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로 갔음.
아침이 채 되기도 전에 우린 아지방의 방문을 두드렸고 확실히 날이 밝아 올 때까지 모두 깨어 서로 애드립을 날림.
그 기숙사 내에선 단발이 얘길 하지 않는 걸로 묵언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우린 보란 듯이 신나게 놀았음.
#. 이제 원래의 글쓴이 시점으로 돌아옵니다 레드썬!
과연 단발이는 그 날 쑥이가 기숙사 방에서 나에게 본인 얘긴했던 걸 알고 그런 걸까?
아니면 단순히 단발이 얘길 했단 사실이 쑥이에게 죄책감으로 작용해 가위 눌리는 순간 스스로 환상을 만들어낸 걸까.
나는 왠지 단발이가 자기 얘길 한 걸 알고 문자를 보려고 했던 것만 같음.
나는 아지와 겨미를 우리방에 잘 데려오지 않았었음.
음기가 차고 넘치는 곳이니깐.
쑥이와 내가 가위 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음.
그러나 딱 한 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지가 내방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음
그 날 겨미의 조별과제 땜에 겨미 학과 친구들 4명 정도가 아겨(아지와 겨미) 방에 와있었기 때문임.
같은 과인 나와 아지는 먼저 간식거리를 사들고와 우리방에서 쑥이를 기다리며 교수님들을 씹으... 아니아니 언급하며 폭풍수다를 떨었고,
쑥이까지 합류해서 무도를 시청하고 있었음.
(그 방에 살며 친구들 다음으로 고마운 분들이 무도 멤버들과 김태호 PD 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깨알같죠잉???????)
서로 손톱과 밥톱에 메니큐어를 칠해주며 그렇게 우리는 즐거운 한때를 보냈음.
무슨 일이 일어날 줄도 모른 채.
아겨방에선 조별과제가 늦어져 친구들까지 다섯명이 밤새 과제를 한다고 하여 그냥 우리방에서 셋이 자기로 했음.
물론 불은 키고!!
내 몸부림을 생각해 큰 걸 샀지만 어쨋든 2인용으로 나온 내 소중한 라텍스 매트에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 두 명과 합이 셋이 옹기종이 끼여 살을 부비며 도란도란 얘기를 하다가 밤이 깊은 시각..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스르르 잠이 들었음.
누워서 한참을 꿀잠에 빠져있었던 것 같음.
벽에 걸어두었던 벽시계의 초바늘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면서 나는 가위에 눌렸음.
내가 바닥으로 한없이 빨려들어갔고 끝도 없는 나락으로 끌려들어가는 느낌이었음.
혹시 이런 가위 느껴보신분 있음? 진짜 무서운 것 같음.
땅속 깊이 내가 빨려들어가는 이러다 이 세상에서 내가 사라질 것 같은? 그런 공포.
점점 더 깊이 내 몸이 빨려들어갔음.
방에서 끼이익 소리나 들으며 '지 방인줄 아나' 생각하고,
달그락 거리면 내 책상에서 '뭘 저렇게 탐을 내나' 생각하고,
현관등 센서불 깜빡거리게 하면 '죽순이 났네' 하면 되는 거임.
그냥 단발이가 폴짝폴짝 뛰어다닐 때가 행복했음.
무서워도 그냥 가만히...있으면 됐잖슴..
모른척 자는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남몰래 식은땀이나 흘리면 되잖슴..
그런데 달랐음.
이 가위는 정말 달랐음.
이건 막 빨려들어가고 떨어지는 느낌이라 본능적으로 버둥거릴 수밖에 없었고 깨어나기 위해 있는 힘껏 용을 썼음.
반응하지 말라던 그 점쟁이 말을 들었어야 했음.
단발이가 바로 내 얼굴을 덮쳤음.
나를 바닥에 박아버릴 기세로 손톱에 날을 세워 내 얼굴을 짖눌렀고 나는 견디다 못해 또 소리를 질렀지만 당연하게도 그 어떤 미세한 소리도 새어나가지 않았음.
잘 버티고 잘 견디고 있던 나는 그 날 와르르 무너져 내린 것임.
내 옆 왼쪽에서 자던 쑥이가 화장실로 들어가 씻는 소리가 들렸고,
내 오른쪽에선 아지가 잠꼬대 하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지만 나는 단발이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음
그렇게 사투를 벌이다가 나는 갑자기 팍 하고 깨어났음.
바로 몸을 일으켜 세워 앉았고, 여전히 화장실 안에서 나는 물소리를 듣고 나는 내가 단지 꿈을 꾼 것만은 아니란 걸 깨달았고,
쑥이가 나오면 스벅가자고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 스벅가자 → 무서워) 아지를 돌아봤더니
아지는 날보며 가지뭐하지? 라고 말했음.
