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체, 연인우리는 서로의 몽타주다나는 세계를 지우는 일을 했고너는 세계를 구성하는 구멍에 빠졌던 가난 의붓아들과 의붓딸의 만남우리를 낳지 않은 우리의 부모들을 탈각했다가진 적도 없던 것을 지키려고 애썼고서로 악수하면서 서로의 손을 혼동해서 침묵했다우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게 되었음에도거울로 방을 가득 채웠으며서로의 혈액형도 모른 채 피를 섞었다 나는 녹슨 문 앞에 앉아고드름을 부러뜨리는 부랑아너는 너에게도 어울리지 않아서하염없이 누군가를 치환하지우리가 살찌고 행복해서 질려버릴 때잊을 수 있겠지만 잊지 않겠다는 주(呪)를미신처럼 읊조릴 거야내가 없었던 세상을 가장 근처에서 만지는 일네가 없는 꿈을 꾼 적이 없다 우리는 유기되었다세계와 거의 비슷해지는 중이다없애러 간 곳에서 얻어서 돌아올 것임을 안다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몸이 부풀어 오른다예쁜 예감이 들었다우리는 언제나 손을 잡고 있게 될 것이다맹문재, 힘힘 있는 자들이 이 계절을 화려하게 사는 동안힘 없는 자들은 모든 계절의 추억을 안고 죽은듯이 살아간다김수영, 사랑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않는사랑을 배웠다 너로해서그러나 너의 얼굴은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이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다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번개처럼번개처럼금이 간 너의 얼굴은윤동주, 별 헤는 밤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습니다.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의 시와 별 하나의 어머니, 어머니어머님, 나는 별 하나의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비둘기, 강아지,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이원수, 달너도 보이지오리나무 잎사귀에 흩어져 앉아바람에 몸 흔들며 춤추는 달이 너도 들리지시냇물에 반짝반짝 은 부스러기흘러가며 조잘거리는 달의 노래가 그래도 그래도너는 모른다 둥그런 저 달을 온통 네 품에안겨주고 싶어하는 나의 마음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