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pt/3728295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정보·기타 이슈·소식 유머·감동 할인·특가 팁·추천 뮤직(국내) 고르기·테스트
이슈 오싹공포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1153 출처
이 글은 9년 전 (2016/4/16) 게시물이에요





영화 퍼펙트 월드〉를 보고... | 인스티즈

현존 최고의 미국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수많은 걸작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찍어냈다. 폭력을 지혜의 눈으로 성찰하는 그의 시선은 경이로울 정도다. 아쉽게도 이스트우드가 작가로서 인정받기 시작한 90년대를 논할 때, 서부극의 역사를 뒤집는 용서받지 못한 자〉만 언급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용서 받지 못한 자〉가 위대한 작품이지만, 난 퍼펙트 월드〉 또한 그에 못지 않은 걸작이라 생각한다. 92년과 93년에 연달아 만들어진 이 두 걸작은 배우로서의 이스트우드를 소환한다. 그를 정의하는 두 장르는 아마도 서부극과 (레오네와 이룬 3부작) 느와르일(더티 해리 시리즈) 것이다.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서부극의 신화를 부정한 그는 느와르 장르를 경유한 로드 무비로 미국의 역사를 돌아본다.

퍼펙트 월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여러 영화가 그렇듯이 영화가 다루지 않는 시간이 스크린에 보이는 시간을 지배한다. 필립과 버치, 아버지 없이 자란 두 남자는 친구와 부자 관계 사이 경계를 타며 오묘한 흐름을 지난다. 인질극으로 시작한 영화는 로드 무비로 돌변하고 서부극이 한때 지배했던 영역과 지역을 지나간다. 버치의 대사처럼 과거를 지나고 미래로 달려가는 자동차의 움직임이 이 영화다. 여기서 이스트우드는 지나온 과거를 집요하게 바라본다. 우리는 아버지 없이 자란 두 남자의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 버치와 레드의 관계를 발견한다. 또 하나의 유사 부자관계, 알고보니 레드는 진짜 아버지의 영향보다 소년원에서 자라는 것이 나을 것이라 판단해 결정을 내렸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잘못된 결과로 이어지고 아버지와 아들의 어긋난 관계는 되풀이된다. 거부된 부자 관계는 이 모든 사건의 근원인 셈이다.

A Perfect World라는 표현은 주로 영어에서 불가능하지만 소망하는 것을 말할때 쓰인다 (In a perfect world ~~). 미국이 '완벽한 세상'이었다면 이들은 아버지와 함께 자라지 않았을까. 고로 영화의 시작 전부터 잘못된 흐름으로 향하고 있었던 아메리칸 드림은 케네디의 죽음과 함께 비틀어진 그 형상이 뚜렷해진다. (이 영화는 케네디가 암살된 63년 11월 바로 전 63년 할로윈을 무대로 삼고 있는 점을 버치 역을 맡은 케빈 코스트너는 불과 2년 전 JFK〉에 출연했다는 사실과 연결지을 때 이것은 우연이라 보기 힘들다. 심지어 영화에서 케네디 대통령이 퍼레이드를 위해 온다고 언급까지 한다).

영화 퍼펙트 월드〉를 보고... | 인스티즈

영화는 두 인물의 두 굵은 줄기를 따라 흘러간다. 아버지가 떠나고 독특한 어머니 아래 자란 버치와 필립은 서로의 반대를 이루는 짝패같다. 필립은 세상과 일종의 벽이 생긴 채로 자랐고, 버치는 일찍 세상에 놓여 험하게 자랐다. 이것은 오프닝 장면부터 명백하다. 여기서 필립은 닫힌 창문 밖으로 친구들에게 놀림받고 있으며, 그 모습은 탈옥하는 버치의 모습과 붙어있다. 서로 친해진 후 버치는 필립을 보고 소원을 들어주려 한다. 그는 자신에게 한때 있었지만 잃은지 오래된 순수함을 필립에게서 엿본 것이다. 버치는 세상이 앗아간 자신의 순수함, 어린 시절을 필립에게 찾아주려한다. 그리고 도망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치를 따라가는 필립과 아버지가 남겨준 카드를 보고 알래스카로 가려는 버치에서 볼 수 있듯이 아들은 아버지를 원한다.

