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숙현, 하얀 편지알 수 없는 그리움이 가슴 깊이 파고드는 날 하얀 종이 위에 점 하나 찍는다 보고픈 마음이 하늘만큼 높이 피어오를 때 하얀 종이 위에 너의 이름을 적어본다 친구야 그리움을 담아 편지를 쓴다는 것이 이제는 이렇게 힘든 일이 되어 버렸는지 점점 메말라 가는 마음이 슬프다이달균, 관계혼자 이곳까지 걸어 왔다고 말하지 말라그대 보다 먼저 걸어와 길이 된 사람들그들의 이름을 밟고 이곳까지 왔느니별이 저 홀로 빛나는 게 아니다그 빛을 이토록 아름답게 하기 위하여하늘이 스스로 저물어 어두워지는 것이다임효림, 강물이 흐른다아무 뜻도 없이 흐르는 강이 어디 있으랴커피 한 잔 마시며 너를 기다리는 시간에도나에게서 너에게로억겁의 강물이 흐른다무슨 말을 하랴말로는 내 마음 다 전할 수 없어쳐다보고눈 맞추고웃을 때또 내게서 너에게로 청청한 강물이 흐른다이정하, 봄비내 영혼의 숲에비가 내린다담장마다개나리 넝쿨 흐드러지고목마른 꽃잎들은 땅에 떨어져그리움으로 물든 가슴까지 적시고먼 하늘을 우러르면내 혈관의 수맥을 따라온몸으로 번져 오는이 짜릿한 봄의 향취아름다워라푸른 풀잎들밤새워 비를 맞고뿌리끝까지 더욱 싱그러워져서잎새마다 하나씩 파아란 꿈을 달고새롭게 열리는 세상 속으로일제히달려가고 있다천양희, 그 사람의 손을 보면구두 닦는 사람을 보면그 사람의 손을 보면구두 끝을 보면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흰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창문 닦는 사람을 보면그 사람의 손을 보면창문 끝을 보면비누거품 속에서도 빛이 난다맑은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청소하는 사람을 보면그 사람의 손을 보면길 끝을 보면쓰레기 속에서도 빛이 난다깨끗한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마음 닦는 사람을 보면그 사람의 손을 보면마음 끝을 보면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빛이 난다보이는 빛만이 빛은 아니다닦는 것은 빛을 내는 일성자가 된 청소부는청소를 하면서도 성자이며성자이면서도 청소를 한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