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에 입학했을 때, 나는 장학금 관련 서류를 받으러 학교에 갔다.
창구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학생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가 대신 오셨어요?"
당황한 나는 작은 목소리로 "본인이데요."라고 했지만 불쾌감으로 인한 흥분은 상당히 오래 갔다.
지금 내가 대학생을 둔 학부모라면 10살에 아이를 낳았단 말인가?
분노한 내게 또래 친구들이 비슷한 에피소드를 말해주었다.
미혼인 A는 연하의 남성과 사귀고있는데 그 남성의 사진을 주변 사람에게 보여주었더니 "아들이세요?" 하러다란다.
28살에 첫아이 출산을 위해 입원했던 B는 4살 아래 여동생의 부축을 받고 병원 주변을 산책하는데
사람들이 여동생을 가리키며 "딸이 착하다"고 칭찬했다고 한다.
'나이 든' 여성들은 이런 일을 일상적으로 겪는다.
이 사례들은 젠더문제 외에도 연령주의, 섹슈얼리티, 연애의 문화적 각본 등 각기 다른 사회문제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간단히 말하면, 모든 여성은 본질적으로 어머니라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여성은 특정 연령층이 되면(아마도 30대부터),
혹은 소위 '아줌마 체형'을 갖게되면, 결혼과 출산여부와 상관없이
당연히 어머니로 호명되고 어머니의 역할을 요구받는다.
모든 여성은 아이를 낳아야 할 뿐만 아니라 돌보기를 즐기고 좋아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결혼했으나 자녀를 갖지않기로 선택한 여성은 끊임없는 사회적 비난과 호기심을 견뎌야한다.
여성이 자궁이 있기 때문에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면 성대가 있는 사람은 모두 오페라가수가 되어야 하는가?
성대를 가진 사람이 가수가 되는 것은 선택과 노력의 결과이듯이,
어머니가 되는 것 역시 개별여성들의 선택에 따른 문제이다.
모든 여성이 아이를 낳는것도 아니다. 또한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반드시 어머니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해부학이 운명'이라는 프로이트의 가정은 여성에게만 해당한다.
가부장제 사회는 여성을 미혼이든 비혼이든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언젠가는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전제한다.
사실 '생계부양자 남성/ 가사 노동자 여성'이라는 성역할 모델은 극히 일부 중산층만의 전형일 뿐,
대부분의 가정에서 여성은 생계 부양자이자 가사노동자다.
하지만 여성은 어머니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남성임금의 절반을 받고,
남성은 아버지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성보다 더 많이 받는다.
잠재적 어머니로 분류되는 여성논동자는 노동시장진입에서부터 임금, 승진에 이르기까지
'어머니냐, 노동자냐'라는 정체성을 택일할 것을 강요받거나
택일하지 못할 바에야 둘다 완벽하게 해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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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다가 여시들이랑 같이 보고싶어서 타이핑했어요...
내가 자궁이 있다고 아이를 돌보는 능력이 탑재된건 아닌데 말입니다...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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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법카로 친언니 카페에서 매일 2만원씩 긁었는데 내가 잘못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