(*가지뭐하지? → 가위눌렸어)
아지 말을 듣고 놀라서 내가 입벌리고 멍때리는 사이 화장실에서 씻고 나온 쑥이가 날보더니 눈위가 왜 그러냐고 물었음.
왜?하며 거울을 보니
눈 위, 눈썹 바로 아래 긁힌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음.
그냥 빨갛게 된 게 아닌 생채기라 그러나?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하아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태어나서 제일 무서웠던 순간임.
가위를 눌려왔어도 여태까지 직접적인 상해나 가위의 흔적은 없었음.
단지 정신적인 고통이었을 뿐.
근데 이게 웬말임.
진짜 진짜 진짜 소름이 온몸을 뚫고 나왔고 아, 이러다 정말 큰일나겠구나 라는 걸 온몸으로 느꼈음.
놀란 우리는 신발만 신은 채 방을 나와 방에서 최대한 빨리 가능한 멀리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음.
발걸음을 재촉해 30분 가량을 셋이서 나란히 손잡고 도착한 곳은 우리학교 공대 건물 앞.
등나무 밑에 나무 테이블과 나무 벤치가 있는 곳이 있음.
우리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앉았고 우리 셋중 아지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음.
"야... 내 가위눌렸다..
오늘은 나인가 봐! 나 처음 거기서 자서 그런 건가..ㅜ
한참 자다가 몸이 굳은 느낌을 받아가지고 깜짝 놀래서 깼거든.
그니까.. 잠에서 깬 거 같은데 몸이 안 움직여지는 거야.
접때 말했잖아. 고3때 가위 눌려 본적 있었다고.
그 때는 삐~소리들리고 그냥 몸만 안 움직였었거든.
근데 얼굴을 막 머리카락이 간질간질 거리는 느낌이 나는 거야.
막 움직이고 싶어서 몸부림치면서 막 욕했거든.
한참 그러다가 팍 움직여서 깼다..
아 진짜 이렇게 무섭게 가위눌린 거 처음이다........
아직도 소름끼친다 진짜..."
아지 말 들으면서 입을 떡떡 벌리던 쑥이가 말을 이어받았음.
"야 진짜 대박이다
나도 오늘 가위 눌렸는데!!
나도나도 단발이가 내 얼굴 머리카락으로 간질였거든.
막막 내 얼굴 위로 지얼굴을 이렇게 들이밀면서 입을 씰룩거리다가 내 이마랑 머리에 침을 질질 흘리는 거야.
*그림이를 주의!!!
3
2
1

완전 용써서 깨서 보니까 진짜 침이 묻어 있진 않았어.
근데 그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 화장실 들어가서 세수하고 머리감았다...
아 진짜 대박 너무 무섭다..
후리 니도 말해봐라 눈 위에 상처 뭔데..
아프겠다!! 안따갑나ㅜ"
나도 쑥이와 아지에게 내 '수렁가위'에 대해 설명했고 우리 셋은 패닉에 빠졌고,
그 날은 도저히 입맛이 없어서 3끼만 먹었음 훗
내가 이전 판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그 방에서 살기 시작한 후로 우울 증세가 있었음.
너무 외롭고 고독하고 내가 여기서 뭘하나.. 난 지금 행복한가..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 당시 극단적으로 살기 싫다 까지도 생각했었음.
별 다른 이유없이 그냥 그랬음.
신품 의리돋고 미모쩌는 내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놀 땐 잠깐잠깐 웃긴 했지만, 눈에 띄게 말수가 줄어가고 표정은 침울했으며 열심히 보약을 챙겨먹었음에도 살은 쏙쏙 빠져만 갔고 결국 40키로를 찍었음.
친구들은 내가 안으로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여 걱정했고 나는 더욱더 움츠러 들어만 갔음.
난 평생 그래본 적이 없음! 절대 없고! 아주 없음! 언제나 신이 남.
인생이 늘 즐겁던 나였어서 그런지 그런 내 기분이 몹시 이질적이었고 그래서 그런 내 모습이 스스로도 싫어 더욱 우울해져만 갔음..
점점 피폐해져만 가던 나 때문에 쑥이 아지 겨미는 늘 나를 옆에 꼭 끼고 다녔으며 함께 발품팔며 괜찮은 방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녔음.
기숙사 방에서 그런 일를 겪고 나니 그냥 "방" 이라는 곳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 경계심이 생겨서인지 나는 어느 방을 가도 탐탁치 않았고 가본 곳 중 몇몇은 심하게 한기가 들며 느낌이 너무 좋지 않았음.
숙사방에서 내가 얻은 건 본능과 육감이었음.
우리에겐 들어가기만 해도 행복해지고 어두운 기운이 절대 침범 할 수 없을 것 같은 화사한 집이 필요했음.
