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pt/3867725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정보·기타 이슈·소식 유머·감동 팁·추천 뮤직(국내) 할인·특가 고르기·테스트
이슈 오싹공포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1801 출처
이 글은 10년 전 (2016/6/19) 게시물이에요

50. 고찬용『After Ten Years Absence』 도레미미디어, 2006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어떻게 형용하면 좋을까. 무어라 설명하면 타당할까. 저 깊은 곳 어딘가에 침잠해있다 10년의 세월을 딛고 비로소 떠오른 난파선의 잔해. 조각난 기억, 그리고 잊힌 세월이다. 엄밀히 말해 이 앨범에 그 흔한 동시대성이나 사회문화적 맥락 따위는 없다. 그 두 가지를 이야기 하지 못할 바에 이 음악을 대중음악으로 간주해야 하는 정당성이 있기는 있는 걸까. 하지만 그 정도로는 이 앨범의 불가사의한 호소력을 온전히 설명할 수가 없다. 90년대 골수키드라면 능히 공감해 마지않을, 하나음악 계열의 포크와 GRP 풍의 음악이 거짓말처럼 전면에 감돌고, 그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음율, 화성, 리듬의 하나하나에 재능이 충만한 목소리의 기운을 느낄 즈음에 나는 이 음반이 불운한 음악 천재의 작업임을 다시금 직감한다. 고찬용. 90년대, 아니 그 이전에 존재했던 그 누구보다도 고유한 향내를 풍겨냈던 그가 이제야 드러내는 건 오랜 시간 교감하지 못한 일방적인 소통의 재고목록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닫힌 구조가 듣는 이에게 전해질 때는 별다른 노력이 없이도 공감할 수 있는 말초적인 감수성의 음들로 해독되어 있다.「스물 셋」의 찰진 그루브,「새로운 시작」이 품은 완전무결한 내적 구조,「겨울이 오네」가 전해주는 쓸쓸한 서정. 어느 구석 어느 음절에도 가식된 제스처 따위는 없다.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만 같은 즐겁고도 절절한 음율이 흐르고, 격의 없는 자유로운 보컬과 투박하되 진솔한 기타 솔로가 그렇게 함께 모두에게 전해지는 순간, 그는 다시 현재성을 발견할 기회를 얻는다. 그렇게 다시금 기억되고 이야기되어진다. [투째지]

 

 

49. 못『Non-Linear』 바운스, 2004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머리에 털 나고 처음으로 본 ‘연못’은 동화책에서 보던 아름다운 연못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은 탁한 물과 부패하고 있는 수초, 장구벌레 떼가 꼬물대는 썩어가는 웅덩이에 가까웠다. 연못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못의 음악의 결은 절대적으로 후자 쪽이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퇴색조와 헤어날 수 없는 끈적거리는 음습함. 못은 브레이크비트와 트립합을 기반으로 재즈의 스타일과 모던록의 사운드를 융합시켜 이 음울한 정서를 대변한다. 다운템포와 마이너코드로 일관하면서 변칙적인 비트(「Love Song」,「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와 숱한 조바꿈(「그러나 불확실성은 더욱 더」) 등의 장치를 통해 복잡한 구조를 산출해내는 못의 데뷔앨범은 그 타이틀만큼이나 비선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의 음악은 결코 형식주의에 경도되거나 난해함을 그 미학으로 삼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소 친근하게 들리는 멜로디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갈 수 있는데 나가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각각의 완성도를 위해 파트들이 유기적으로 조정되어있다. 청량감을 제거한 우드베이스 음색과 자글거리는 기타 톤의 노이즈가 한데 묶이고(「Cold Blood」), 기계적인 트립합 비트와 건조한 스틸 기타가 불안과 절박함을 노래한다(「가장 높은 탑의 노래」). 그 음습한 사운드만큼이나 앨범을 관통하는 정서는 절망과 상실의 기억이다. 하지만 그들은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갈구하고 또 갈구한다. 비록 그것이 “잔인한 희망”일지라도, 익숙해지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싸이키드]

 

 

48. 럭스(Rux)『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스컹크, 2004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펑크록이란 무엇인가? 스피릿이니 뭐니 이런 거창한 말을 쓰지 않아도 좋다. 펑크는 양아치이어야 한다. 테크닉? 장인정신? 그딴 거 필요 없이 일갈하고 싶은 세상에의 불만을 가래침을 뱉듯 뱉어낼 수 있는 것이 펑크다. 그런 의미에서 럭스의 정규 1집『우린 어디로 가는가』는 가장 완벽한 한국산 가래침이다. 몇 안 되는 기타코드를 긁어대며 세상을 바꾸자, 끝까지 싸우자 끊임없이 외쳐대는 그들의 음악은 영국에서 펑크록이 정립되던 시기의 음악처럼 원초적이다. 사실 21세기씩이나 되어서 70년대에나 통할법한 아나키즘이나 반골정신이 담긴 음악에 공감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냐만, 그럼에도 그들의 작업이 헛되지 않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외침은 누군가는 지속적으로 쏟아내 줘야 하는 필요악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좌절감과 한탄, 그리고 불만과 짜증, 분노가 적절히 배합된 그들의 스트레이트한 음악과 메시지는 그래서 다소 세련되지 못하더라도 가장 확실한 정공법이다. 5~6년 전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인지 그들은 펑크 마니아층을 제외하면 큰 지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조선펑크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크라잉 넛과 노브레인의 뒤에서 묵묵히 이 영토를 받치며 지켜오고 있는 럭스의 음악은 이제 정당한 평가를 받고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아미고]

