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관, 넘어져 본 사람은
넘어져 본 사람은 안다
넘어져서 무릎에
빨갛게 피 맺혀 본 사람은 안다
땅에는 돌이 박혀 있다고
마음에도 돌이 박혀 있다고
그 박힌 돌이 넘어지게 한다고
그러나 넘어져 본 사람은 안다
넘어져서 가슴에
푸른 멍이 들어 본 사람은 안다
땅에 박힌 돌부리
가슴에 박힌 돌부리를
붙잡고 일어서야 한다고
그 박힌 돌부리가 나를 일어서게 한다고

정호승, 바닥에 대하여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마종기, 맑은 날의 얼굴
그만한 고통도 경험해 보지 않고
어떻게 하늘나라를 기웃거릴 수 있겠냐구?
그만한 절망도 경험해 보지 않고, 누구에게
영원히 살게 해 달라고 청할 수 있겠냐구?
벼랑 끝에 서 있는 무섭고 외로운 시간 없이
어떻게 사랑의 진정을 알아낼 수 있겠냐구?
말이나 글로는 갈 수 없는 먼 길의 끝의 평화
네 간절하고 가난한 믿음이 우리를 울린다
오늘은 날씨가 맑고 따뜻하다
하늘을 보니 네 얼굴이 넓게 떠 있다
웃고 있는 얼굴이 몇 개로 보인다
너 같이 착하고 맑은 하늘에
네 얼굴 자꾸 넓게 퍼진다
눈부신 천 개의 색깔, 네 얼굴에 퍼진다

박희순, 참 오래 걸렸다
가던 길
잠시 멈추는 것
어려운 게 아닌데
잠시
발 밑을 보는 것
시간 걸리는 게 아닌데
우리 집
마당에 자라는
애기똥풀 알아보는데
아홉 해나 걸렸다

이무원, 밥
어머니 누워 계신 봉분(封墳)
고봉밥 같다
꽁보리밥
풋나물죽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데
늘 남아도는 밥이 있었다
더 먹어라
많이 먹어라
나는 배 안 고프다
남아돌던
어머니의 밥
저승에 가셔도 배곯으셨나
옆구리가 약간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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