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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을이 되면 잠시 눈을 감는다매년, 밤의 찬 공기는 내게 가을임을 알리고,나는 가을이 되면 잠시 눈을 감는다. 눈을 감고 모든 것을 지운다그 까만 배경에 너를 그린다 처음 만났을 때의 너를 그린다너의 얼굴 너의 표정 너의 옷가지 너의 손인사다행이 아직 난 너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자 너의 향기가 나기 시작한다머리카락 바람에 날리는 향기품안에 안기는 따뜻한 향기조금 서툴렀던 우리 사랑의 향기가 나기 시작한다 눈을 뜨면 네가 내 품 안일 것만 같다하지만, 여기서 눈을 떠버리면너는 다시 어두운 어딘가로 사라져너를 점점 떠올리기 힘들 것만 같다 이대로 널 보고, 널 느끼고 있으니꼭 감은 두 눈은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살며시 눈물을 내리운다 그래, 이렇게 아직 난 너와 함께 있는 것이다아직 나는 너와 이별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비록 우린 다시 만나기 어렵겠지만다만 난 이렇게 너를 만나곤 한다그 때 말 못한 이야기를 전하곤 한다-가을이다, 부디 잘 지내라. 너는 그 짧은 순간동안 은연히 스며들었다 1 / 서점에 들러 책 향기 맡으려하니너의 향기가 코끝을 찔렀다 공원에 앉아 잠시 눈을 감으니너의 온기가 느껴졌다 돌아가는 동네 골목에도묘연하게 비추는 가로등에도이 편지에도, 내 마음에도온통 너로 가득하다. 너 없이 만들어 놓은 나의 일상에너는 그 짧은 순간동안 은연히 스며들었다 너는 그 짧은 순간동안 은연히 스며들었다2 / 빠르게 타오르는 불꽃은 빠르게 식어가고은연히 스며들은 너는 은연중에 빠져간다 그 동안 내 옷가지에 스며들은 너와 나눈 향기가 점점 빠져나가내 이 작은 두 손으로 허둥지둥 막아보다결국, 울음이 터져 주저앉고 말았다 다시는 맡을 수 없는 그 향기가 잊히기 시작했다기억하려고, 잊지 않으려고사람들이 가장 많은 거리로 나가 네 향기를 찾기로 했다.울먹이며 이리저리 뛰어다녀보아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네 향기 하나 찾기 어려운데우리 어떻게 만나서 어떻게 사랑했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향기는 마음에 남아 찾을 수 없고마음속에 남은 향기는 맡을 수 없이 코끝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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