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여수밤바다 piano+빗소리]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붙잡아
온 적 없는 마음을 고즈넉이 기워
그 위로 감히 제 이름 석 자를 적습니다
본디 미련이란
받은 적 없는 마음에서 자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니
제발 찢지 마시고
모르는 척
희망고문 해주십사 빕니다
희망고문 해주십사 / 난필 ─2015.07.04
시인은 죽어서
활자가 된다
평생 자신들이 쓰던 시 속의
한 글자 한 글자가 되어
영생을 살고야 만다
시인은 죽어서
진정 시인詩人이 된다
죽은 시인의 사회 / 난필 ─2015.07.18
잊어야만 살 수 있다면
새까맣게 잊어도 좋고
가끔 추억이 그리울 때면
다른 여인네 사진 한 장 꺼내도 좋은데
그래도 이것만은 기억해주길
잊지 말라고
그래도 역시 잊어야 한다고
그래도 그래도 아니 잊는 게 좋다고
차마 웃지는 못하던
그런 소녀 하나 있었다고
새하얗게 사라질 쯤 기억해주길
잊지 마 / 난필 ─2015.08.02
큰 꿈이 버거워 조금씩 흘려내기로 했다
생살 같은 꿈을 쥐어뜯어 허공에 던지자
떨어진 꿈의 조각들은 흐르지 못하고
다른 주인을 찾아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고여 썩어나갔다
더 이상 나와 이어진 꿈도 아니건만
덩달아 썩어버린 손끝에 적막이 흐른다
생살 같은 꿈 / 난필 ─2015.07.31
못난 자식을 낳은 죄가 그리도 커서
우리 어매는 빛 한번 되어보지 못하고
빛보다 무거운 빚에 떠밀려
관으로 땅으로 끝으로
처음 흐르는 물처럼 구불거리는 길로 갔다
그래도 그래도
못난 자식 귀하다고
죽어도 시원찮을 자식 곱다고
우리 어매는 빛보다 환한 웃음으로
그래도 그래도
너는 내 자식이니
남의 기에 눌려 죽지 말고
네가 원하는 빛을 따라 살라고 하신다
내가 원하는 빛이
우리 어매인줄은 꿈에도 모르시고
하냥 웃고 살어라 하신다
못나도 자식이라고 / 난필 ─201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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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입니다! 혼자 시를 짓는게 취미인데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올려봐요.
난필은 제 필명이랍니다!
그럼 모두 좋은 밤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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