   

 

47. 조규찬『Guitology』 EMI, 2005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사람들을 갸우뚱하게 만들었던 ‘첫’ 베스트 앨범『무지개』이후 발매된 2장의 정규반 중 특히 팬들과 평론가들이 반색하며 맞이한『Guitology』의 위치는 독특하다. 사람들이 이 앨범에 유독 호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앨범 평가에 있어 은근히 가산점(?)을 부여하게 하 ‘락 성향’ 또는 ‘밴드 지향성’이라는 경향 때문에? 웬걸. 이미 그는 전작에서부터「비둘기야 비둘기야」,「상어」같은 트랙들에서 본작의 넘버들보다 ‘시끌한’ 넘버들을 만들어냈었다. ‘밴드 사운드 지향성’ 또는 ‘밴드 사운드 추수’라고 거창하게 호명하기엔 뮤지션 당사자가 4Rhythm의 기타는 ‘일반적인 스튜디오 레코딩 세션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음을 토로한 바 있다(핫트랫 무가지 09년 12월호 인터뷰). 밴드 성향의 사운드라고 뭉쳐서 말하기에도 쑥스러울 정도로「잠이 늘었어」,「아마 너도」같은 트랙들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전작들에서부터 이어지는 남녀 관계의 감정선이 보여주는 아스라함이다. 물론 여전히 훌륭한 편곡이고(현악 오케스트레이션 같은 사치품도 필요 없이!) 보컬은 출중하다. 다만 기타는 그 서포트에 충실하다. 본작을 그의 21세기 이력의 대표작으로 선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정서답게 서늘한 가사(또는 서늘한 세상에 대한 토로)와 어우러진 ‘외골수’ 뮤지션의 마니아적 편력, 이런 요소들이 이질감 없이 대중들에게 호소력 있게 전달된 덕이다.「Don't」,「샴 Mental」,「이봐 내 여행의 증인이 되어줘」같은 트랙을 2005년 이후 내지 못하는 최근의 이력을 보자면 안타까움의 부채질은 겨울이 되어도 멈추지 않는다. [렉스]

  

46. 크래쉬(Crash)『Terminal Dream Flow』 락레코드, 2000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멈춰있는 것과 흘러가는 것을 온전히 구별하기 힘든 오묘함. 한국 록의 연보를 정리하더라도 2000년은 그런 혼돈의 위치에 존재한다. 기타 팝 밴드가 불같은 인기를 얻던 시절, 크래쉬의 네 번째 정규작『Terminal Dream Flow』는 그 반대편 정점에서 표표히 헤비뮤직의 진수를 선보인 작품이다. 트랙을 순차적으로 감상하면 스래쉬 메탈의 장르적 전형성을 흩트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마릴린 맨슨, 피어 팩토리 등 전자음을 본격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한 당대 헤비뮤직의 시대적 흐름을 크래쉬 스타일로 꼼꼼히 녹여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키보디스트 김유성의 영입은 당대 헤비메탈의 조류를 놓치지 않으면서 안흥찬이 생각해오던 사운드 디자인을 디테일하게 구현할 수 있는 촉매였으리라. 앨범의 도입부「Failure」를 강타하는 하드코어 테크노 스타일의 키보드 리프는 2000년대를 통틀어 가장 매끈하고 댄서블하다. 뒤따르는 안흥찬의 컴팩트한 보컬과 비어 있는 부분을 단단하게 채워주는 기타, 베이스, 드럼은 촘촘히 설계된 사운드란 어떤 것인지를 온몸으로 체감시켜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하드코어 테크노 넘버「Failure(Umax Remix)」까지『Terminal Dream Flow』는 앨범이라는 결과물이 지향해야 할 섬세하게 설계된 사운드와 일관된 방향성을 세련되게 제시하는 당대 최고의 헤비메탈 앨범이다. 바탕이 다른 장르 음악들의 이해를 극대화한 뮤지션이 증명해낼 수 있는 최상의 화학적 유기물로 탄생한 이 앨범은 10년이 훌쩍 넘은 크래쉬의 이력에서 단연 최고작이라 할 수 있다. 디테일한 배경에서 무심히 전방을 응시하는 자켓은 크래쉬의 그러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장치일지도 모른다. [마이너]

 

 