여기서 이스트우드는 영화 속 불가능한 '완벽한 세상'의 모순을 영화 자체에 담아낸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한다면 아마도 좇는 이와 좇기는 이의 이야기일텐데, 여기엔 추적의 스릴이 어디에도 볼 수 없다. 그는 두 이야기를 마치 필립이 쓴 가면을 연상시키듯이 유령의 속도로 유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모순은 두 이야기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지금 일어난(그리고 일어날) 비극의 원인이 누구인지 우리에게 질문한다.

영화를 보는 것은 쇼트와 쇼트가 연결되어 생기는 액션을 보는 것이다. 이스트우드 감독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유려하게 쇼트를 이어붙여 영화를 진행시킨다. 결국 만나게 될 두 갈래를 (버치-필립과 경찰들) 편집으로 오가며 쫓는 이 영화에서 두 갈래는 둘다 끈임없이 차로 움직인다. 그리고 이 흐름을 보며 난 이 영화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이스트우드의 쇼트를 끊을지/말지, 시퀀스를 진행시킬지/말지의 고민은 그의 폭력에 대한 사유와 같다. 즉, 그는 영화를 세상에 대한 사유와 나란히 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유는 그가 주는 두 가지의 변화로 드러난다.

영화 퍼펙트 월드〉를 보고... | 인스티즈

하나는 두 갈래를 오가던 쇼트와 장면의 리듬을 끊는 것이다. 여기서 전체적으로 영화는 두 이야기에게 장면을 할애하며 오가는데, 갑자기 한 이야기가 길게 진행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아니나 다를까, 긴 시간이 할애되는 두 장면은 모두 비극이 일어나는 장면들이다. 두번째 방법은 항상 차로 움직이는 동력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차로 계속 이동하는 인물들이 갑자기 멈추기 시작하면 우린 불안해진다. 버치의 대사가 말해주듯이 차는 미래를 향하는 타임머신이다. 그 타임머신이 멈추면 인물들은 정(停)의 상태에 놓이며 지나온 길, 과거를 마주치게 된다. 과거를 마주치는 그 순간은 문제의 근원과 맞닿는 순간이다. 미래를 향한 타임머신은 멈추게 되는 순간, 아메리칸 드림 또한 부숴지는 것이다.

퍼펙트 월드〉에는 일종의 경계와 벽이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필립이 유리창 밖으로 친구들과 분리된 모습이 등장하고, 그의 집은 마치 세상과의 벽처럼 보인다. 처음 볼땐 그냥 넘겼지만, 다시 보고 놀란 순간은 버치와 필립이 가게로부터 도망치는 순간이다. 이때 필립은 할로윈 분장을 훔친다. 이때 필립은 본인의 선택으로 버치와 함께하는데, 버치가 가게 유리창문에 총을 쏜다. 그리고 그 깨진 유리창을 카메라는 뚜렷히 비춘다. 이 순간에 버치는 필립을 세상과 격리시킨 창문, 즉 어머니의 방침이 (할로윈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아이의 순수함을 뺐는 것) 무너졌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스트우드의 영화의 남자는 집에 돌아가지 못한다. 이는 다시 말하면, 결국 제자리를 찾는 인물의 이야기다. 그의 영화를 장식하는 서부극의 영웅은 (표면적으론 서부극이 아닌 그의 영화도 서부극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영웅으로서 있을 자리가 없다. 자리가 없는 사람들,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함으로서 역으로 제자리를 찾게된다. 그렇기 때문에 버치는 알래스카로 가지 못하고 불가능한 희망을 약속하며 죽는다. 그러면 이 죽음에서 이스트우드는 어디 서있는가? 라는 질문을 통해 퍼펙트 월드〉에서 이스트우드가 용서받지 못한 자〉보다 한 발 더 나아 갔음을 알 수 있다.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그는 자신의 서부 영웅으로서의 자아를 불러내어 그 낭만과 신화를 파괴하지만, 여기선 더티 해리 시리즈로 유명한 범죄영화의 자신의 자아를 불러내는 척만 한다. 퍼펙트 월드〉의 '배우'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노쇠함을 늙은 육체로 드러내며, 눈 앞 비극의 순간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있다. 이 순간 배우로서의 그는 불가피한 죽음을 지연시키려는 감독으로서의 자신과 겹쳐지며 이 위에 미국의 역사와 장르의 역사가 살며시 포개진다.

