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광규, 소주병술병은 잔에다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속을 비워 간다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길거리나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문 밖에서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나가보니마루 끝에 쪼그리고 앉은빈 소주병이었다장미숙, 도시인 한여름 밤 쑥 연기 모기 쫓고 별 무리 헤어 보던 깜깜한 밤이 그립다 경계 없는 낮과 밤을 오가며 원인 모를 두통 몇 알의 진통제를 넘기고 환상의 세계에서 앞으로만 달리는 도시인 화이트칼라 속 가슴은 검게 타는데 생명 잃은 수돗물 끈끈한 하루를 헹구고 무기력에 익숙하다정소슬, 새벽 산책길에서 아스라한 초원 끝 지평선을 뚫고 솟구치는 태양을 보노라면 나도 저처럼 꿈 많은 얼굴로 태어났겠지 싶다나태주, 완성집에 밥이 있어도 나는아내 없으면 밥 안 먹는 사람내가 데려다 주지 않으면 아내는서울 딸네 집에도 못 가는 사람우리는 이렇게 함께 살면서반편이 인간으로 완성되고 말았다김시종, 새벽길 소년딴 아이들은따뜻한 잠자리에 있을 시간소년은 샛별을 보며신문을 돌린다별빛 아래청소부 아저씨의개나리 옷이 보인다소년의 뺨 위에찬바람이 파고든다엄마 아빠 다 여의고신문 배달 소년이 되어할머니를 모시는 장한 소년 가장소년의 볼을 깎는 찬바람은한파(寒波)가 아니라, 세파(世波)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