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964889136936052&id=560898400668463&ref=bookmarks
![서울대 대나무숲에 올란온 [응답하라1988] 글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3/01/4/d/1/4d15d8f4573afb848291b6941eefe915.jpg)
![서울대 대나무숲에 올란온 [응답하라1988] 글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3/01/a/d/0/ad0ee1ffcb6f3983cb752c9049be723e.jpg)
![서울대 대나무숲에 올란온 [응답하라1988] 글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3/01/8/6/7/8672a9227efabfea19c6a7f4213ae8df.jpg)
![서울대 대나무숲에 올란온 [응답하라1988] 글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3/01/c/1/8/c1821fa43c304b8822709c69cd0bc647.jpg)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응답하라 1988을 열심히 보고있는 애청자입니다.
정말 드라마 재미있게 보고 있기는 한데요, 볼때마나 상당히 불편한 면들이 있어서
혹시 제가 오버스러운건지 아니면 저같은 느낌 받으신 분들 있는지 궁금해서 글을 올립니다.
1. 어머니의 희생과 내조에 대한 환상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정환이 어머니가 남편과 아들들이 자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걸 보면서 괜히 서운해하는 장면과 나레이션이 나오는 부분에서 "엄마 판타지"를 자극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어머니는 챙겨주는걸 좋아하고 항상 남편과 아들들 뒤치닥거리를 즐긴다는 어머니의 모성애와 희생에 대한 판타지를 주입시키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2. 아버지의 말도 안되는 특성들을 자꾸 미화한다.
덕선이네 아버지는 빚보증을 잘못 섰다가 집안을 말아먹고 그 뒤로도 술만 마시면 자꾸 없는 형편에 남들에게 돈을 꿔주는 정말 무능력한 인간입니다. 가족들에게 어디 가장에게 토를 다냐며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윗집 아저씨와 비교해봤을 때 정말 다정한 면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한 에피소드에서 덕선이 어머니가 문제를 인식하고 서운해 하는 모습이 비춰졌을 때에는 그래도 납득이 갔는데, 그 에피소드가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라고 우리 남편이 최고지"라는 듯하게 끝나버려서 허무하기 없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성동일씨가 연기를 잘하고 호감가는 배우기 때문에 이런 무능력하고 가부장적인 가장의 모습과 수동적인 아내의 모습이 정겹고 이상적인 가정처럼 비춰지는 것 같아 불편합니다.
3. 덕선이가 여태까지 응답하라 시리즈 여자 주인공중에 가장 무능력하다.
나정이는 착하고 공부도 잘하는 딸이었고, 시원이는 공부는 못하지만 글을 열심히 써서 방송 작가가 되는 캐릭터였습니다. 물론 응답하라 시리즈 전형적인 "성공한 가족같은 소꿉친구에게 시집가서 팔자펴기" 자체가 매우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두 인물은 자기 힘으로 이룬 것이 있으니까 참을만은 했습니다. 또 둘 다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바보같은 캐릭터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덕선이는 능력이 뭐가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귀엽게 생기고 애교가 많은 것 빼고는 정말 할 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늘도 진로 상담을 받고 우울해 하는 모습이 한참 나왔는데.. 인간적으로 우울해 하기에는 덕선이가 한게 너무 아무것도 없지 않나요???
4.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모두 덕선이를 좋아한다.
물론 예쁘고 애교 많은 덕선이를 좋아하는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예쁘고 애교가 많은 것 외에도 쌍문동 남자들이 덕선이를 좋아하는 이유에는 덕선이의 정말 깨끗한 두뇌와 모성애 판다지가 큽니다. 정환이는 헐렁하고 바보같은 짓을 하는 덕선이가 귀여워 보입니다. 자꾸만 덕선이의 좋게말하자면 백치미, 나쁘게 말하자면 짐이 강조되는 것 같아 전형적인 능력없고 예쁜 여자주인공의 스테리오 타입이 강화되는 것 같아 불편합니다. 또 택이는 덕선이가 엄마처럼 자기를 잘 챙겨주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전형적인 내조를 잘하고 남을 잘 챙기는 현모양처와 같은 어머니 상을 덕선이가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5. 동룡이는 왜 불쌍한 것 처럼 비춰지는가
동룡이네 어머니는 일을 하십니다. 보험왕이 될 정도로 능력있는 분이십니다. 하지만 동룡이는 항상 엄마가 밥을 해주지 않는다, 엄마가 같이 밥을 먹어주지 않는다며 불쌍하게 비춰집니다. 오늘 에피소드에서도 동룡가 어머니의 부재 때문에 오토바이를 타며 약간의 비행을 하는 듯한 뉘앙스르 풍겼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항상 바쁜 엄마에게 일종의 죄책감과 암묵적인 비난을 씌우는 반면 함께 바쁜 아빠에게는 별 말이 없습니다. 오히려 집에 아빠가 있으면 집에 안들어가려는 동룡이의 모습만 나옵니다. 부모의 관심이 필요한거라면 아빠를 저렇게 까지 피해다는다는게 말이 안되지요. 왜 어머니의 관심만 필요합니까?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인데 엄마가 밥을 안차려 준다고 징징거릴 나이는 한참 지나지 않았나요? 항상 이 드라마에서 멋있고 감동적으로 비춰지는 장면들에는 어머니의 내조와 희생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반면 동룡이와 엄마의 짠한 장면은 엄마가 드디어 집에서 밥을 해주고 같이 밥을 먹어주는 것으로 끝이납니다. 엄마의 모성애는 꼭 집에서 시작해서 집에서 끝나야 하는건가요...
