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동물실험에 사용된 동물만 200만마리에 달한다.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적지 않은 수다. 더욱이 동물실험을 거쳐 생산되는 의약품이나 화장품이 정작 인간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동물실험의 실효성 논란마저 가열되고 있다.

토끼는 화장품 독성 실험에 주로 이용된다.
이제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동물실험보다 안전한 대체 실험법도 많이 개발됐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우리 국회는 동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화장품 생산을 위한 동물실험을 금지하자는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도마에 오른 동물실험의 현주소와 대안을 짚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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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비과학적… 입증된 대체실험법 많아
동물실험의 문제점이 부각된 계기는 ‘탈리도마이드’ 사태다. 임신부의 입덧 방지용으로 1950∼60년대 개발된 이 약은 개와 고양이, 쥐, 햄스터, 닭 등을 대상으로 이뤄진 임상실험을 통과하면서 ‘부작용이 없는 기적의 약’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서독에서 개발된 이후 영국 등 전 세계 50개국에서 시판됐다. 그런데 이 약을 복용한 임신부들이 물개처럼 팔다리가 짧거나 발가락이 들러붙은 기형아를 출산하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결국 46개국에서 1만명이 넘는 피해자가 나온 뒤에야 판매가 금지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문가들은 인간과 동물은 유전자 구조가 달라 동물에게 아무런 반응이 없는 물질이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논리로 동물실험 효용성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동물 대체실험법은 1959년 ‘3R’ 개념의 도입으로 시작됐다. 3R는 Replacement(대체: 동물실험을 다른 수단으로 대체), Reduction(감소: 실험용 동물 수 감축), Refinement(개선: 마취제나 진정제를 사용해 고통 감소)의 머릿글자를 따온 것이다.

유럽연합(EU)은 2004년 완제품에 대한 동물실험 금지를 시작으로 2009년 원료, 2013년 3월11일에는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의 수입과 판매까지 모두 금지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인도가 동참했다.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에서는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우리나라도 올해 3월11일 동물실험을 거친 원료 또는 합성원료를 사용한 화장품을 만들거나 수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화장품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공감대 부족으로 아직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 화장품 원료 개발업체의 한 관계자는 “화장품은 사람의 피부에 쓰이는 만큼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큰 의미가 없다”며 “유럽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화장품 제조 시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화장품 원료만 5000개가 넘으며 신재료를 적용할 경우에도 인공세포조직이나 미생물, 계란, 식물 등을 통해 동물 대상의 독성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동물대체실험법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임경민 이화여대 약대 교수는 “신뢰성 높은 대체실험법 개발로 동물복지와 소비자의 안전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며 “검증된 동물대체법은 화장품 안전성 분야에서 시작해 다른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기존의 동물실험보다 사람에게 적합한 결과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명의 소중함이 결국 인간을 보호
동물실험의 부작용은 비단 제품 생산 과정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충북 진천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김모(15)양은 평소 동물을 좋아해 파충류 등의 동물 먹이로 작은 쥐 등을 키우는 창업동아리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김양은 석 달간 700마리의 동물을 안락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가 깊어진 김양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자살하기 직전 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지금까지 거의 700마리를 죽였는데, 통에다 몰아넣고 일산화가스를 주입해. 그럼 1분 내에 모두 죽어”라는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유가족은 김양이 동물을 죽여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한다. 학교 측은 논란이 된 이후 해당 창업 동아리의 활동을 중단시켰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산업계는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검증된 대체실험법이 비용적으로 유리해 선호하고 있지만 정부 내에서는 여전히 동물실험을 선호하는 기류가 있다”면서 “올해 시행된 화학물질 등록평가법(화평법)으로 인해 불필요한 동물실험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화평법은 최근 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빈번하자 정부가 화학물질에 대한 검사 결과 보고를 강화한 법인데 자칫 동물 대체실험이 가능한 검사도 동물실험으로 다시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의 서보라미 한국정책 담당은 2일 “동물대체실험 기술의 개발과 지원은 결국 동물보호뿐 아니라 인간의 안전을 과학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정부와 산업계, 민간이 합심해 대체실험법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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