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성, 우물 안 개구리이고 싶다
가장 작은 우물이라 할지라도
난 너만을 알고
니 안에서만 사는
개구리이고 싶어
니가 아무리 작아도
나 하나쯤은
넉넉히 받아 줄 수 있는 포옹력이 있다면
난 니가 아무리 작아도
너에 대해 언제나 만족하며 사는
그런 개구리이고 싶어
우물 안 개구리라도 되고 싶어

류시화, 새와 나무
여기 바람한점 없는 산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없이 살아가는 뭇 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

기형도, 빈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아직 서해엔 가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거기 계실지 모르겠기에
그곳 바다인들 여느 바다와 다를까요
검은 개펄에 작은 게들이 구멍 속을 들락거리고
언제나 바다는 멀리서 진펄에 몸을 뒤척이겠지요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두어야 할까봅니다
내 다 가보면 당신 계실 곳이 남지 않을 것이기에
내 가보지 않은 한쪽 바다는
늘 마음속에서나 파도치고 있습니다

죽어서 헤어지는 것 보담
살아서 한 이별은
대수롭지 않아 라고 말하지 마오
살아서 한 이별 때문에
죽기도 하니
죽어야
진정으로 끝나는 이별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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