45. 말로『This Moment』 JNH, 2009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말로에 대해 흔히 ‘한국적’ 재즈 보컬리스트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이는 2003년 작 『벚꽃, 지다』에서 기인하는데, 사실 이 앨범이 한국 재즈계에 끼친 영향력은 대단하다. 한국 전통악기나 음률을 억지로 끌어들이지 않고 피아노 트리오를 기본으로 한 스탠더드 재즈로 일군 ‘한국적’ 정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로는 그 지점에 멈추지 않았다. 모그(Mowg)를 프로듀서로 부른『지금, 너에게로』에선 월드뮤직과 전자음악을 슬쩍 자기화 시켰던 것이다. 이 두 장의 앨범은 2000년대 한국 재즈의 쾌거라 부를 만하다. 그러나 말로라는 아티스트의 진짜 가치는『This Moment』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재즈와 블루스의 기성곡을 자기세계로 불러온 이 앨범은 말로를 규정해 온 평가의 기준들을 파괴할 만큼 놀랍고 통쾌하다. 앨범은 박주원의 기타와 서영도의 베이스 위에 말로의 목소리로 구성되었다. 가장 단순하면서 날것의, 발가벗겨진 말로의 목소리가 그냥 드러난다. 보컬의 오버더빙 역시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단출하지만 빛나는 서영도와 박주원의 환상적인 연주 위에서 말로는 1시간 거리낌 없이 신나는 한 판을 벌린다. 블루스 틀 위에 라틴 기타가 부유하고, 말로의 목소리는 이 기타 연주를 지배한다, 베이스의 리듬을 잡아챈다. 그래서 말로의 목소리는 용감하다. 말로의 음악은 이 앨범을 통해 ‘한국’이라는 상상의 무엇을 가벼이 부수고, ‘말로’의 것이 되었다. [헤비죠]

 

 

44. 스웨터(Sweater)『Highlights』 롤리팝뮤직, 2008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스웨터는 늘 불안정했다. 기타 위에 겹겹이 쌓인 음은 차별화에 대한 강박이었고, 다른 장르의 자장(磁場)을 의식하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하지만 스웨터를 논하면서 ‘화려함 속에서는 핵심이 가려지게 마련’이라는 진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는, ‘핵심을 갈고 닦는 것’과 ‘핵심 위에 화려함을 입히는 것’ 중 한 쪽을 선택해야 했던 상황을 이야기하고 싶다. 역설적으로『Highlights』는 팝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 대신 록을 선택하자, 팝이 저절로 따라온 경우다. 이는 록과 팝이 절대 별개의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결국 모든 장르의 핵심 속에 팝이 있음을 스웨터의 10년 역사가 마침내 증명한 셈이다. 스웨터의『Highlights』는 모던록의 새로운 발견이자, 새로운 10년을 여는 열쇠 중 하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음반 전체에서 쉬이 통일감을 발견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곱씹을수록 각 곡이 전개하는 방법론의 미묘한 균형이 11개의 개별적 색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허투루 반복하지 않고, 곡이 갖는 핵심에 최대한 맞추되 모던록이라는 중심을 결코 잃지 않는다. 이는 조정치의 기타와 임예진의 키보드로 인해 비로소 가능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균형 잡기를 둘이서 다 해냈다는 것이 아니라, 둘의 개성이 스웨터라는 밴드 안에서 음악을 더욱 두텁고 따뜻하게 만드는 새로운 질료가 되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모던록의 영역 주변을 가장 멀리 돌아서, 기어코 가장 내밀한 팝의 중심을 찾아내었다. [유로스]

 

 

43. 씨비 매스(CB Mass)『Mass Appeal』 대영에이브이, 2003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의 전신인 씨비 매스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앨범이다. 커빈과 개코/최자의 불화로 작업이 ‘따로 또 같이’ 진행되었다고 하나 결과적으로 앨범의 완성도에 아무런 흠이 되지 못했다. 본작의 미덕은 크게 세 가지다. 1) 음악이 더욱 깊고 두터워졌다. 정갈하고 조화로운 터치가 돋보이는「동네 한바퀴」, 한상원의 기타리듬이 가미된 펑키 넘버「그 양반 이야기」등 씨비 매스는 샘플링과 연주의 어우러짐을 통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힙합 비트의 한계를 극복해냈다. 2) 가사에 고민과 진심이 한층 더 깊어졌다. 개코와 최자는 서울이란 도시를 둘러싼 씁쓸한 소회(「서울블루스 Pt.2」), 대한민국 평범한 사내의 우울한 자화상(「그 양반 이야기」), 뮤지션으로서의 자의식(「Mr. Liar」), 친구에게 보내는 아쉬움과 후회(「벗」) 등 삶, 사회, 인간관계에 대한 진솔한 생각과 성찰을 가감 없이 풀어내며 한국 힙합 가사의 진일보를 이룩했다. 3) 기존 곡들「휘파람」,「흔적」,「진짜」의 리믹스를 훌륭히 해냈다. 공교롭게도 샘플링한 원곡의 재창조 면에서 가장 취약했던 이 3곡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새 편곡을 통해 불평할 수 없는 완성도로 다시 태어났다. 흔히 씨비 매스의 최고작으로 두 번째 앨범『Massmatics』를 꼽는 경향이 있다. 물론(?) 동의하지 않는다. 친구들아, 이 글을 읽고 침착하게 다시 한 번 들어본들 어떠리. [김봉현]

 

 

