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꽃>
<모래 눈물>
<개화>
<평행>
저와 연고도 없는 사람이 겪은 비극적 일에 제 감정이 정말 찰싹 붙어서 흡착되는 때가 간혹 있습니다.
정말 간혹. 제가 이 글을 올리는 시기를 대충 보면 예상이 가능하듯 저희가 속한 작은 ‘대한민국’이라는 세상이 온통 노랗게 물들여졌던, 천개의 바람들이 그 노란빛의 리본들을 흩뜨렸던, 그 날의 일처럼 말입니다.
가끔 사람들은 그 사건을 떠올리면 절로 우울해진다고 합니다. 어디 깊숙한 곳에 쳐박힌, 공허하고 어두운 지하를 걷는 것과도 같다고 합니다. 그 날의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린다고 합니다.
학자들도 많은 한국사람들이 겪은 현상을 집단 트라우마, 혹은 집단 우울증이라고 칭합니다. 그만큼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연고 없는 사람들의 일에 한 마음으로 안타까워하고 슬퍼했던 그 날의 일이, 벌써 2년 전의 일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제 그 날의 이야기가 지겹다고 합니다. 그만하라고, 지겹지도 않냐고, ‘그런’ 얘기를 해서 무엇하냐고 합니다.
또 그 말을 들은 다른 사람들은 세월호 이야기를 지겹다고 불평하는 사람들 때문에 같은 비극이 반복될 것이라 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이야기를 뱉는 것이야말로 또 다른 참극을 낳는 무서운 행위라고요.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과 여러 세월호 관련 책, 기사 등을 봐왔기에 저 역시 그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그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로서 가지는 또 다른 경각심, 두려움이 저에겐 따로 있습니다.
말로 꺼내지는 않지만 언젠가 저와 동화된 이 감정들이 너무 가까이 붙어버려서, 이제는 있는 줄도 잠시 잊게 되는 일.
그 일이 아직까지 진상규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고립 되었다는 것을 잠시 잊은 채, 그 날의 이야기를 입에 덤덤하게 머금어도 이젠 조금 괜찮은 듯 싶은 일.
저는 제가 그렇게 될까봐 조금은 무섭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4월, 그 날의 일에 조금도 무덤덤해지면 안된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건 그저 저의 생각이다. 저에게 국한된 것일지도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제가 무덤덤해질까봐 두렵습니다. 그 날의 일에 괜찮아져서, 결국에는 고립된 세월호의 물결이 흐르지 못할까봐 두렵습니다.
세월호에 고립된 사람들은, 표류자입니다. 아직도 고개돌려 외면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 날의 물결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표류자들…
표류하게 만든 책임자가 분명히 있는 상황 속에서 그들은 2년이라는 시간동안 어떻게 버티고 있었을까요. 저는 감히 가늠하지 못하겠습니다.
원망을 토해낼 대상을 잃은 표류자에게는 허탈감만 남습니다. 분노도 질책도 할 수 없습니다.
그저 표류한 곳에 몸을 던져놓고 모든 것이 소진 될 때까지 가만히 있든, 혹은 온갖 곳을 찾아 헤매며 자신을 표류하게 만든 자를 찾아 광란하든, 몸 안에서 미칠듯이 요동치는 그 감정들을 쏟아내거나 비워내거나 해야합니다.
그렇기에 세월호의 2주기는 더 공허한 것 같습니다.
아직도 유족들은 그 날에 표류해있습니다. 아직도 고립되어있습니다. 아직도 책임을 물을 대상 하나 그러쥐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그래서 적어도 저 자신은 그 날의 감정에 무감각해지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 행해야 할 새 의무와 권리를 가진 나라의 일원이 되었는데도 그 물결이 고립된 채 굳어버리게 되면, 그로 인해 죄 없는 아이들이 또 다시 표류하게 되면, 그냥 제 자신이 한심스러울 것 같습니다.
제가 표류한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구원해줄 수는 없겠지만 제가 등대, 하다 못해 등대의 빛 한 줄기쯤 될 수는 있지 않을까요. 그 정도는 해주어야하지 않을까요.
제가 등대가 되주어야, 또 다시 올지도 모를 사건에 제가 표류되었을 때 손 내밀어줄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사족이 길었습니다. 오늘 하루는 많이 길고 따뜻한 하루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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