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한국방송공사(KBS)에서 1983년 6월 30일부터 동년 11월 14일까지 138일 동안 방송했던 프로그램.
단일 생방송 프로그램으로는 세계 최장기간 연속 생방송 기록을 갖고 있다.
역사적 비극인 6.25 전쟁으로 인해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흩어져 사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수는 1천만으로 추산되고 있었다.
그런데 1980년대초의 한국은 지금과 같이 인터넷은커녕 전화보급망조차도 정보가 원활하지 못하던 시대였기에
공영 미디어의 파급력을 이용해 남한 안에서만이라도 흩어져 사는 이산가족을 찾아보자는 의도의 프로그램이 기획되었던 것.
그리하여 원래는 1시간 30분 정도 가량 진행되는 단발성 "6.25 33주년 특별기획 생방송"으로 종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50여 명의 이산가족을 스튜디오에 모시고 생방송을 진행하는 바로 그 순간, KBS 사무국의 전화통에는 문자 그대로 불이 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밤 11시가 넘은 시각까지 여의도 KBS 스튜디오로 1천 명이 넘는 이산가족이 사전 출연약속 없이 몰려올 정도였다.
그저 방송 하나에만 실낱같은 희망을 의지한 채 무작정 여의도로, 여의도로 찾아왔던 것.
정보의 소통이 부족하던 시절, 미디어의 위력은 이산가족들에게는 단비와도 같던 소식이었다고 한다.KBS는 원래 약 1시간 30분 정도로 계획되어 있던 생방송을 다음날 새벽 3시까지 긴급 연장해서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도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방송국을 찾았고, 이들은 본관 앞에 장사진을 쳤다.
그리고 프로그램 출연 및 이산가족 문의전화로 방송국의 전 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자, KBS는 아예 뉴스를 제외한 모든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해버린다
7월 1일 단 하루에만 1만 통이 넘는 문의전화가 걸려왔던 것.
이렇게 시작된 이산가족찾기 특별 생방송은 5일 밤낮으로 이어졌다.
이 5일간의 릴레이 생방송 동안 시청률은 78%를 찍었고 500여명의 상봉이 이루어졌다.
KBS측은 아예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을 상시편성으로 전환하여 매일 밤마다 방송했다
(이 방송을 보면서 밤 새우고 다음날 직장에 지각한 사람들이 참 많았다. 2002년 월드컵을 생각하면 된다).
결과적으로 이 릴레이 방송은 그해 11월 14일까지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총 453시간 45분동안 단일주제 연속 생방송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기네스북에 등재된 이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또한 방송기술의 발전으로 서울 KBS 본관뿐만 아니라 각 지역방송총국을 SNG로 연결해서 생방송하는 기법도 이 때 활성화되었다.
방송기간 동안 5만여 명의 이산가족이 여의도를 찾았고,
방송에서는 100,952건이 접수되었으며 그 중 53,536건이 방송되고 결과적으로는 10,187명의 사람들이 서로 만났다.
여의도광장에 설치되었던 '만남의 광장'은 다음해인 1984년 여름까지 유지될 정도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