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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0년 전 (2016/2/18) 게시물이에요

로마의 위생 시설도 기생충 앞에는 쓸모 없었다? | 인스티즈

(로마 시대의 화장실 유적. Photograph of Roman latrines from Lepcis Magna in Libya. Credit: Craig Taylor)

 로마 제국이 최초로 위생 설비들 - 위생적인 화장실과 하수구, 깨끗한 상수도, 그리고 주기적인 목욕을 위한 욕탕 등 - 을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제국 전체에 이런 위생 시설을 아주 광범위하게 건설한 문명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어떤 고대 제국도 로마 제국처럼 열심히 상하수도 인프라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한 경우가 없을 정도인데, 심지어 당시 건설한 상수도 시설 중 일부는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건재합니다.

 물론 로마가 이런 시설을 만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위생이 건강과 직결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초기부터 도시 문명으로 시작한 로마 사회는 인구가 매우 밀집했기 때문에 불결한 위생과 오염된 물은 심각한 전염성 질병을 전파했을 것입니다. 별다른 치료제도 없던 시절 이는 도시 문명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 일이죠.

 그래서인지 별로 도시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근세 이전의 유럽에 비해서 로마 제국 시대의 도시들은 매우 훌륭한 상하수도 설비와 위생 시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유럽인들이 로마 시대처럼 목욕을 매일 하게 된 것은 사실 최근의 일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로마 제국 시대의 기생충 감염 수준은 이전 철기 및 청동기 시대보다 감소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캠브리지 대학의 피어스 미첼 박사(Dr Piers Mitchell from Cambridge's Archaeology and Anthropology Department )가 이끄는 연구팀은 저널 Parasitology에 로마 시대의 변소 유적과 로마 시대의 무덤, 그리고 로마 시대에 형성된 분변화석(coprolites)을 조사해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기생충을 가지고 살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로마의 위생 시설도 기생충 앞에는 쓸모 없었다? | 인스티즈

(로마 시대의 편충알. Photograph of a Roman whipworm egg from Turkey. Credit: Piers Mitchell )

 고고학자들은 기생충 알을 통해서 당시 사람들이 주로 어떤 것을 먹었고 건강상태는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는 로마 시대 주민들이 도시화가 훨씬 덜 된 이전 시대에 비해서 오히려 더 많은 편충, 회충을 비롯한 장내 기생충을 가졌던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로마 시민들이 자주 목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목욕을 하지 않던 바이킹에 비해서 이나 벼룩 같은 체외 기생충(ectoparasites)이 적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의외의 결과지만 몇 가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하네요.

 연구팀에 의하면 당시 목욕탕들은 매일 물을 갈지 않는 경우도 흔했다고 합니다. 더구나 목욕탕 안의 따뜻한 기온은 기생충이 번성하기에 적당한 환경이었습니다. 따라서 목욕을 자주했어도 기생충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장내 기생충이 많았던 것은 농업 방식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로마인은 인간의 분변을 비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를 이용해서 집약적인 농경을 했었죠. 로마 시대의 집약적 농경 기술은 중세 유럽 보다 훨씬 우월해서 제국의 엄청난 인구를 먹여살릴 수 있었고 덕분에 많은 인구가 도시에 거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로마인은 이 배설물에 기생충이 많다는 사실까지는 몰랐습니다. 결국 이런 집약적 농경 기술이 기생충의 전파 경로가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물고기를 통해 전파되는 조충(fish tapeworm)이 흔했던 이유가 당시 즐겨먹던 소스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가룸(garum)이라고 불리는 이 소스는 생선에 허브, 소금, 향신료 등을 넣고 만드는데, 가열을 하지 않고 발효시키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민물고기에 사는 여러 기생충을 널리 전파시키는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결과만 놓고보면 오늘날 기생충이 별로 없는 이유는 단순히 위생과 건강상태가 좋아져서만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철저한 방역 기술은 물론 기생충 알이 식품에 유입되지 않게 막는 기술이 발전했고 기생충을 제거할 수 있는 약물이 등장하면서 기생충 감염이 줄어들었다고 봐야하겠죠.

 

 다른 문명에 비해서 로마 제국이 특별이 더 기생충에 시달렸는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발달된 상하수도 시설을 갖췄다고해도 치료 약물과 진단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는 기생충에 시달리지 않을 방도가 없었을 것입니다. 여기에 사람의 배설물을 비료로 사용했으니 어쩌면 기생충에 감염되지 않는 쪽이 더 이상한 일이겠죠.

 그래도 로마의 상하수도 시설은 여러 가지 형태의 수인성 전염병 (예를 들면 콜레라 같은)을 막는데 매우 유용했을 것입니다. 기생충을 막지 못했다고 불필요했던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죠.

로마의 위생 시설도 기생충 앞에는 쓸모 없었다? |작성자 고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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