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수, 첫사랑
그 여자를 만났다
손도 못 내밀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참으로 오랜만이오
삼십 년 동안 생각해 낸 말은
겨우
그 한마디였다
몽매에도 그립던
사랑

이홍섭, 달맞이꽃
한 아이가 돌을 던져놓고
돌이 채 강에 닿기도 전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던
돌 같던 첫사랑도 저러했으리
그로부터 너무 멀리 왔거나
그로부터 너무 멀리 가지 못했다

막스 쟈콥, 지평선
그녀의 흰 팔이
내 지평선의 전부였습니다

조성심, 사랑법
가끔
그 쓰린 맛이 얼마나 울궈졌나
손가락 찍어 맛보는 것
오지 항아리에 담아
세월을 묵히며
눌러 두는 게 아니라
가끔 휘저어
그대 일상을 뒤집어 놓는 것
혼자만의 가슴속에
간직하는 건
사랑을 잃어버리는 것
가끔은
확인해 봐야 하는 것
쓴맛뿐인
그 시험에서
어쩌다 맛보는 달큼한 맛
그 잠깐의 순간 때문에

박용재,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채우는 나무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낮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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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폭싹 어떻게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