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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목처럼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친구가 있는데, 제가 너무 괴로워서 이제는 정말 이 친구랑 인연을 끊고 싶습니다..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거 알지만 제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제가 이기적인 건지, 그냥 계속 도와줘야 할지....
저한테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3명의 친구들이 있는데요, 저 포함 4명이 정말 징글징글하게도 붙어다녔어요 항상.
그 중 한 친구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오래 해서(7년) 저희가 다 시집가고 애기낳고 할 동안 늘 도서관에만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재작년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합격을 했고, 그 동안 어지간히도 급했는지 같은 공무원(둘 다 9급) 남자를 만나 작년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근데 결혼하기 전에 청첩장 돌린다고 저희 4명이랑 남편들까지 해서 8명이 다 같이 모였었거든요.
그 때 좀... 뭐랄까 여자들 뿐만 아니라 여자의 남편들까지 모두 한 입으로 그 남자는 진짜 아닌 거 같다고 반대를 했었어요.
사실 9급 공무원 시험이 물론 경쟁률도 쎄고 붙기 어려운 건 알지만, 말끝마다 오빠가 이래서 알잖아 저래서 알잖아 하면서 무슨 정말 세상 모든 이치를 혼자 통달한 사람처럼 너무 거들먹거리고 잘난척이 심하더라고요. 말끝마다 남자가 남자가 이러는것도 듣기 싫고, 가오가 어쩌고 하는 것도 좀 꼴불견이었구요.
남자는 남자가 보면 안다는데, 제 친구 남편들까지도 죄다 저 사람은 좀 아닌 거 같다고 수군수군 했었어요.
근데 그 친구가 우리 넷 중 마지막 주자이다 보니 혼자 너무 조급했던 것도 있고 해서 엄청 밀어붙여서 결혼식을 하긴 했거든요.
근데 둘이 신혼여행을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신행 다녀와서 처음 만난 날 정말 펑펑 울더라고요. 자기가 결혼을 잘못한 거 같다면서.
그래서 우리가 왜 그러냐고 싸웠냐고 아무리 물어봐도 그냥 울면서 결혼을 잘못 한 거 같다고만 하고 더이상 말을 안하더라구요.
그러다 몇일 후에 저희가 그 친구 집에 집들이겸 놀러갔었어요.
주말 오후에 갔었는데, 그 집 남편이 외출했다가 돌아올 시간 즈음이 되니까 친구가 갑자기 매우 불안해 하면서 집안을 막 후닥닥 치우더니 빨리 가라는 거에요.
저희가 피자를 시켜먹었는데, 자기 집에서 먹고 나가는 손님한테 피자 박스를 쥐어주면서 가다가 이것 좀 버리라고. 그러면서 막 피자냄새 나면 안된다면서 부랴부랴 환기시키고 하길래 왜 그러냐고 했더니 우리가 놀러온 걸 남편이 알면 안 된다는 거에요.
아니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나요 그 집에서? 그때도 정말 이해가 안가고 이상했지만, 친구가 하도 난리를 치길래 그냥 얼떨결에 후다닥 나와버렸죠. 사실 이 때부터 뭔가 조짐이 보였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게 너무 후회돼요.
그리고 몇 일 있다가 새벽에 1시도 넘어서 그 친구한테 전화가 왔는데 울면서, 저희 집 앞 맥도날드에 있으니 잠깐 나올 수 있겠냐는 거에요.
그래서 남편한테 살짝 얘기하고 나왔는데, 하아.. 정말... 아직도 꿈만 같고 심장이 미친듯이 뜁니다.
왼쪽 눈썹 부분과 광대 근처가 말 그대로 '밤탱이'가 되었더라구요. 한눈에 이건 누가 봐도 남편한테 맞았구나 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어요.
친구는 말도 못하고 계속 울기만 하고, 안되겠다 싶어서 그 날은 일단 저희 집에서 재우고 다음날 친구 4명 다 모여서 그 집으로 쳐들어가자 했는데, 그 친구가 질겁을 하면서 말리는 거에요. 우리 부부 문제니까 알아서 하겠다면서..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알아서 할 거면 새벽에 전화도 하지 말았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 때는 저도 너무 놀라고 경황이 없어서 친구가 완강하게 버티니까 그냥 그러라고 하고 집에 보냈어요. 그 때부터 저의 지옥같은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거의 4개월 동안 거의 한번도 빠짐없이 일주일에 두세번은 새벽 3시고 4시고 할 거 없이 전화가 와요. 울면서.. 죽고 싶다고.. 그러면 저는 계속 달래주다가 이혼하라고 윽박도 질렀다가, 친구가 집앞에 와있다고 하면 데리고와서 재워주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한 번도 얼굴이 정상인 때가 없었어요. 항상 멍 투성이...
