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헛된 바람 - 구영주
어느
이름 모를 거리에서
예고없이
그대와
마주치고 싶다.
그대가
처음
내 안에 들어왔을 때의
그 예고 없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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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 김기만
우연히 마주치고 싶은 사람이 있다네.
환한 봄날 꽃길을 거닐다가
플라타너스 그늘 길을 따라 걷다가
은행잎 떨어지는 아스팔트를 밟다가
겨울비 오시는 하늘 아래에서도
스쳐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네.
만나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네.
그저 온종일 기다려도 좋을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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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나라 - 이정하
내 사랑은
탄식의 아름다움으로 수놓인
황혼의 나라였지.
내 사랑은
항상 그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가도가도 닿을 수 없는 서녘하늘,
그곳에 당신 마음이 있었지.
내 영혼의 새를 띄워 보내네.
당신의 마음
한 자락이라도 물어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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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정채봉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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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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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 조진국
기다리지 않겠다
원하지 않겠다
그리워하지 않겠다
마음을 꾹꾹 눌러 밟으며, 겨울의 한기에서 벗어나려고 뒷걸음 친다
하지만 쾅
아무리 세게 마음을 닫아도
봄이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스르르 문이 열리고
제 아무리 차갑게 얼었떤 마음도
결국 봄에게로 흐르게 된다는 것을 안다
겨울 끝에는 항상 봄이 오듯이,
내 끝에는 항상 네가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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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없이 볼 수 없는 너 - 채지민
눈물없이 볼 수 없는
네가 내게 있다
눈물없이 볼 수 없는
네가 내 마음에 있다
울음으로 끝내버릴 수 없는
너에게 나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전할 수 없는 아픈 가슴에 안고
눈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네가 내게 있다
두 눈 가득 눈물 담아두어야만
눈앞에 비춰져 오는 네가 내게
네가 내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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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온다구요? - 황경신
당신은 그냥
밤으로 오세요
꿈으로 오세요
눈길에 발자국 하나 얼룩 하나 남기지 말고
내가 왔어요 소리도 내지 말고
그래야 내가 모르죠
당신이 온 것도 모르고
어느새 가버린 것도 모르고
떠나는 사람이 없어야 남는 사람도 없죠
행복이 없어야 슬픔도 없죠
만남이 없어야 이별도 없죠
첫눈이 온다는 날
기다림이 없어야 실망도 없죠
사랑이 없어야 희망도 없죠
잠시 왔다가 가는 밤처럼
잠시 잠겼다 깨어나는 꿈처럼
그렇게 오세요
그렇게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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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인형 - 류시화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위해
당신의 피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없이
녹아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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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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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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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좋지 - 윤보영
자다가 눈을 떴어
방안에 온통 네 생각만 떠다녀
생각을 내보내려고 창문을 열었어
그런데
창문 밖에 있던 네 생각들이
오히려 밀고 들어오는 거야
어쩌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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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 이수익
봄에는
혼자서는 외롭다, 둘이라야 한다, 혹은
둘 이상이라야 한다.
물은 물끼리 만나고
꽃은 꽃끼리 피어나고
하늘에 구름은 구름끼리 흐르는데
자꾸만 부푸는 피를 안고
혼자서 어떻게 사나, 이 찬란한 봄날
가슴이 터져서 어떻게 사나.
그대는 물 건너
아득한 섬으로만 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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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나이게 하소서 - 슈즈
그대와 함께 산길을 걷는 사람이
바로 나이게 하소서.
그대와 함께 꽃을 꺾는 사람이
바로 나이게 하소서.
그대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람이
바로 나이게 하소서.
그대와 비밀스런 얘기를 나누는 사람이
바로 나이게 하소서.
슬픔에 젖은 그대가 의지하는 사람이
바로 나이게 하소서.
행복에 겨운 그대와 함께 미소짓는 사람이
바로 나이게 하소서.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나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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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함민복
그대 생각을 켜 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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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우석) 아 빈첸시오 가브리엘라 라파엘라 미친 이거뭐임 ㅋㅋ (찐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