42.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우리는 깨끗하다』 카바레, 2007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이하 구남)의『우리는 깨끗하다』를 처음 만난 순간, 사람들의 머릿속은 온갖 물음표로 가득 찰 것이다. 저 길기도 긴 이름은 대체 무슨 뜻이야? 노래는 왜 이렇게 웅얼대? 멤버 이름이 조부라웅에 임꼭병학이라고? 안 들어도 오디오군. 삭제 혹은 뒤로 넘김 버튼을 누르려는 당신, 잠깐. 그렇게 쉽게 결정했다가는 분명 후회한다. 첫인상과 겉모습에 현혹돼 놓쳐버렸던 수많은 보물들을 떠올려보며, 우리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자. 시간 절약을 위해 결론부터 말해보자면,『우리는 깨끗하다』는 2010년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과거와 현재를 가장 능숙하고, 또 가장 음흉하게 녹여낸 앨범이다. 비틀즈(Beatles)보다는 산울림이, 펫 숍 보이즈(Pet Shop Boys)보다는 후미진 뒷골목 카바레 반주가 떠오르는 구남 음악의 ‘흥(興)’은 고스란히 우리네 과거의 유산이다. 그리고 그 그루브위를 떠도는 노랫말들은 너무나도 징글징글한 우리의 ‘지금’이다. "뽀뽀나 할까/ 말 해 뭐해(「뽀뽀」)"라며 싱글싱글 농이나 치다가도 "문득 나 왜 이렇게 됐나/ 왜 이러고 있나 생각해(「한국말」)"라며 정색을 한다. 어젯밤, 혹은 오늘 아침의 우리들 모습은 아닌가. 첫 곡「뽀뽀」부터 마지막 곡「Go Stop Go」까지 자신들만의 서늘한 긴장을 놓지 않은 채 모든 노래가 덩실덩실 춤을 춘다. 희미하고 눅눅한 안개 속에서, 한국 사람의 한국말과 멜로디로. 무척 특별한 앨범이다.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몇 번 말해도 아깝지 않다. 놓치면, 기필코 후회한다. [비늘구름]

 

 

41. 캐스커(Casker)『鐵甲惑星』 이오뮤직, 2003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전자음악에는 일종의 벽이 존재하는 듯하다. 단단히 막혀있는 물리적 개념의 벽이 아니라, 뭉클한 느낌의 자기장 같은 것이 사방에서 정신없이 밀어내고 있는 듯한 불가사의한 ‘에너지’의 벽. 그러나 캐스커의 음악에서는 이러한 ‘공간적 한계의 벽’이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이준오 원맨 밴드 시절의 1집『鐵甲惑星』은 더욱 그러했다. 밀어내기보다 감싸 안았고 파고들기보다 묘하게 흘러갔다.「8월의 일요일들」에서「1103」으로 이어지는 앨범 전반부의 그루비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리듬 파트와 사뭇 밝은 톤의 사운드, 산뜻한 멜로디, 영롱한 화성 파트 등은 기존 동일 장르들에 기대했던 부분들과 사뭇 달랐다. 분명히 일렉트로니카였지만 요란한 댄스 비트로 마음을 산란하게 하지도 않았고, 실험정신으로 중무장해 와 닿지 않는 전자음들의 조합으로 정신을 어지럽히지도 않았다.「Nowhere」를 지나 앨범 한가운데 자리 잡은 타이틀 동명의 트랙「철갑혹성」즈음에 이르면 공간은 확장되어 완연한 우주다. 신비로우면서도 다채로운 매력이 빛나는 일종의 우주여행 같다.「Crispy」이후 후반부 트랙들에서는 각종 신디사이저 전자음들의 차가움과 큼지막한 비트가 이젠 익숙한 지점에 이르렀는가 싶더니 마지막「Vague」에서 미처 개척하지 못한 땅을 어루만지듯 섬세한 감성으로 소리를 다듬으며 긴장을 이어간다. 하나의 소품처럼 취급되던 전자음악을 가지고 앨범을 관통하여 대중성과 실험성, 언어와 이미지, 그리고 그 이미지와 음악 사이를 참으로 완만하게 아울렀으며, 그렇게 전자음악의 새 기준이 되었다. 이 결과물이 특별해 보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해피]

|작성자 호떡바보



40. 3호선 버터플라이『Time Table』 넘 레코드, 2004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

『Time Table』은 전작들의 강박적인'날섬'보다는 밝고 한층 여유롭다. 타이틀처럼 3호선 나비들은 시간을 거슬러 유영하며, 또 어느 한정된 시공간만을 현재로 소환하지 않으며 한국 대중음악의 유산들을 훑어낸다. 그리고 그것들을 앨범의 자장 안으로 안착시켜 앨범의 큰 줄기를 이뤄낸다. 당연히 복고적 키치를 내세운 정지된 표상만으로 점철되지 않는다. 앨범 내에서 60~70년대 그룹사운드의 울림이나 한국형 사이키델리아, 80년대 모던 포크 코드의 감성들은 일렉트로니카와 모던록과 촘촘하게 엮어졌으며,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유기적으로 점착시킨 2000년대에 빚어낸 실험적인 성과물임을 공고히 한다. 밴드 멤버들은 역할분담을 충실히 수행하며'마이너리그 올스타'답게 성기완의 장인에 가까운 다듬기와 남상아의 찰진 보컬로 앨범의 방대한 스펙트럼을 일관성 있게 통제하였고,'옛것'에 대한 농밀한 감성을 한국적인 모던록으로 완성하였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복고를'노스탤지어'만으로 설명하는 통속적 어원이 아니라, 해체를 통한 재창조라는 새로운 웰-메이드의'레트로(Retro) 문화'로 바라본 개념들이 대중음악에서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했고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Time Table』역시 필히 짚어야 할 중요한 키-포인트이다. 다수의 양질의 곡들 중 LP의 지글거림으로 시작하여 신중현 풍의 기타 프레이즈와 하몬드 오르간 연주가 뒤따르는「사랑은 어디에」는 필청 트랙이다. [호동]

