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겨울 사랑사랑하는 사람아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아아 겨울이 온다추운 겨울이 온다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안도현, 나그네그대에게 가는 길이세상에 있나 해서길 따라 나섰다가여기까지 왔습니다끝없는 그리움이나에게는 힘이 되어내 스스로 길이 되어그대에게 갑니다정유찬, 축복을 위하여의미없이 하루가 죽어가지 않도록깨어있게 하소서큰 꿈을 품고 살되작은 것에도 늘 감사하며고독의 절규와 실패의 쓰라림에도좌절하지 아니하고때로는 너무 힘들고 지쳐도 포기하지 않는강건함을 갖게 하소서진실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성숙한 침묵을 지키며지혜로운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하소서그리하여생명의 거룩함과인생의 참된 가치를 알고 떠나는축복을 누리게 하소서복효근, 눈 오는 날눈이온다이렇게 오래된 풍경 앞에서도살아있음이 두근두근 설레는 날이 있거니참으로 진부한 이 설레임으로불러보고 싶은 이름 있어세상은 그 진창을 잠시 숨겨놓았을 뿐이지만눈이 내리는 동안만이라도 눈이 쌓여있는 동안만이라도그 빛깔로 기억하고 싶은 시간은 있어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먼 훗날 그때에나 잊어버릴이루지 못한 약속처럼 귀하고 또 가슴 애리게슬픔 같은 것 부끄럼 같은 것들이눈으로 내리는가이제는 오지 않을 날들 위로이제는 갈 수 없는 길들 위로아주 옛 것인 듯 처음인 듯 가슴 후비며 눈이 온다사랑했노라 사랑했노라고진부한 그 설레임으로살아있음을 편지 쓰고 싶은 날임연태, 그리움은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지금 여기서 그 사람이 되는 것이다먼 곳의 그가 되어여기의 내게로 돌아오는 것이다돌아와, 촛불 밝히고 술잔 기울이며손끝 떨리는 나지막한 아픔을 연주하는 동안 그리움이 완성된다그리움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그렇게 완성되어 밝아 오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