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태주,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박우현,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 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함민복, 만찬
혼자 사는 게 안쓰럽다고
반찬이 강을 건너왔네
당신 마음이 그릇이 되어
햇살처럼 강을 건너왔네
김치보다 먼저 익은
당신 마음
한 상
마음이 마음을 먹는 저녁

이근배, 살다가 보면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나태주, 가족사진
아들이 군대에 가고
대학생이 된 딸아이마저
서울로 가게 되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사진이라도 한 장 남기자고 했다
아는 사진관을 찾아가서
두 아이는 앉히고 아내도
그 옆자리에 앉히고 나는 뒤에 서서
가족사진이란 걸 찍었다
미장원에 다녀오고 무스도 발라보고
웃는 표정을 짓는다고 지어보았지만
그만 찡그린 얼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떫은 땡감을 씹은 듯
껄쩍지근한 아내의 얼굴
가면을 뒤집어쓴 듯한 나의 얼굴
그것은 결혼 25년만에
우리가 만든 첫 번째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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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80억 인증했던익인데 너무 자랑만한거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