 

 

39. 브라운 아이즈(Brown Eyes)『벌써 1년』 갑 엔터테인먼트, 2001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

시대를 관통하는 음악(의 유형)은 대체로 10여년의 주기를 거친다. 80년대 중반까지를 조용필의 아성이라 규정한다면, 그 이후의 남은 20세기는 이영훈과 유재하를 시작점으로 조성모와 성시경까지를 한 그룹으로 묶어낼 수 있는 일명 ‘팝 발라드의 시대’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팝 발라드의 (일당독재) 시대는 브라운 아이즈의 첫 앨범 『벌써 1년』에 의해 마침표가 새겨진다. 박정현과 솔리드에 의해 R&B 발라드의 프로토 타입이 대중에게 알려졌다면, 이 앨범에 이르러 비로소 R&B가 대중성을 담보해낼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여기서 전율과 감동이 교차하는 나얼의 보컬이 빛나는「벌써 1년」만 기억하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어반(urban) R&B「Love Is Over」를 통해 자유롭게 밀고 당기는 그루브를 느끼자.「With Coffee」의 절창은 또 어떤가. 더불어 나얼과 윤건의 조화가 빛나는 김정호 원곡의「하얀 나비」는 R&B에 의해 명곡이 어떻게 재탄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비성과 두성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테크니션 나얼로 하여금 역량의 최대치를 발휘하도록 하면서도, 장르가 요구하는 테크닉을 씨줄로, 대중이 선호하는 감성의 세밀한 접점을 날줄로 삼아 견고한 장르적 일관성을 엮어낸 프로듀서 윤건의 역량은 단연 평가해야할 대목이다. 브라운 아이즈가 정성껏 열어낸 21세기 한국 대중음악의 첫 10년은 누구나 인정하듯 박효신과 SG워너비로 이어진 한국형 R&B의 전성기가 되었다. 그들이 일구어낸 첫 번째 발자취에는 시대의 원형이 갈무리된 기념비의 지위를 부여해야 마땅하다. [마이너]

38. 나윤선『So I Am...』 비스뮤직, 2004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1980년대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이더니 1990년대 이후, 현대 재즈는 유럽의 새로운 에너지가 절대적 영향을 행사하기 시작한다. 유럽 재즈의 특징은 흑인 특유의 ‘뽕끼’가 빠지고 즉흥성과 사운드 자체에 대한 실험이 확장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프리재즈가 폴리리듬(poly rhythm)을 전면에 세운 몸의 음악이라면 유럽의 재즈는 파격적 즉흥 선율 중심-즉, 감성으로 하는 음악이라 하겠다. 이 앨범은 나윤선이 프랑스의 재즈 학교 CIM 동료들과 퀸텟을 구성하여 발표한 3번째 작품이자 통산 4번째 솔로작이기도 하다. 전통적 미국 재즈의 관점에서 본다면 나윤선 퀸텟은 비브라폰,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악단 조합부터 독특하다. 음악 역시 전통적 재즈 디바의 뜨거운 무엇은 사라지고 유럽 재즈 특유의 서늘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절제된 연주 사이로 맑고 가냘프지만 강렬하게 솟아오르는 나윤선 보컬의 반복은 마치 큰 바람 뒤 잠시 찾아 온 태풍의 눈과 같다. 살금살금 기어가는 베이스와 피아노 위로 차가운 울림의 비브라폰과 날카로운 심벌이 보컬이 훑고 간 자리를 스산하게 채운다. 나윤선 퀸텟이 추구하는 음악의 요체라 할 내용물(전곡 자작곡)은 앨범 커버의 푸른빛과 눈 감은 나윤선의 미묘한 긴장감이 그대로 음악으로 재연되는 듯하다. 이 앨범 이후 나윤선은 일렉트로니카 듀오 리프랙토리(Refractory)와 전자음악의 바다로(2005), 또 팝의 세계『Memory Lane』(2007)으로 자신의 영역을 한껏 확장 시켜나간다. 이 모두『So I Am…』으로 자기세계를 완성시켰기에 가능한 작업이었으리라. [헤비죠]

 

 