그리고 며칠동안 플랫슈즈 밑창이 다 떨어질 때까지 돌아다닌 끝에 나는 내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발견했음.
신축이었고 창이 아주 커서 하루종일 해가 잘들어 밝은 집이었고, 그곳엔 행복해 질 것 같은 기분 좋은 설렘?이 있었음 유후~!
엄만 원래 어릴적부터 나를 가두리 양식했고 외박은 절대 네버엔딩 금지였음.
합법적으로 내가 외박할 수 있는 때는 수학여행..기간 그 뿐이었음.
엄만 내가 안전이 보장되는 기숙사에 있길 바라셨고 1학년 때부터 쭈~욱 기생(기숙사 생활) 하며 엄마대신 날 조여와 줄 사감님을 고마워하셨음 -_-
그치만 내 모습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으셨는지 결국 울 엄마가 내 자취생활에 적극적이셨음ㅋㅋㅋ
입주는 6월 말쯤으로 계약을 하고 도와준 친구들과 함께 갈매기살을 냠냠쩝쩝 먹고 몹시 들뜬 상태로 기숙사로 갔음.
나는 곧 나간다는 생각에 살짝 상기되어 있었고 한껏 우울하던 기분도 나아가는 듯 했음.
그 날 저녁.
유별나게 내 책상을 다 쓸어버리 듯이 뭔가를 찾는, 미친 듯이 뒤지는!!
단발이의 횡포와 가위눌림에도 난 곧 나간다..나간다...하며 그냥 잠이 들 수 있었음.
내 해석을 하나 붙이자면, 그래서 억지를 한 번 부려보자면 계약서를 찾아 책상을 뒤집어 엎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음.
계약서는 쑥이 가방에 있었는데 말이지. 바보야.
(단발이 너말고. 쑥이말야. 왜 계약서를 구겨지게 가방에 넣어놨을까. 아하ㅏㅏ하하하하하핳ㅎ하하하하ㅏ하하)
그리고 그 주 주말 우리 넷은 학교 주위를 벗어나 유흥의 거리로 나가 바에서 칵테일을 한 잔씩 하기로 했고 한 껏 치장을 하고 간만에 하이힐도 신고.(신어도 165 -_-) 온돈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계단을 내려갔음.
앞서가던 나는 멀쩡한 계단에서 발을 헛딛은듯 발을 쑥 잡아당기는 기분과 함께 계단에서 무방비 상태로 넘어졌고 내 오른쪽 중지 손가락은 부상을 입고 말아씀.
너무 아프다며 나는 우앙 울었고 바로 콜택시를 불러 응급실로 갔음.
손가락 마디가 시간이 지날수록 퉁퉁부어 오르며 자주색이 되어갔음..
응급실 훈훈한 의사선생님께선 골절은 아닌 것 같지만 인대를 다쳤을 수도 있다며 다음 날 정밀검사를 받으러 오라셨고 손가락 모형의 받침대?로 중지 손가락을 고정시켜 주셨음.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며, 학교 근처의 조그만 바에 가서 칵테일을 사겠다고 했지만 내 칭구들은 아니라며!! 역시 술은 버터구이 오징어와 함께 긱사방에서 츄리닝 바지입고 먹는 게 제일 맛있다며!!!!! 실망한 기색 하나없이 편의점 매상을 팍팍 올려주고는 다시 기숙사로 향했음..
우리는 예쁘게 꽃단장한 채로 안경을 끼고,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머리는 돌돌알아 집게로 집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캔맥주를 먹었음.
그 날은 가위에 눌리지 않은 채로 술배를 톡톡 두드리며 미소를 머금고 아겨방에서 쿨쿨 잤지만
대신,
아침에 눈을 뜨고는 아 그 때 그 꿈이 이거였나..? 하며 깨달은 것이 있음.
그 꿈은 바로_ 4월
내가 엠티를 떠나고 쑥이가 혼자 단발이 모습을 보고 정신이 혼미해져가는 와중에 나에게 전화를 걸었을 그 시간대 쯤.
나는 꿈을 꾸었었음. 기억나심??
내 오른쪽 중지 손가락을 볼펜으로 마구마구 내리 찍었던 꿈.(3편)
그리고 그 다음 날은
이빨을 손톱으로 '타라라락타라라락' 치며 나를 소름끼치게 했던 꿈.
그리고 한 달여가 지난 뒤.
오른쪽 중지 손가락을 다쳤고, 그보다 일찍 쑥이는 앞니 두개를 다쳐 신경치료을 했었음.
쑥이가 다쳤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으나 내가 손가락이 꺾여 다치고 보니 뭔가 그꿈와 연관되어 있다는 직감이 든 것임.
나는 내 의문을 풀기 위해 쇼핑가자고 했고,
(* 쇼핑가자 → 할말있어)
밖으로 나가 학교 내 농구코트 옆 벤치에 앉아 나의 의견을 표출했음.
