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학과 기하학의 어원

대수학을 뜻하는 영어 algebra는 바그다드 수학자 알 콰리즈미(Abu Ja'far Muhammad ibn Musa Al-Khwarizmi, 780?-850?)가 쓴 대수학 책 Hisab al-jabr w'al-muqabala(820)의 일부분인 al-jabr(알 자브르, 영어 reunion에 해당)에서 나온 것이다. al-jabr는 이항해서 같은 문자끼리 모으는 것을 뜻하고 al-muqabala(알 무콰발라, 영어 reduction에 해당)는 같은 항을 소거하는 것, 다시 말해 동류항의 정리를 뜻한다. 즉 책 제목은 방정식의 해법을 나타낸 것인데, 라틴어로 번역되어 읽히는 과정에서 원제 중 일부분만이 남았고 이것이 수학 분야의 명칭이 된 것이다.
대수학의 어원이 아랍어 문헌 제목이라는 것은 고대 그리스 수학에 뿌리를 둔 유럽 고전 수학에서 대수학이 수학의 중심 과제, 또는 독립된 분야로 인정받지 못했고 오랫동안 그런 경향이 지속되었음을 시사한다.

일찍이 피타고라스(Pythagoras of Samos, B.C. 569?-B.C. 475?) 학파에게도 대수학은 기하학을 연구하는 보조 수단에 불과했고, 그런 경향은 유클리드(Euclid of Alexandria, B.C. 325?-B.C. 265?)가 ≪기하학원론≫(Euclid's Elements: 이하 ≪원론≫)에서 세운 공리주의적 방법론이 수학의 기본이 되면서 더욱 굳어진다. 예외라면 기원후 3세기에 방정식과 산술에 관하여 많은 연구를 한 '대수학의 아버지' 디오판투스(Diophantus of Alexandria, 200?-284?)가 있으나, 당시 유럽 수학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아랍어로 번역되어서 아랍인들에게 수용되었다가 역수입되는 과정을 거쳐서야 조명받게 된다.
algebra의 번역어로 만들어진 한자어 代數學은 수를 x, y와 같은 문자로 대체하는 연산이라는 뜻이다. 영국 선교사 알렉산더 와일리(Alexander Wylie, 1815-1887)가 서양 수학 책을 번역한 ≪수학계몽≫(數學啓蒙, 1853)에서 代數를 algebra의 번역어로 처음 사용했고, 代數學은 와일리가 중국 수학자 이선란(李善蘭, 1811-1882)과 함께 번역한 드 모르강(Augustus De Morgan, 1806-1871)의 Elements of Algebra(1835)의 중국어판 제목으로 쓰였는데 와일리는 이 책 서문에서 서양식 방정식 해법을 가리키는 기존 용어인 차근법(借根法: 직역하면 '근을 빌려쓰는 법'으로 구하려는 수를 문자로 '빌려쓰고' 연산을 하는 것을 말한다) 대신 대수학이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하학을 뜻하는 영어 geometry는 그리스어 geometria(게오메트리아)에서 나온 것이다. 이 단어는 geo(땅을 뜻하는 ge에서 나옴)와 metria(재다)가 합쳐진 것으로, 여기서 기하학의 발단이 토지 구획, 측량과 같은 실용적인 목적과 관련이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geometry의 번역어로 한자어 幾何가 쓰인 것은 ≪원론≫ 13권 중 1∼6권을 이탈리아 선교사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1552-1610)와 서광계(徐光啓, 1562-1633)가 번역한 ≪기하원본≫(幾何原本, 1607)이 처음이라고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 일본 수학자가 geometry의 geo(지오, 일본어로는 ジオ)를 가차 표기한 것이 幾何라는 의견을 내놓았고, 이 견해를 따르는 문헌이나 인터넷 사이트도 보이나 근거가 희박하다. 우선 幾何의 중국어 발음은 ji1he2(지허)로 영어 geo와 별로 비슷하지 않다. 억지로 비슷하다고 친다 해도, 이 시기는 지금처럼 영어가 국제어로 통용될 시기가 아니고 ≪원론≫을 이탈리아 선교사가 소개했으므로 수학 용어도 영어가 아닌 라틴어나 이탈리아어로 수용되었을 것이다. 라틴어와 이탈리아어에서는 geo를 각각 '게오', '제오'로 읽기에 geo를 가차 표기한다면 이 발음을 바탕으로 했어야 한다.

더욱이 幾何는 본디 '얼마'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한자어로 ≪기하원본≫에서 새로 만든 단어가 아니다. <기미독립선언문> 중 "民族的(민족적) 尊榮(존영)의 毁損(훼손)됨이 무릇 幾何(기하)며"와 같은 의미이다. 원래 쓰던 어휘를 가차 표기에 동원해서 혼란을 낳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도 geo(지오) 가차 표기설은 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
외국어대학교 박성래 교수는 幾何가 ≪구장산술≫(九章算術)과 같은 고대 수학서에서 따온 표현이라고 보고 있다. 고대 중국 수학서는 주된 활용 유형을 실은 문제집과 같은 형태로 대부분 幾何, 즉 "…은 얼마인가?"와 같은 형태로 끝나고 있는데 이 표현은 기하학 문제에만 국한해서 쓰이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幾何의 원래 의미와 서양 수학의 근본으로서 ≪원론≫의 위상을 감안하면, 서광계의 ≪기하원본≫에서 기하는 '얼마'를 연구하는 학문(또는 기술), 즉 수학 일반을 가리키는 의미로 쓰였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18세기에 나온 수학 책 중에도 도형과 직접 무관한 문제에 기하학이라는 용어를 쓴 책이 있음을 본다면, 기하학이 지금과 같은 의미로, 즉 대수학, 해석학 같은 다른 수학 분야와 구분해서 도형을 연구하는 학문을 나타내는 용어로 굳어진 것은 19세기에 들어서라고 추정된다.
http://tip.daum.net/openknow/3907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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