37.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올랭피오의 별』 샤 레이블, 2004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이 세 번째 앨범에 이르러 허클베리 핀은 ‘영미 인디록의 영향’ 따위의 수사로 설명되지 않는 밴드가 된다. 이기용은 비로소 자신의 감성을 시대의 목소리와 정확하게 일치시킨다.「Time」과「Hey Come」이 주는 무한한 슬픔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영어 제목 속에 들어있는 “눈을 뜨면 쇼만 남아있어” “어디로든 갈래 난 어디로 이곳은, 이곳은 아니야” 등의 한국어 노랫말, 어쿠스틱 사운드의 서정 속에 자리 잡은 일렉트릭 사운드의 번뜩이는 눈망울, 이소정 보컬과 이기용 보컬의 간극, 이 모든 것이 지금 나의 존재를 대변하고 있다. 하긴 뭐 하나 그렇지 않은 곡이 없다. 즐거운「물고기」도 나긋나긋한「연」도 불안한「불안한 영혼」도 모두 나이다. 자기들의 90년대를 복기시키는「I Know」에서 어딘가 노골적인「민요」와「자폐」까지 모두 나를 어디론가 끌고 간다. 이렇게 존재의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는 것이 진짜 모던록 아닐까? 단순히 정서만이 아니라 탄탄한 리듬워크와 세밀한 이팩트로 허클베리 핀은 지금의 존재들을 낚아챈다.『올랭피오의 별』을 듣는다는 것은 대한민국 20~30대의 百年之大計를 직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기용은 절대로 엄숙한 작가가 아니다. 우리는 그저 그 감성의 측량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호떡바보]


36. 전자양『Day Is Far Too Long』  문라이즈, 2001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때는 2001년, 그러니까 김민규가 설립한 인디 레이블 문라이즈에서 좋은 앨범들이 쏟아졌던 그때이다. 당시 인디 팬들이 주목한 새로운 얼굴은 이다오였다. 그가 노래한「등대지기」는 본작보다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던 부록에서도 단연 화제였고 덕분에 앨범이 가장 기대되는 신인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문라이즈 딱지를 달고 앨범을 선보인 신인은 이다오가 아닌 전자양이었다. 소위 골방 정서로 가득한 전자양의 노래는 이다오의 그것과는 별개의 감성으로 통용되었고, 현장이 아닌 방구석에서 세상은 듣지 않는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을 자극시켰다. 이는 상당히 매력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한동안 전자양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계기가 됐는데,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그의 음악이 동시대 영미권 인디 음악에 보다 근접한 것이라는 점이다. 당시 대한민국 인디에서 일부 시도된 포크 혹은 로우-파이 음악들은 시대 배경이 너무 멀리 갔거나 보편적인 접근이 용이하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전자양의 음악은 그러한 동시대성과 귀에 감기는 멜로디 감각을 겸비해 몇몇 곡들을 따로 언급하는 게 어색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특히 멜로디를 말하자면 영미권이나 일본의 인디 음악들에 대한 이해가 크게 필요 없을 정도로 유려했고 가사가 또렷하게 들리지 않는 면이 흠이 되지 않을 만큼 대단한 장점이었다. 물론 이것은『Day Is Far Too Long』에 국한된 얘기다. 6년 만에 발표된『숲』(2007)은 시도로써의 가치와 영미권의 인디 음악에 대한 이해를 보다 수반하는 것으로 정서적으로 전작에 기대지 않는 작품이었다. [아놀드]

35. 코코어(Cocore)『Relax』 컵뮤직, 2009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네오펑크와 얼터너티브, 모던록으로 폭발했던 한국 인디음악 초창기에서 코코어는 한국 인디의 ‘현실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역사였다. 그들에게는 언니네 이발관처럼 극적인 결성과 재결성 같은 이야깃거리도, 델리 스파이스처럼 대중적인 인지도도, 허클베리 핀처럼 묵묵히 지지하는 팬과 평론가도 없었다. 그런 뚜렷한 가십이 없는 코코어를 두고 한국 인디의 가장 훌륭한 역사라고 일컫는 것은 굉장한 아이러니이지만, 긴 공백기와 큰 시행착오 없이 차근차근 5개의 음반으로 밟아나간 발자국이『Relax』에 와서 쌓아올리게 된 경지를 발견한 순간, 이들이 무엇인가 다른 경지로 올라섰다는 것을 깨달았다. 피안은 결코 현실의 핵을 꿰뚫지 않고서는 다다를 수 없다는 사실을, ‘Relax’는 꽉 찬 긴장과 치열한 변칙과 철두철미한 연주를 지나고 나서야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코코어가 가닿는 곳은 어떠한 장르나 어떠한 국가에 속해 있지 않다. 오랜 편력 끝에 그들이 마침내 상륙한 땅은 로큰롤과 사이키델릭과 모던록과 레게와 민요와 일렉트로니카와 컨트리의 냄새가 나지만 결코 서로의 냄새를 억지로 섞어 악취로 만들지 않는다. 절대적인 경험치가 쌓이지 않고서야, 이런 시도를 무모하게 보이지 않고 오히려 한국인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내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깨에 힘 빼고 놀아보자는 제안을 이토록 치밀하게 직조해낼 수 있는 것은 앞으로도 코코어 뿐일 테다. 이제, 코코어는 릴렉스한 슈퍼스타가 되어 우리와 함께 춤출 수 있게 되었다. [유로스]

