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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17807 출처
이 글은 10년 전 (2015/11/30)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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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어렸을 적부터 피아노를 치는 것을 좋아했다 


제멋대로 뚱땅뚱땅 건반을 때리던 대부터 선율이 복잡하다 못해 혼란스러운 곡들을 쳐내는 지금까지, 나는 피아노 하나만을 바라봤다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나에게 유학은 당연한 순차였고, 탄탄한 길을 거침없이 걸어오던 나는 낯선 이국땅에서 예상치 못한 시련을 겪어야했다 


실력 차 


좁은 땅에서 우쭐했었던 나는 볼품없는 개구리였고, 내 주위는 포식자들로 우글거렸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억척같이 돈을 아껴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갔고 남들보다 몇 십 배로, 손끝에 굳은살이 박힐 때까지 연습했다 


이 악물고 버텨낸 결과, 그럭저럭 호평은 받아낼 수 있었으나 여전히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두발을 붙이고 서있기엔 이곳은 냉정했고, 나는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모든 걸 놓고 도망칠까 비겁한 생각을 하던 와중에 그가 나타난 건, 정말 의외였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1.데인드한

 



입상에서 약간 벗어난 순위 


쏟아부어내듯이 치룬 콩쿠르는 내게 조그마한 트로피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숫자를 순위로 거머쥔 사람들을 위한 함성이 터지고, 기자와 팬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축하인사를 전했다 


물론 그 자리에 내가 낄 틈은 없었고 


이번에도 떨어지면 집으로 돌아가자 결심했었는데 


메어드는 목과 가물거리는 시야에 기분은 더 가라앉을 뿐이었다.


떼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움직여 대회장을 빠져나가는데, 웬 남자가 길을 막아섰다 


의아하여 고개를 드니 까만 선글라스로 눈을 감추고 있는 남자




 “뭐예요?” 




엉킨 마음 탓에 곱지 않은 말투였지만 남자는 아랑곳 않고 명함을 건넸다 


이름과 전화번호 밖에 없는, 으레 있어야할 직업조차 없는 단출한 글자들뿐이었고,


 빳빳한 종이의 재질은 고급용지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다시 올려다보자, 남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러나 뚜렷하게 말했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안녕 오래 기다렸어

 









나의 musa, 나의 calliope.”

 



그의 손이 내 목을 찬찬히 쓸고 나자 푸른 에메랄드가 양 쇄골부터 가슴 위까지 반짝였다 감히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게 


그를 만난 이후론 모든 일이 수월했다 유명 인사들과 어울리고, 연주회도 열었다


그가 아낌없이 깔아준, 아찔할 정도로 찬란한 비단길 


행복했지만, 동시에 두려웠다 


갑작스럽게 얻어진 이 기회가 갑작스럽게 사라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호화스러운 침구와 푹신한 매트리스에 파묻혀도, 눈을 감았다 뜬 순간 사라져 버릴까봐 잠에 들지도 못했다 


바닷가의 모래마냥 허무하게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낼 수 없었기에, 나는 그를 움켜쥐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이 원피스는 어때

 

좋아요



 

오늘 연습은 그쯤 해둬 이따 연극에 가야하니까

 

알겠어요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

 



내 사생활에 그가 깊숙이 관여 해와도, 나는 고분고분 지시에 따랐다 


살아있는 인형 


그가 원한다면 기꺼이 몸도 내놓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걸 놓치지 않을 수 있다면야 뭔들 못할까

 




그러나 그가 원했던 건 장난감이 아니었던 걸까

 




가볼게

 

벌써 간다고? 하지만,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이정도면 충분하잖아?

 




따분하다는 게 고스란히 드러나는 눈 


점점 줄어드는 만남 


그가 한숨을 내쉴 때마다 나는 깜짝깜짝 놀래며 가슴을 졸여야 했다 


연락이 없는지도 며칠, 신문에 뜬 사진하나 


그와 처음 보는 여자가 다정스레 붙어있는 모습 


그리고 내일 그가 사치스러운 파티를 연다는 소식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해져갔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




결국 나는 멋대로 파티에 참석했고, 그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외면했다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삼키고 구석자리로 향했다 


차마 파티를 떠나지 않은 것은 비참한 자존심이었다

 



혹시 얼마 전에 연주회를 열었던……

 

……

 

, 맞구나

 




순박한 눈망울이 돋보이는 남자가 대뜸 말을 걸어왔다 


남자 또한 나처럼 겉도는 모양인건지 뻣뻣한 자세와 어색한 정장차림이 우스꽝스러웠다 


목만 축이던 와인을 나눠 마시며 남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이렇게 편안했던 적이 있던가 


