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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중반 여자입니다.
남자친구와는 이제 일년이 넘어가고
일년 만나면서 딱 한번 싸웠을 만큼
서로 별다른 트러블 없이 지내왔어요
그런데 저번 주말에, 데이트를 하다가
같이 버스를 탔습니다.
둘 다 자리에 앉았는데
새로 산 구두를 신었던 날이라
굽이 6cm인 미들굽이여도 뒷꿈치가 까져서
약국에서 밴드를 붙였는데
걸을 때마다 쓸려서 결국 밴드도
벗겨지고 피본 날이였어요
뒷꿈치 안 쓸리게 걸어보려고 하도 발 앞쪽으로
힘줘서 걸었더니 다리가 부은것처럼 많이 아프기도 했구요
데이트 할때 제가 새 신발 신고 멋부린거니까
징징대지 않으려고 발 아픈 걸 내색 안 했지만
버스에서 앉았을때 진짜 너무 편해서 내리기 싫을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할머님 두분께서 버스에 타셨고
저희자리 앞에 서셨어요
남자친구는 바로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했는데
저도 잠깐 고민했지만, 발이 아파서 그냥 눈 딱 감고
일어나지 않았어요.....
남자친구가 그런 저를 보고서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그냥 별 말없이 옆에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들 하면서 갔는데
버스에서 내리니까 바로 저한테
왜 자리 양보 안 했냐고 묻는거에요
그래서 발이 아파서 그랬다고 했더니
저더러 너무 본인이 민망했대요
그리고 솔직히 실망스러웠다고 하네요
발 아파도 곧 내릴건데 할머님한테
양보하는게 큰 일도 아니고
같이 양보할 수 있는데
그냥 앉아있는 모습이
별로고 실망스러웠다네요
솔직히 저도 양심이 찔리고 눈치보였어요
그런데 발이 아팠고, 주변에 앉아있는
다른 젊은 사람들도 많은데
발 아픈 내가 꼭 양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도덕적인 문제를 꼭 의무인 것 마냥
저를 타박하는 남자친구에게
저도 화가나서 개념없는 여자친구 둬서 실망스러우면
나도 도덕적인걸 의무적으로 강요하는
남자친구에게 실망스러울 지 모른다고 생각 안 하냐
여자친구가 발이 아팠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주는게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냐
같이 싸웠어요
지금도 너무 속상합니다
이거 정말 제가 잘못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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