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교수 111명이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백지화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9일 성명에 참여한 교수들은 "사실 오류와 편향성을 극복하는 것과 교과서를 국정화해 역사지식을 정부가 독점하는 것은 물과 기름처럼 결코 섞일 수 없는 관계"라며 국정화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다름을 오류라 정죄하며 과거 유신 시절의 국사 교과서 국정화로 되돌아가려는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행태에 우리는 할 말을 잊게 된다"면서 "획일적 국정교과서로 어떻게 나라의 장래를 책임지려 하는지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일을 친일이라 하고, 독재를 독재라 하는 것이 어찌하여 사실에 반하는 오류가 되고 이념 편향이 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시대착오적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즉각 중단하고, 사회 양극화와 청년 실업 등으로 갈수록 곤궁해져만 가는 민생을 챙기는 데 역량을 집중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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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정부는 유신의 망령을 깨워 나라의 장래를 망치려 하는가"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는 중앙대 교수 선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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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역사학계와 교육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역사적 사실의 오류와 이념적 편향성을 바로잡겠다는 주장인데, 일제가 한국병합을 비판한 기존 역사서를 대신해 '공명적확한' 역사서를 편찬하겠노라 강변한 과거의 한 장면이 떠올라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오류와 편향성을 극복하는 것과 교과서를 국정화해 역사지식을 정부가 독점하는 것은 물과 기름처럼 결코 섞일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뜻을 같이 하는 중앙대 교수들은 교과서 국정화의 부당성을 거듭 강조하며 그 조속한 철회를 촉구하고자 한다.
1. 교과서 국정화는 탈산업사회 추세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정책이다.
세계화와 정보화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회 안전망의 확보와 국가 경쟁력의 강화가 한국사회의 선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양성의 조화와 창의성의 발휘는 그러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가치 덕목이다. 그래서 현 정부조차 지식기반 경제성장 모델로 창조경제를 부르짖고 있다.
그런데 국정교과서를 통한 획일적인 역사교육이라니, 앞으로 나아가기도 바쁜데 다름을 오류라 정죄하며 과거 유신 시절의 국사 교과서 국정화로 되돌아가려는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행태에 우리는 할 말을 잊게 된다. 극우의 깃발을 높이든 일본의 아베 정권조차 거론하지 않는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버젓이 내놓고 있으니 말이다. OECD 여러 국가들이 교과서 검인정제를 넘어 자유발행제로 나아가며 창의적 교육을 선도하는 마당에, 정부는 획일적 국정교과서로 어떻게 나라의 장래를 책임지려 하는지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2. 정권 입맛에 맞춘 국정 교과서의 편찬은 국가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유린하는 폭거다.
무릇 교과서는 해당 학계의 공론장을 통해 걸러진 주류 의견을 중심으로 서술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권력을 동원해 힘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대한민국 헌법이 표방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다. 우리는 친일을 친일이라 하고, 독재를 독재라 하는 것이 어찌하여 사실에 반하는 오류가 되고 이념 편향이 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심지어 정부는 역사학계와 교육계 구성원 대다수가 반대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며, 역사학자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 전문가까지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역사학계의 공론을 무시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국정 교과서 편찬을 강행하겠다는 것으로, 역사학자들의 집필 거부와 같은 저항을 대체 인력을 투입해서라도 막겠다는 치졸한 선전포고다.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용이 바뀌는 남부끄럽고 볼썽사나운 교과서를 결코 원치 않는다.
3. 정부는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그만두고, 국가의 공적 책임을 다하는 데 온 힘을 쏟아라.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냉전체제가 붕괴되었음에도 한국사회는 여전히 철 지난 이념 논쟁에 휩싸여 있다. 지식정보화사회의 도래에 맞춰 사람들의 삶의 질을 제고시킬 새로운 패러다임과 방책을 모색하기도 바쁜 우리의 처지를 감안할 때 실로 개탄할 일이다. 그런데 이를 바로잡아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지난 시대의 낡은 이념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새로운 연구성과를 반영하여 교과서의 내용을 충실하게 하고 사실의 오류를 바로잡는 일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나 국정화의 틀로 그것을 이룰 수는 없다. 정부가 나서 학계의 공론을 무시하고 정권 입맛에 맞춰 획일적으로 편찬한 교과서는 곡학아세의 표본일 뿐이다.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즉각 중단하고, 사회 양극화와 청년 실업 등으로 갈수록 곤궁해져만 가는 민생을 챙기는 데 역량을 집중하길 바란다.
정부가 이처럼 백해무익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끝까지 고집한다면, 서명에 참여한 우리 중앙대 교수 일동은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비롯한 시민 불복종에 들어갈 것을 선언한다.
2015년 10월 19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는 중앙대 교수 일동
강내희, 강인구, 강진구, 강진숙, 고부응, 곽병국, 구재선, 김경희, 김교성, 김누리, 김대정, 김동민, 김미숙, 김배근, 김상용, 김선회, 김성천1, 김성천2, 김순경, 김시연, 김양지, 김연명, 김영화, 김유승, 김준성, 김지훈, 김한식, 김호성, 노인숙, 류찬열, 민환기, 박경하, 박명진, 박순용, 박이제, 박정윤, 박찬희, 박치성, 박흥식, 방재석, 배윤호, 배지현, 백승욱, 백영주, 서명수, 서상범, 손준식, 송광용, 송수영, 신광영, 신진욱, 신해용, 심계순, 안병석, 안재호, 양우현, 양원영, 오성균, 오창은, 유홍식, 육영수, 이강범, 이강석, 이경률, 이경수, 이길용, 이나영, 이무열, 이민아, 이병훈, 이석형, 이승하, 이시영, 이연도, 이원영, 이유미, 이재신, 이재호, 이지훈, 이찬욱, 이혜정 ,임찬수, 임창원, 임현열, 장규식, 장석준, 장성갑, 장숙랑, 정슬기, 조성욱, 조성한, 조수현, 조윤호, 조희정, 주은우, 진성미, 차용구, 최 영, 최광용, 최상태, 최성환, 최영완, 최영은, 최영진, 최윤진, 최형균, 한수영, 허정훈, 홍경남, 홍달오, 홍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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