배려 많은 남자 덕에 잔뜩 굳었던 것들이 풀어져갔다


부드럽게 흘러들어가는 알코올 덕에 실실 웃음이 삐져나오기도 하고 


왠지 다 괜찮을 거라는 믿음도 퐁퐁 솟아난다 


그가 없어도 괜찮을 거라는

 



그래서 그때 한 단원이 소리치는 거예,”

 



유쾌하게 말을 잇던 남자가 멍하니 나를 응시했다 


아니, 나보다는 내 뒤쪽의 무언가를…… 


돌아본 곳에는 그가 서있었다 


소란스러운 파티의 틈바구니 속에 그와 나를 둘러싼 공기는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그는 손목을 낚아채고 나를 끌고 갔다

 



왜 이래요!”

 



무례함에 화가 나 소리를 치고 억센 손길을 뿌리치려 해도, 그는 단단히 내 손목을 죄여올 뿐이었다 


조용한 방에 날 밀어 넣은 그에게 따질 요량으로 다가섰지만, 눈에 서린 서늘한 이채에 아무말 못하고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좋아, 아주 재미있어

 



서서히 내게 걸어오는 발걸음은 여유로웠지만, 다문 잇새로 뱉어내는 음절들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한 것들을 담고 있었다 


스멀스멀 잠식하는 위기감에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지만, 몇 걸음 못가 벽에 부딪혔다 


팽팽하게 당겨지는 분위기 


코앞까지 다다른 뒤에도 나를 한참동안 내려다보는 그 


나는 갑자기 그를 처음 마주한 날이 떠올랐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놓아줬을때 어서 도망갔어야지

 



찬찬히 두 손을 든 그가 내 목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미약했던 힘이 점점 강해졌지만, 반항 않고 그저 그만 바라보았다.


머리가 핑 돌 무렵,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볼을 타고 흐르는 방울방울에 시선을 두던 그가 손에 힘을 풀었고, 나는 눈을 감았다

 

온 얼굴에 자잘하게 흩뿌려지는 키스에 잠자코 순종하면서.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2. 빌 스카스가드

 





그가 지나가자 내 옆의 여학생이 중얼거렸다

 



웬일이래, 학교에 나타나고



 

흘깃 본 그는 여전히 여유롭고, 나른하며, 무질서하다 


무질서 


이처럼 그를 잘 표현하는 단어가 있을까 


권태로운 얼굴을 보고 있자면, 자꾸만 묘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일까, 어떤 이들이 그 보고 약을 한다는 이야기를 퍼뜨리는 건 


나는  신빙성 없는 뜬소문따윈 믿지 않는다는 주의였지만,





그와 나를 둘러싼 같잖은 이야기들은 충분히 내 신경을 긁었다.


매일 죽어라 연습하는 동양인 여자애와 매일 쏘다니지만 놀라울 정도로 실력이 좋은 남자애


마치 열등감에 휩싸인 살리에리와 천재 모차르트 같다 하는 것들이 종종 있었다 


네까짓 게 아무리 애써봐야 결코 안 된다는 조롱 섞인 별명의 살리에르.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 앞에서 보란 듯이 그를 밟아주는 건 어느덧 내 숙원이 되어있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내가 애면글면 해봐도 언제나 그에겐 역부족이었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신세한탄을 하는 것은 자존심에 용납이 되지 않았기에, 나는 더 기를 쓰고 노력할 뿐이었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평소처럼 늦게까지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해가 낙조를 흩뿌리며 자취를 감추고 남색 빛으로 바깥이 물들었지만, 나는 학교에 남아서 쉬지 않고 건반을 두들겼다 


오늘따라 유난히 부드럽게 이어지던 연주를 마무리하기 직전, 달칵하고 열리는 소리 때문에 찝찝하게 손을 멈춰야했다


흥이 깨진 손가락을 내리며 고개를 돌리고, 나는 순간 굳어버렸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그 애였다

 



방해한 거면 미안 그게, 네 연주…… 좋아서

 

?”

