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흥얼거리며
흘려보낸 음절들은 아마도
들려주긴 부끄럽고
들어 주기는 바랐던
휘파람과도 같은 소리
입을 작게 오므려
최대한 예쁜 소리를 내려 노력하지.
- 흘린 고백 -

어느 날 우리는, 나란히 앉아
창밖으로 지는 노을을 보았다.
너는, 지는 노을이 아름답다고 얘기했고.
이날 우리는,
입안에 봄이나 여름쯤 되는 캔디를 넣고 굴리듯
계절 냄새가 나는 소리만 뱉었다.
잠시 왔다 멈춘 한 여름의 낮 바람처럼,
웃으며 맞닿아 온 네 어깨에 넋이 빠졌다.
잠시 동안 맞닿았고
오랫동안 아쉬웠다.
지글 거리며 가라앉는 석양에게
팔이 빠져라 낚싯대를 던지고 싶었다.
가라앉는 석양을 낚아
너에게 안겨 주고 싶었다.
- 땅거미가 쫓아 와 -

얼굴이 없는 사람들.
먼지로 뒤덮인 시꺼먼 표정만 쓰고 있다.
저승의 색이 입힌 겉옷을 벗고
화장실로 들어서면
그제야 빛에 비친 제 표정을 들여다본다.
두 손으로 연거푸 물을 끼얹으면
구정물이 뚜욱 뚜욱 흘러내린다.
혐오스럽고 괴로운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 모습도
몇 번의 물 끼얹음으로 사라지겠지.
얼굴도 표정도 없어지는 사람들.
모든 세안의 과정을 마치고 나면
맹맹한 몸으로 잠자리에 들겠지.
- 굽이 비어 있는 구두는 또각 또각 소리가 맑다 -

빨간색이 사랑인 줄만 알았지
경고하는 줄은 몰랐지.
가슴팍을 양손으로 가리길래
부끄러운 줄 알았지
엑스를 표현한 건 줄은 몰랐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하! (기가 차는 소리)
나만 안다.
그래서.
오해는 저가 해놓고
탓은 내 탓을 하지.
- 저격하나-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