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이 다가올 때 쯔음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의연애를 끝냈다당신은 아직도우리가 헤어진 정확한 이유를모르고 있을 것이다그냥 두 눈 딱 감고핸드폰 너머로우리는 더이상 아닌 것 같다며헤어지자고 했으니까사실 나는몸이 너무 아팠다건강이 생각보다많이 안 좋아졌다당신을 만났을 때만 해도나는 참 건강한 아이였는데내 욕심 때문에밥 먹는 시간을 줄여가며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그렇게 내 몸을 혹사시켰고결국 나는 건강을 잃었다남들이 다 타는대중교통을 타지 못했다20분 이상을 서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음식을 소화시킬 힘마저 없어서식은땀을 흘리며 쓰러졌다당신과 사귀는 동안나는 119를 부르는 일이 잦아졌고응급실을 내 집 드나들 듯 했다물론 나는 당신에게 얘기하지 않았다아니, 얘기할 수가 없었다당신 어머니께서 암으로 돌아가셨고당신 누나도 암으로 투병 중이시니까가족들을 병으로 잃어가고 있는데애인마저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당신에게 전해줄 수 없었으니까그래서 나는 단 한 번도 당신을병원으로 부른 적이 없었다혼자 사는 나에게는 당신이 내 보호자였는데보호자인 당신을 차마 부를 수가 없었다작년 2월쯤늘 그렇듯 또 쓰러졌고그때 나는 당신과 헤어져야겠다고결심을 했던 것 같다다른 날과는 달리 그 날은'이러다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생각이 들 정도로 아팠기 때문이다예전에는 쓰러지면그냥 쓰러지는가 보다 했는데특히 그 날은'살고 싶다'라는 생각과'너무 아프다. 차라리 정신을 잃었으면 좋겠다' 라는생각이 동시에 들 정도로 많이 아팠다울지 말자고 굳게 다짐을 한 뒤당신에게 전화를 걸었고나는 당신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그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던 당신이온갖 주절주절 변명을 하며울었다단 한 번도 내게 눈물을 보인 적 없던 당신이더 잘하겠다며, 자기가 그동안 너무 소홀했다며울었다미안했다당신 잘못이 아닌데얘기를 더 하면내 마음이 약해질까 봐서둘러서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나도울었다당신과 헤어지고 나서도몇 달간은 계속 쓰러졌다차가운 지하철 바닥에 누워있을 때마다당신 생각이 났던 것 같다쓰러질 때마다 당신 생각이 났기에내 건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몸이 아파서 쓰러지는 것보다그 아픈 상황에서도 당신 생각이 난다는 게더 힘들었기 때문이다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밖에 안 했던 내가어떻게든 견뎌내려고 운동을 시작했고쓰러지기 싫어서 어떻게든악으로 깡으로 버텼던 것 같다내 건강을 잃어가는 줄도 모르고욕심부리며 앞만 보고 달려가던그때의 나를 자책하며내 옆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보려고 노력했다그렇게 몇 개월을 노력했다너무 아파서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울컥 올라올 때도 있었지만당신을 떠올리면 참을 수 있었다그리고20분 동안 서 있는 것도 벅차하던 내가50분 동안 서 있을 수 있게 되었다밥을 세 숟가락도 못 먹던 내가이제는 반 공기나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늘 그렇듯나답게 씩씩하게 버텨냈다그리고 이겨냈다나 참 잘했지?내 어떤 모습이라도 받아주던당신이었는데그런 당신에게 상처 줘서 미안해참 좋았던 우리였는데, 그치?나로 인해 당신을 잃고 나서이제는 더이상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싫어졌어아니, 무서워졌다는 표현이더 정확하겠다예전에도 나는 이별을 몇 번 경험했었고이별 그 정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담담하게 견뎌냈던 나였지만당신한테만은 '그 정도쯤'이 되지 않았거든당신을 만나서'의지한다'라는 말의 뜻을 배웠고다른 사람에게 의지할 수 있다는 게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으니까그리고그 의지하던 사람이 없어졌을 때내 인생이 통째로 날아간 것 같은 기분을느꼈으니까그 경험을 또 하고 싶지가 않아졌어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거든나는 이렇게 지냈는데당신은 어떻게 지냈니?내가 몸이 안 좋다고 얘기를 해도당신은 사랑하니까 괜찮다고끝까지 내 옆에 있어주겠다고얘기할 게 뻔하기에당신한테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던그런 나를, 이해해줘그 거짓말조차도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 중 하나였으니까우리가 헤어지던 날핸드폰 너머로우리는 더이상 아닌 것 같다며울고 싶은 걸 꾹꾹 참으며담담하게 얘기하고 있을 때울지 말라고 얘기하던당신의 목소리가 기억난다내 떨리는 목소리 하나에내 마음을 읽던나를 가장 잘 알던 당신이 생각난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