이렇게 받아드리는 제가 좀 꼬인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 드라마가 악의를 가지고 이렇게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우리 사회와 방송에 깊이 뿌리 박힌 모성애와 여성에 대한 편견이 80년대 전통적인 가정상과 겹쳐지면서 이런 효과가 나타나게 되었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보라 캐릭터마저 없었다면 살짝 기분 나빠서 안봤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다행히도 보라의 캐릭터가 앞서 말한 여성과 어머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주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여나 제가 너무 오버스럽다고 생각되시더라고, 대중매체를 통해 비춰지는 여성의 모습이 얼마나 전형적이고 좁은 틀 안에 갇혀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익명 댓글)
댓글 하나하나 잘 읽어보았습니다. 저도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전통적인 여성관이나 가족상은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미디어에서 반복적으로 비춰지는 희생적인 어머니와 모성애에 대한 환상, 그리고 사랑스럽고 밝지만 많이 모자란 여자 주인공의 신데렐라 스토리의 전형이 불편하게 느꺼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글을 논리정연하게 쓰지 못해서 제 의도가 잘 전달되지 못한 것도 같습니다. 응답하라 드라마가 나빴다는 것도 아니고 제작진을 비난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도 재미있게 잘 보고 있고 드라마의 목적이 향수와 가족애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향수와 개그 요소 안에서 모성애의 환상이나 무능력한 여자상이 미화되는 것 같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공부를 못하거나 돈을 못벌어서 무능력하다는게 아니라 자기 주체적으로 하는게 없어서 무력하다는 것입니다. 덕선이..수연이가 긍정적으로 비춰지는 때는 택이 챙겨주기, 남 돌봐주기, 엄마 없을때 밥차리기 등등 전형적으로 내조잘하는 현모양처 어머니의 모습을 보일 때 입니다. 남자 주인공들이 그런 덕선이의 모습에 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덕선이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무슨일을 하고 있나요? 남들을 챙겨주는 마리아 같은 착한 모습말고 덕선이가 자기의 인생을 위해 뭔갈 하고자 하는 모습은 근의 공식을 물어보는 정도이지 않나요? 어머니는 항상 희생적이고 천사같은 존재고, 모든 여자는 이런 모성애를 가지고 있다는 프레임 자체가 현재 미디어 속에서 좁은 틀에 갇힌 여성의 입지를 보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80년대이기 때문에 이런 여성상이나 가족상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걸 잘 압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향수와 개그 속에서 미화되고 있다는 점 정도는 지적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80년대를 다룬 드라마 뿐만 아니라 현재 미디어에서도 충분히 자주 볼 수 있는 프레임들이니까요. 굳이 따지자면 응답하라 드라마 자체를 비판하는게 아니라 이런 프레임을 뿌리깊게 가지고 있는 현시대 미디어를 비판하면서 응답하라를 하나의 예로 들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응답하라가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나쁜 드라마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어떤 부분들은 비판적으로 볼 수도 있고 어떤 부분들은 한번 더 생각해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좋은 책들도 충분히 비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고, 아무리 좋은 영화나 드라마여도 개선의 여지는 항상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동룡이와 엄마의 갈등 해결에서 동룡이가 엄마가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엄마의 일에대한 열정을 이해해주는 식으로 끝날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밥을 차려주고 끝나는 모습에서 조금 실망을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게 잘났으면 니가 드라마 만들라고 말하실 수도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아쉬운 점을 시청자로서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난이 아니라 비판을 목적으로 쓴 글인데 제 글솜씨가 부족해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신 면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냥 한없이 재미있는 드라마이긴 하지만 이런 편견적인 전형들을 비판적으로 보려는 대중들의 노력이 있어야 미디어도 바뀌고 여성이나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들도 차차 바뀌어 갈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생각이 많고 꼬였다고 저를 혼내실 수도 있지만 한번만 더 미디어 안에서의 여성과 어머니의 입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스티즈앱
와 신민아 김우빈 웨딩사진 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