영화 퍼펙트 월드〉를 보고... | 인스티즈

위대한 영화는 단순해보인다. 우리가 존 포드의 영화를, 오즈의 영화를 보고 어렵다, 난해하다고 하지는 않지 않나. 하지만 이런 단순함 속엔 우물 같은 깊음이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퍼펙트 월드〉에도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어떤 우물이 있다. 이 영화는 각종 기교를 사용한 영화도 아니고, 복잡한 이야기로 이뤄진 영화도 아니다. 그냥 쫓고 쫓기며 자기가 속한 '차'의 인물과 가까워지는 이야기다. 이렇게 쉽게 요약되는 이 영화는 정말 '봐야한다'. 봐야지만 우린 레드의 죄책감을 목격하고, 버치의 표정을 느낄 수 있다.

영화의 첫 쇼트에서 비춰지는 버치의 평화로운 모습은 허황된 아메리칸 드림과도 같다고 이스트우드는 말한다. 우리는 끝에 같은 쇼트가 반복됨으로서 그 허황됨을 깨닫는 것이다. 이스트우드에게 버치-케네디의 죽음은 아메리칸 드림의 뒤틀림을 모두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이것은 불가증한 꿈을 꾸는 나라가 그 믿음의 비극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스트우드는 버치-케네디의 불가피한 죽음을 최대한 지연시킨다. 그가 죽는 순간은 필립처럼 미국이 순수함을 잃는 순간이다. 이것은 죽음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부정하고 싶은 비밀을 알고 있는 노인의 지혜로운 시선이다.

버치는 필립에게 알래스카 엽서를, 마치 유서처럼 넘겨주며 최후를 맞이한다. 필립은 과연 알래스카로 가게 될까, 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아버지의 불가능한 꿈은 아들에게 전해지지 못하고, 아들은 '새로운 타임 머신'인 헬리콥터를 타고 떠오른다. 이 헬리콥터를 타고 아들은 베트남으로 갈 것이다. 이스트우드는 이 불길한 미래를 잠시 뒤로 하고, 버치-케네디의 죽음을 추모한다.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이재용 회장과 셀카 찍은 스트레이키즈 필릭스
2:56 l 조회 2484
반지의 제왕 새로운 '아라곤' 캐스팅1
2:53 l 조회 1739
미국에서 프랑스 화장품 꺾고 한국이 압도적 1위됨.jpg2
2:53 l 조회 2671 l 추천 1
악뮤 이찬혁이 처음으로 만든 노래
2:51 l 조회 429
평생 면종류 3가지만 먹을수있다면?1
2:46 l 조회 645
모두가 쫄딱 망할거라고 예상했다는 영화.jpg
2:45 l 조회 5464
요즘 k팝 발음 제대로 하라고 지적한 선우용여.jpg1
2:41 l 조회 3878
평생 두가지초밥만 먹을수있다면?
2:39 l 조회 505
탈북할때 보인다는 대한민국 귀순 표지판3
2:38 l 조회 6657
비행기 안에서 쓰러진 여성을 살린 의사가 직접 쓴 글
2:37 l 조회 130
청주 카페 또 다른 피해자의 증언...더 심각함
2:36 l 조회 1289
용아맥 필수 영화 목록 정리
2:32 l 조회 269
레이저 점화기
2:21 l 조회 21
대한민국 성씨 가문 문장1
2:11 l 조회 3074
흥미로운 이동진 영화평론가 인문강연 실시간 문답
2:11 l 조회 451
석고보드 운반의 달인
2:10 l 조회 321
자연이 만들어준 수영장
2:10 l 조회 1762
망한카페 사장들의 자조모임
2:09 l 조회 3970
참새가 벚꽃을 꺽는 이유
2:09 l 조회 2543
올해 개교한 초등학교 이름19
2:02 l 조회 11588


12345678910다음
이슈
일상
연예
드영배
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