34. 페퍼톤스(Peppertones)『Colorful Express』 캬바레, 2005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공간을 소리로 가득 채우고 싶어 하는 카이스트 출신의 젊은이 둘이 뭉쳐 만든 밴드 페퍼톤스의 1집『Colorful Express』는 유려한 비트와 신나는 베이스 사운드, 듣기 쉬운 멜로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청량음료 같은 앨범이다. 뎁(Deb)과 웨스트윈드(Westwind) 두 여성보컬의 깜찍한 목소리는 이 청량음료에 날아가지 않을 CO2를 무한히 공급해주고 있으며, 한국가요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사랑에 울고 웃고 아파하고 화내는 가사가 아닌, 삶의 태도나 인생을 바라보는 방식에 주의를 기울인 그들 특유의 가사는 예민하고 저릿저릿한 브리티쉬 일색의 홍대 인디 씬에서 쉬이 찾아볼 수 없는 독창성을 지니게 해주었다. 일본 모험계 애니메이션의 주제가 같은「Ready, Get Set, Go!」와「세계정복」처럼 달리는 곡들 사이에 캡슐(Capsule) 혹은 왕년 TK의 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일렉트로닉 넘버「Superfantastic」이나 깜찍한 시부야케이 넘버「April Funk」,「Bike」를 섞어주는 깔끔한 구성 방식도 현명하고 폭넓다. “Everything Is OK, Everything Is Alright, 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 같은 가사에서 느껴지듯 우울함과 멜랑꼴리 가득한 음악이 결코 줄 수 없는 무한한 밝음과 긍정의 힘은, 이들의 상큼발랄한 멜로디 메이킹 능력이나 프로그래밍 실력과 덧붙어 실업과 상실의 시대 청자들에게 폭넓은 위로를 전해주고 있다. [대충]

33. 박정현『Op.4』  티 엔터테인먼트, 2002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디스토피아적 SF 영화에나 어울릴법한 불길한 드럼 프로그래밍이 떠돈다. 그리고 뜻밖의 헤비한 기타 리프가 스피커를 터뜨려버릴 기세로 덮쳐든다. 사실 조금은 뜬금없다 싶은 오프닝「Plastic Flower」의 긴장감은『Op.4』가 제공할 팝 앨범으로서의 독창성을 드러내기 전에 슬쩍 제공되는 그럴듯한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어지는 메인 디시 「꿈에」에서 보컬-기타-드럼-코러스의 소규모 편성만으로 파워 발라드의 정수를 다소 변칙적으로 시전 하더니, 결국 절정부인「미장원에서」에 다다르면 세련된 코드 워크와 편곡을 무기로 팝 보컬이 품을 수 있는 극한의 매력을 작심한 듯 폭발시키고야 만다. 도대체 뭘까? 결국 이 앨범이 탐구하는 건 특정 음악 장르나 스타일이 아닌 박정현이라는 보컬리스트의 2프로 남은 잠재력이라는 의미이다. 목소리의 매력을 상투적인 방식으로 한계 지우던 시시껄렁한 R&B 가요는 뒷전으로 몰아세우고, 그 스케일과 출력이 다른 록과 팝의 묵직한 크로스 오버 사운드를 내세운 것도 그런 이유다. 모든 음원들은 보컬의 폭을 수식하기 위해 분주하고, 그에 맞추어 말랑말랑하게 유연함만을 자랑하던 보컬조차 즐겨 부르던 것보다 한 키 정도 높은 레인지에 형성되면서 그 선명한 엣지를 드러낸다. 자, 이 아슬아슬한, 하지만 녹록치 않은 폭발력과 광기의 사운드 메이킹은 의심할 바 없이 프로듀서 정석원의 흔적이다. 허나 그만이 가진 실험적이면서도 괴팍하기 짝이 없는 음악 스펙트럼은 박정현이라는, 저 전례 없는 무제한 보컬 머신의 세련된 컨트롤로 인해 최상의 밸런스를 이루어 냈다. [투째지]

32. 오지은『지은』 사운드니에바, 2007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시작은 그야말로 인디였다. 제작비를 네티즌들로부터 수금하고, 음반을 찍어내기 위해 아예 레이블을 설립하고, 디자인부터 인쇄까지 노가다를 자처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만들어낸 앨범의 내용물은? 인디라는 물리적 증거를 저만치 뒤로 보내버리는 사랑의 보편적 정서로 충만하다. 물론『지은』은 닳고 닳은 방식으로 사랑을 얘기하지 않는다.「당신이 필요해요」처럼 절절히 발가벗겨진 보컬을 쿵쿵대는 심장박동 소리 하나로 커버하거나,「華」처럼 “널 갈아먹고” 싶다며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든다. 그런데 정말로 보편적이지 않은가? “나의 이성 나의 이론 나의 존엄 나의 권위 모두가” 그 놈의 사랑 때문에 “유치함과 조바심과 억지 부림 속 좁은 오해”로 한 순간에 바뀌는 것, 이것이야말로 젊은이가 사랑을 하는 방법이 아닌가? 사랑을 생의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장대한 내면의 파노라마로 묘사한『지은』이 다수의 공감을 얻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그렇게 사랑을 하다「사계」절의 참의미를 깨치고,「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며 인생을 성찰한다.『지은』의 노래엔 나와 너와 내 방과 계절과 우주를 연결시키는 관계의 진심이 있다. 과장 조금 보태 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사랑 버전이라고나 할까? 건반과 어쿠스틱 기타 두 대의 악기로 만든 음악치곤 풍랑이 세차다. 이 풍랑으로『지은』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작은 항구에 새로운 소금기를 제공했다. [호떡바보]