그러고 다음날이면 또 좋게 풀었다면서, 남편이 미안하다고 무릎꿇고 싹싹 빌었다고, 화만 안내면 잘 해준다면서... 그랬다가 그 다음날 밤에 또 전화와서 울고불고..
이 짓을 4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했습니다. 정말 미칠 것 같았어요. 저도 만성 수면부족에 정신은 피폐해지고, 저는 물론 제 남편까지 정상적인 생활이 전혀 안되더라구요.. 하지만 가족과 다름 없는 친구이고 제가 특별히 뭘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기에, 그냥 얘기라도 들어줘야만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러지 않으면 정말 자살이라도 할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 제가 결정적으로 이 친구랑 인연을 끊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생겼는데요..
그 친구가 도서관에서 오래 공부를 하다보니 살이 많이 쪘었습니다. 원래 20대 초반까지는 정말 날씬했었어요. 근데 수험생활이 길어지니까 자연히 살이 찌더라구요.
합격만 하면 빼겠다고 했었는데, 결혼준비 하면서 또 여러가지로 스트레스도 받고 하니까 오히려 더 찌더라구요.
그런데 결혼하고 그렇게 가정폭력에 시달리더니, 정말 급격히 살이 빠지더군요. 결혼하고 거의 하루도 제정신으로 잔 적이 없고 매일 울면서 자고 낮에도 정상적인 생할을 못하니까, 살이 빠진다기보다 거의 인간이 초췌해지더라구요..
근데 맞아서 울고불고 할 때 외에는, 그러니까 좀 제정신일 때에는 오로지 자기 살 빠진 거 자랑 밖에는 안 하는 거에요. 몇 키로 빠졌다, 몇 키로 빠졌다, 만날 때마다 그 얘기만 하고 또 자기가 이제 일을 해서 돈을 버니까 미친듯이 옷만 사고..
다른 두 명 친구들이랑 얘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은 거 같다, 정말 미쳐가고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를 할 정도로 살 빠지는 거랑 옷 사는 거에 집착을 하더라구요..
그러다 또 남편하고 뭔 일 터지면 죽는다고 하고..
정말 제가 너무나 힘이 듭니다.. 남편한테 이혼하자고 말이나 해봤냐고 했더니, 자기를 죽일 거 같아서 말도 못 꺼내겠답니다.
솔직히 저도 가정이 있는 몸인데, 이건 정말 사는게 사는게 아니고, 마치 제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매일같이 우울하고 정상적인 생활이 안됩니다. 친구가 아니라 제가 정신병원이라도 가봐야 할 거 같아요..
저 말고 다른 친구 두 명은 진작에 이 친구 연락을 안 받고 있습니다. 새벽 3시고 4시고 전화를 해대니 남편들도 짜증을 내고, 그나마 그 두 명은 집이 좀 먼 편이고 애기도 있기 때문에 비교적 가깝고 아직 애도 없는 저희집으로 항상 찾아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다 받아주는 형국이 되었는데...
정말 확 인연을 끊어버릴까 싶다가도, 이러다 나중에 얘가 정말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 두렵고, 경찰에 신고를 해볼까도 했지만 특히나 가정폭력 같은 경우에는 옛날에 간통처럼 폭력이 이루어지는 딱 그 장면을 잡지 않는 이상 그냥 주변에서 신고하는 건 별로 소용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이 친구를 정신병원에 데리고 가볼까도 했지만, 얘는 잘못이 없잖아요. 그놈이 인걸..
이럴 때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냥 괴롭힘을 당하고만 있으면 불쌍해서라도 어떻게든지 도와주려고 할텐데, 다음날이면 또 너무 멀쩡한 얼굴로, 응 어제 좋게 얘기해서 풀었어, 다신 안 그런데 이러면서 근데 나 진짜 살 많이 빠지지 않았어? 다리도 다시 예뻐졌지? 나 지금 몇 키로다? 몇 키로다? 너는 몇 키로야? 이러니 제가 미칠 지경입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현명한 조언 부탁드릴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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