 




우습게도 그는 수줍게 말을 꺼냈고, 심사가 배배 꼬인 나는 그것이 비아냥거리는 듯 들렸다 


뒤틀린 기분에 나가줄 것을 요구하려는데, 그가 스스럼없이 다가와 피아노 옆에 떡하니 기대어 섰다 


지금 제멋대로 들어온 것도 모자라서 옆에서 지켜보겠다고


불편함을 시선에 담아 보냈지만 그는 담담하게, 아니 뻔뻔하게 받아쳐왔다 


끝나지 않을 듯 한 기싸움에 기권을 내놓은 건 연습시간이 아까운 사람이었고, 결국 그는 기어코 연습이 끝날 때까지 떠나지 않았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안녕



 

무시하고, 또 무시해도 그는 집요하게 따라붙었고 다소 무례한 내 행동에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문을 잠가도 소용이 없었다 


연습이 갈무리 될 때까지 문 밖에 서서 내 연주를 들었다 


난방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복도에서, 찬 겨울공기에 코끝이 발갛게 변했지만 그는 씨익 웃어 보일뿐이었다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 사람들이 나를 안 좋게 생각하는 건 불쾌하니까…… 




문은 더 이상 잠 않았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그가 웃든지 말든지, 나는 내 일에만 집중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는 개의치 않고 달달한 간식이나 따뜻한 음료를 싸다 받쳤다.



맹목적이기까지 한 그의 친절에 어떻게 반응 할지 몰랐기에, 나는 방관했다

 

아니면 안주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레슨을 받기위해 바삐 걸음을 옮기던 길에 본 건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내게 보이던 미소가 만면에 그득한 그와


그리고 그 옆의 여자애였다.

 



둘이 사귄다더라.

 



부드러운 금발의 여자애와 그를 두고, 구경을 하던 아이가 친구에게 속살거렸다

 



캐서린이?”

 

빌이 이번 공연에 딘교수의 추천을 받고 오른다잖아 캐서린도 그 점에 혹했나보지

 



이번 공연이라 하면 얼마 전 오디션이 있었던 연주회를 말하는 걸까 


내게 불합격 통지를 보냈던, 바로 그 공연 


나는 이로 말할 수 없는 갑갑한 기분에 휩싸였다

 





답답한 속은 당최 풀리지가 않았다.


아무리 추스르려고 해도 어그러진 기분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무력화한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OOO.”

 



여느 때와 같이 한가롭기 짝이 없는 목소리였다.


이에 짜증이 훅 덮쳐오고, 결국 그에게 내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괜한 치기에,  그가 잘못한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재밌었어? 속으로 얼마나 날 비웃었을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당황으로 얼룩진 얼굴을 쏘아보자 그가 어깨를 붙잡는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널 비웃다니 내가, 너의, 뭘, 비웃겠어

 



오롯이 나를 향하고 있는 그는 진중하고, 차분하다 


나는 무엇 때문에 화가 난걸까 내가 오르지 못하는 무대에 그가 오른다는 것? 아니면……

 



“OOO.”

 



다시금 시선을 마주해오는 그를 거부하고, 자리에서 박차고 나가버렸다 


정처 없이 학교를 떠돌아다니면서도 마음 한편은 혼란스럽고 당혹스럽다 


외면하고 싶고, 감추고 싶지만, 숨길 수 없는 것 


어느새 흠뻑 젖어버린 마음을 아직 마주할 자신이 없다

 



…… 악보

 



꽤 어둑어둑해졌으니, 그도 돌아갔겠지 


떨쳐낼 수 없는 찝찝함을 가지고 연습실로 돌아갔다

 



……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그를 마주하고 나는 딱딱하게 얼고 말았다 


견딜 수 없을 만큼 낯선, 희뿌연 연기를 뿜는 그 


모든 것이 흐릿한 가운데 그가 기지개를 피며 천천히 걸어온다

 



……넌 고양이 같아

 



한걸음

 



여기저기 휘저어 놓고서는,”

 



한걸음

 



날름 내빼버려

 



한걸음

 

숨을 부자연스럽게 내쉴 정도로 가까워졌지만,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어리숙한 척 구는 것도 이젠 지겹고……



 

코를 자극하는 매캐한 담배연기 


올곧은 시선 


그는 너무나 낯설었다 


밀어내야 하는걸 알지만…… 


얼굴을 가까이 한 그가 눈꺼풀, 콧잔등, 뺨을 입술로 지분거린다 


느릿하고 지척거리지 않는 것이, 왠지 성스럽게까지 느껴졌다 


긴 한숨이 이마를 간질이기에 살짝 눈을 떠서 올려다보니, 그는 온전히 나를 담고 있었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망고에게 나타난 위험한 인물 고르기 | 인스티즈



"아."




짧은 눈 맞춤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저돌적으로 입을 맞추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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