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납니다살아있구나 느끼니 눈물납니다기러기떼 열지어 북으로 가고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이렇게 살아있구나 생각하니 눈물납니다다시 오는 봄 / 도종환당신의 아침엔 엷은 햇살과부드리운 차 한잔이 있네커튼 사이로 스민 엷은 햇살이테이블 위 당신의 흔적을 스치고그 빛을 받은 식탁 앞엔부드러운 차 한잔과 당신의 숨결이 있네당신의 아침엔당신의 손길을 받은 모든것과그 모든 것을 상상하고 있는내가 있네오늘 아침엔 유난히당신의 아침이 잘 그려져나의 아침도이렇게 웃고 있네이토록 아름다운 날들을허락해주신 당신께내가 어떻게감사하지 않을수가 있겠습니까눈물에 얼굴을 묻는다나는 아침에 깨끗하고 똑똑해진다그래서 아침엔 당신을더 가까이 느낄 수가 있다당신의 아침 / 원태연아가야꽃으로 피어 웃어주던 너에게눈맞추던 봄날 꿈꾸며 행복했다꽃샘바람 모질게도 불어밤잠 설치며 애태우던 그날 밤청솔가지 태운 연기로찬 서리 쫓던 슬픈 기억이 새롭다아비의 거친 손끝에서 자라난내 살점같은 아가야한점 부끄럼도 달지 않고땡볕 보듬고 키운 고운 너를 보낸다가거들랑 그곳에 가거들랑땀에 젖은 아비의 하얀 마음더도 덜도 말고 본대로 전해다오만나거들랑 고운 님 만나거들랑지리산 청정이슬로 세수하고어미가 입혀주는 고운 옷 입고 왔다고배시시 웃어 기쁨 가득 주거라혹시라도 그 님이 얼굴 찡그리거든군말 말고 달려와못난 아비의 종아리를 쳐라어설픈 어미의 엉덩이를 쳐다오너를 보내며 / 안윤주물통 속 번져가는 물감처럼아주 서서히 아주 우아하게넌 나의 마음을너의 색으로 바꿔 버렸다너의 색으로 변해버린 나는다시는 무색으로 돌아갈수 없었다넌 그렇게 나의 마음을 너의 색으로 바꿔버렸다물감 / 이정수흔들리잖고 피는 꽃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곧게 세웠나니흔들리면서 꽃망울 고이 고이 맺었나니흔들리지않고 피는 사랑 어디 있으랴젖지 않고서 피는 꽃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비바람 속에 피었나니비바람 속에 줄기를 곧게 곧게 세웠나니빗물 속에서 꽃망울 고이 고이 맺었나니젖지 않고서 피는 사랑 어디 있으랴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어디 한두 번이랴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오늘 일을 잠시라도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사랑하는 이여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추운 겨울 다 지내고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내가 만약사랑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면그것은오직그대 때문입니다내가 만약 / 헤르만 헤세진정 사랑한다는 것은이별을 눈물로써 대신하는 것이절대로 아닙니다곁에 있는 사람이먼 길을 떠나는 순간사랑의 가능성이 모두 사라져 간다 할지라도그대 가슴속에 남겨진그 사랑을 간직하면서사랑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것이진정으로사랑한다는 것입니다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 실러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죄 짓는 일이 되지 않게 하소서나로 하여 그이가 눈물 짓지 않게 하소서사랑으로 하여 못 견딜 두려움으로스스로 가슴을 쥐어뜯지 않게 하소서사랑으로 하여 내가 쓰러져 죽는 날에도그이를 진정 사랑했었노라 말하지 않게 하소서내 무덤에는 그리움만소금처럼 하얗게 남게 하소서사랑 / 안도현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