 때문이였겠네요?"
"………."
"대답을 왜 안해요. 맞아요? 얼마나 귀찮았을까 그쵸?"
"………."
"아, 맞나보네."
"……미안."
"제가 누나 좋다고 표현했던거 전부 그렇게 티가 안났어요?"
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어떻게든 해명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 너무 어리게만 봤던 탓 인지.
사실 너를 이성으로 생각해 본 적 없었다고. 미안하다고. 말을 해야하는데
이상하게 벌려진 입술 사이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됐고."
라고 말을 마친 채, 현우는 거리를 점점 더 좁혀왔다.
"그렇게 티가 안났다면 지금이라도 티나게 해줄게요."
2. 오세훈
"게녀야, 오늘 뭐해?"
"아 세훈 오빠."
같이 알바하면서 알게 된 사람이자 같은 학교 선배.
잦은 진상손님들이 나한테 뭐라고 할때마다 오빠가 와서 다 처리해준다.
"오늘 시간 돼?"
"……아, 저 오늘은 선약이."
"아… 아쉽다 그럼 다음에는 꼭 시간내줘."
"그럴게요~"
"와 김게녀 근데 오늘따라 더 예쁜데?"
"아하하, 고맙습니다. 근데 안예뻐요!"
"아니야 게녀야. 너 정말 예뻐."
"오빠도 참, 에휴 이만 가볼게요~"
"벌써가게? 데려다 줄게."
"괜찮아요~"
선약은 바로 오늘은 썸남이랑 만나기로 한 날이였다.
오늘을 계기로 썸남이랑 더 잘되야지. 싶은 마음에 더욱 한 껏 꾸미고 갔다.
알바가 끝난 후, 데려다준다는 세훈오빠의 말에 괜찮다고 애써 거절하고
썸남과 즐겁게 데이트를 했다.
썸남과의 시간은 정말 행복했고, 그것을 빌미로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남자친구가 생긴 지 며칠이 지났을까, 나는 묘하게 세훈오빠와 대화를 하지 못했고
알바가 끝난 후, 데리러 온다는 남자친구의 연락에 나는 퇴근시간에 맞춰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저 이만 퇴근해볼게요~"
라고 신발을 톡톡 신고 있는데, 세훈오빠가 며칠만에 내게 말을 걸어왔다.
"게녀야 잠깐 오빠 좀 봐."
"네?"
"잠깐이면 돼."
"오빠 저 지금은 안되고 나중에.."
"오빠 말 안들으면 화낸다."
결국 세훈오빠의 목소리가 낮아짐과 동시에 나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남자친구에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문자를 보냈다.
"남자친구?"
"네? 아, 네."
나를 가게 뒤 편 골목으로 데려간 오빠는 나를 앞에 세우고 말 없이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처음보는 오빠의 담배피는 모습에 나는 당황했고 곧 이어 물어봤다.
"오빠 담배펴요?"
"왜, 피면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건강에 안좋으니까.."
라고 말하자마자 불이 붙기도 전에 담배를 바로 버리더니 새담배를 짓밟았다.
"게녀야."
"네?"
"오빠가 말 잘 들을 수 있어."
"무슨..."
"그냥 차라리 오빠 옆에 있으면 안돼?"
순간 소름이 돋았다. 오빠가 나한테 왜 그러는 건지. 나한테 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오빠 저 진짜 빨리 가봐야해요 다음에 다시. 날 밝을 때 얘기해요 다음.."
"또 다음에 라면서 도망치네."
"아니 그게.."
"아까 오빠가 말했지."
"....네?"
"오빠 말 자꾸 안들으면 오빠 화낸다고."
"오빠."
갑자기 피식 웃으면서 내게 다가온다. 나는 뒷걸음질 칠 수도 없고 그냥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에 등을 돌렸지만, 이내 손목이 잡혀버렸고, 오빠는 쉽게 날 놔주지 않았다.
"오빠 제발.."
다정했던 그는 없어졌다. 그리고 다정하지 않은 그의 낮은 목소리만 내 귓가에 맴돌았다.
"지금부터 오빠 잔뜩 화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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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지구 진짜 ㅈ된것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