31. 강산에『강영걸』 다음, 2002

 

음악취향 y 에서 선정한 2000~2009 명반 31~50 | 인스티즈나는「명태」를 듣는 순간 이 앨범의 팬이 되었다. “영걸이 어디 갔니, … 아바이 밥 잡쉈소? 어~이~” 하는 순간 맥이 탁 풀리면서 동시에 팔짱이 풀리고 아무런 이성적 고찰이 소용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런 리뷰는 쓸모없는 일인지 모른다. 팬의 마음을 글로 옮기는 것은 밤에 쓴 연애편지처럼 적절한 행동이 아니다. 그래도 리뷰를 쓰는 건 당신들도 나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서다. 다시「명태」로 돌아가 보자. 저 대사를 들으면서 나는 오랜 백수질로 원성을 듣다가 백수 경력 10년이 넘어가면서 이젠 가족들도 취직을 포기하고 그냥 아들로 받아들이게 된 상황을 떠올린다. 어디 다니는, 무슨 일 하는 아들이 아니라 그냥 아들, 순수한 이름 그 자체의 아들, 그가 대낮에 추리닝 입고 들어오면서 능글맞게 묻는 거다. 아바이 밥 잡줬소? 강산에는 그런 뮤지션이다. 록을 하는, 포크를 하는 강산에가 아니라 순수한 이름 그 자체의 뮤지션. 사실『사춘기』까지의 강산에는 이렇게 ‘본 투비 뮤지션’스럽지 않았다. 록커의 클리세를 가진 싱어송라이터였다. 하지만 이 앨범에 이르러 비로소 강산에는 10년 백수, 아니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강산에가 되었다.「Sun Tribe」나「예쁘네」,「와그라노」에 이르는 강산에 그루브를 누가 감히 흉내 낼 수 있겠는가?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프로듀서 하찌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앨범『강영걸』은 철저히 강산에의 것으로 육화해낸 앨범이다.「명태」가 그 증거다. 그리고 이런 순수한 뮤지션의 모습은 장르에서 벗어나려는 21세기 한국 대중음악의 가장 중요한 모습이기도 하다. [전자인형]

|작성자 호떡바보


-음악취향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얼굴 팩 처음 한 사람
11:29 l 조회 1906
뭔가 특이점이 온 중국집3
10:57 l 조회 3396
앙하고 우는 6살 조카입에 손가락넣은 고모.jpg17
10:36 l 조회 12753
몽골을 멸망시킨 건 다름아닌 송나라의 후손이었다1
9:50 l 조회 1823
아이오아이 멤버들을 특징을 흡수해버린 아이돌1
8:09 l 조회 661
쌩라이브 하다가 삑사리로 라이브 인증한 아이돌.twt
1:18 l 조회 1144
북한에 납치된 13세 일본 소녀.jpg84
0:47 l 조회 54638 l 추천 2
조카 이창섭 노래 모르는 선재스님..jpg2
0:17 l 조회 2280
아이오아이 멤버들을 삼켜버린 최유정...gif2
07.12 23:38 l 조회 1908
청순 청춘 뭐 그런 거 진짜 잘 하는 신인 남돌.jpg1
07.12 23:07 l 조회 795
먹방에 재능있다는 최유정 근황..jpg3
07.12 22:36 l 조회 17900 l 추천 2
일본인한테 교토화법 시전한 사람 ㅋㅋㅋ10
07.12 21:26 l 조회 18443
현시각 제일 부럽다는 선재스님 당근국수 먹는 이창섭1
07.12 20:51 l 조회 3495
오늘 독일에서 독일인 7만+@ 아리랑 떼창
07.12 18:21 l 조회 764 l 추천 1
나라별 무명용사의 비와 새겨진 글귀
07.12 16:35 l 조회 677
[월드컵] 노르웨이 vs 잉글랜드.. 홀란드한테 패스 왜 안 했냐고 욕 오지게 먹고있는 선수
07.12 16:24 l 조회 541
팬사랑이 어느정도인지 감도 안오는 아이돌2
07.12 15:09 l 조회 2597 l 추천 2
일 잘하는 남자가 여초회사에서 왕따 당한 이유5
07.12 14:17 l 조회 4481
이제보니 노벨평화상감 맞는 거 같은 사람3
07.12 14:11 l 조회 8276
치킨 조금 늦게주면 벨 연타때리는 고양이ㅋ1
07.12 11:30 l 조회 708


12345678910다음
이슈
일상
연예
드영배
1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