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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1308 출처
이 글은 9년 전 (2016/5/21) 게시물이에요

여성을 살해한 당신에게

우리는 지금 공포에 떨거나 분노에 휩싸인 채 이 글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당신은 극단의 공격성을 전시했지만 당신이 보여준 것은 나약함과 무기력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당신의 무력함을 너무나도 잘 보게 되었습니다. 실업률의 증가와 무한대로 치닫는 신자유주의적 경쟁 앞에서 당신은 좌절했을 겁니다.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과를 내야하고 경쟁자를 물리쳐야 하는데, 아무런 성과도 없이 최소한의 생존마저도 위협받는 당신에게는 불안과 압박의 날들이 이어졌을 겁니다. 위기감 속에서 어떤 사회적 인정도 받지 못했던 당신은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 극단의 공격성이라도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결국 당신은 내면의 좌절을 공격성으로 전이시켜 이를 물리적인 힘이 약한 여성에게 휘둘렀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당신의 공격성을 ‘그냥’ 여성에게 폭력적으로 휘두르는 순간, 당신의 행위는 단순히 정신질환자의 우발적인 사고가 아닌,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사건이 됩니다. 최근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무한 경쟁과 가부장적 남성성이 결합되어 여성혐오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자주 목도했습니다. 남성연대의 대표로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주장했던 고 성재기 씨, 페미니스트가 싫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김 군, 그리고 ‘김치녀’, ‘꼴페미’ 등의 꼬리표를 붙이며 여성을 불평등의 주범으로 몰아붙이는 일베 유저들은 모두 무한 경쟁으로 인한 위기의식을 부상하는 여성주체나 여성운동에 투사했으며, 여성을 자신의 내면적 분노를 해소할 희생양으로 선택했습니다. 우리에게 묻지마 살인과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사건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은 아직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냥’ 강간당하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냥’ 착취됩니다.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이 남성의 60%에 불과하고, 강력범죄의 80% 정도가 여성에게 저질러지고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불평등의 주범으로, 혐오의 대상으로 선택되고 있다는 것은 여성혐오에 묻지마 살인에서와 같은 ‘그냥’의 논리가 내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여성혐오의 극단을 보여주는 당신과 같은 남성들을 두려워하거나, 당신들이 보여준 것 이상의 혐오와 폭력을 되돌려 주겠다는 충동에 사로잡혀 있지도 않습니다. 당신들은 공포를 주기에는 너무 나약하며, 우리는 혐오의 논리를 그대로 반복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당신과 같은 남성들이 제대로 강인해지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여성들이 무시해서’, ‘여성들이 불평등을 만들어서’와 같이 피해자인 여성들을 가해자로 전도시킴으로써 주조해낸 핑계들 뒤에 숨기보다, 당신들이 위기의식 속에서 여성들을 공격의 희생양으로 삼았음을 인정하고 이에 제대로 된 책임을 짐으로써 강해지기를 바랍니다. 또한 우리는 당신들이 무엇을 공격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보기 바랍니다. 당신들을 나약하게 만든 것은 신자유주의적 무한경쟁의 논리이며, 당신을 비겁하게 만든 것은 여성을 나약한 타자로 만들어서라도 남성성의 우월함을 증명해야 한다고 부추긴 가부장적 젠더체계입니다.

우리 페미니스트는 당신이 살해한 그 여성의 애통함을 위로하기 위해 사회적 젠더적 모순과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젠더 문화의 변혁을 위한 노력과 함께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혐오범죄가중처벌이 가능해지도록 할 것이며 여성혐오와 차별행위가 범죄라는 점을 계속해서 공론화할 것입니다. 또한 여성들이 언제나 어디서나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과 제도적 보완에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우리는 여성이 남성의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주체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기 위한 모든 행동을 넓혀갈 것입니다. 여성혐오범죄를 규탄하고 제도적 보완과 인식의 개선을 촉구하는 정치에 참여할 것입니다. 여성차별과 여성혐오범죄에 관대한 정당과 정치인에게 전략적인 이유로 투표하는 일은 이제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더 많은 이들과 더 많은 정치단체가 이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연대하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2016년 5월 20일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여성을 살해한 당신에게(여성문화 이론연구소) | 인스티즈

여성을 살해한 당신에게(여성문화 이론연구소) | 인스티즈

여성을 살해한 당신에게(여성문화 이론연구소)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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