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여승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쓸쓸한 낯이 예날같이 늙었다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릏 샀다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이 갔다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어린 딸은 도라지 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산 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사람이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앉아 있거나차를 마시거나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그 어떤 때거나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내가 그리는 풍경인지그건 잘 모르겠지만사람이 풍경일 때처럼행복한 때는 없다정호승, 무릎너도 무릎을 꿇고 나서야 비로소사랑이 되었느냐너도 무릎을 꿇어야만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데에평생이 걸렸느냐차디찬 바닥에스스로 무릎을 꿇었을 때가 일어설 때이다무릎을 꿇고먼 산을 바라볼 때가 길 떠날 때이다낙타도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먼저 무릎을 꿇고 사막을 바라본다낙타도 사막의 길을 가다가밤이 깊으면먼저 무릎을 꿇고차란한 별들을 바라본다정지상, 송인비 갠 긴 언덕에는 풀빛이 푸른데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대동강물은 그 언제 다할 것인가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저녁 거리마다 물그러미 청춘을 세워두고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해매였으나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