우연일 수도 있다.
단순한 예지몽일 수도 있다.
그런 꿈을 꿔서 데자뷰가 발생한 것이다.
등등 여러가지 심리학 학도 못지 않게 우린 떠들어 댔고 역시나 결론은 없었음.
늘 추측할 뿐 우리에게 남는 건 항상 의문점 뿐이었음.
그렇게 우리 넷의 우정이 돈독해져 갈수록 단발이의 집착과 가위의 세기는 심해져만 갔고 점점 그 방을 등한시하고 있을 즈음에 우리는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기 전 주말에 다들 고향으로 출똥했음!!!!!!!
판 후리총 님
아침이 채 되기도 전에 우린 아지방의 방문을 두드렸고 확실히 날이 밝아 올 때까지 모두 깨어 서로 애드립을 날림.
그 기숙사 내에선 단발이 얘길 하지 않는 걸로 묵언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우린 보란 듯이 신나게 놀았음.
#. 이제 원래의 글쓴이 시점으로 돌아옵니다 레드썬!
과연 단발이는 그 날 쑥이가 기숙사 방에서 나에게 본인 얘긴했던 걸 알고 그런 걸까?
아니면 단순히 단발이 얘길 했단 사실이 쑥이에게 죄책감으로 작용해 가위 눌리는 순간 스스로 환상을 만들어낸 걸까.
나는 왠지 단발이가 자기 얘길 한 걸 알고 문자를 보려고 했던 것만 같음.
나는 아지와 겨미를 우리방에 잘 데려오지 않았었음.
음기가 차고 넘치는 곳이니깐.
쑥이와 내가 가위 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음.
그러나 딱 한 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지가 내방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음
그 날 겨미의 조별과제 땜에 겨미 학과 친구들 4명 정도가 아겨(아지와 겨미) 방에 와있었기 때문임.
같은 과인 나와 아지는 먼저 간식거리를 사들고와 우리방에서 쑥이를 기다리며 교수님들을 씹으... 아니아니 언급하며 폭풍수다를 떨었고,
쑥이까지 합류해서 무도를 시청하고 있었음.
(그 방에 살며 친구들 다음으로 고마운 분들이 무도 멤버들과 김태호 PD 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깨알같죠잉???????)
서로 손톱과 밥톱에 메니큐어를 칠해주며 그렇게 우리는 즐거운 한때를 보냈음.
무슨 일이 일어날 줄도 모른 채.
아겨방에선 조별과제가 늦어져 친구들까지 다섯명이 밤새 과제를 한다고 하여 그냥 우리방에서 셋이 자기로 했음.
물론 불은 키고!!
내 몸부림을 생각해 큰 걸 샀지만 어쨋든 2인용으로 나온 내 소중한 라텍스 매트에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 두 명과 합이 셋이 옹기종이 끼여 살을 부비며 도란도란 얘기를 하다가 밤이 깊은 시각..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스르르 잠이 들었음.
누워서 한참을 꿀잠에 빠져있었던 것 같음.
벽에 걸어두었던 벽시계의 초바늘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면서 나는 가위에 눌렸음.
내가 바닥으로 한없이 빨려들어갔고 끝도 없는 나락으로 끌려들어가는 느낌이었음.
혹시 이런 가위 느껴보신분 있음? 진짜 무서운 것 같음.
땅속 깊이 내가 빨려들어가는 이러다 이 세상에서 내가 사라질 것 같은? 그런 공포.
점점 더 깊이 내 몸이 빨려들어갔음.
방에서 끼이익 소리나 들으며 '지 방인줄 아나' 생각하고,
달그락 거리면 내 책상에서 '뭘 저렇게 탐을 내나' 생각하고,
현관등 센서불 깜빡거리게 하면 '죽순이 났네' 하면 되는 거임.
그냥 단발이가 폴짝폴짝 뛰어다닐 때가 행복했음.
무서워도 그냥 가만히...있으면 됐잖슴..
모른척 자는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남몰래 식은땀이나 흘리면 되잖슴..
그런데 달랐음.
이 가위는 정말 달랐음.
이건 막 빨려들어가고 떨어지는 느낌이라 본능적으로 버둥거릴 수밖에 없었고 깨어나기 위해 있는 힘껏 용을 썼음.
반응하지 말라던 그 점쟁이 말을 들었어야 했음.
단발이가 바로 내 얼굴을 덮쳤음.
나를 바닥에 박아버릴 기세로 손톱에 날을 세워 내 얼굴을 짖눌렀고 나는 견디다 못해 또 소리를 질렀지만 당연하게도 그 어떤 미세한 소리도 새어나가지 않았음.
잘 버티고 잘 견디고 있던 나는 그 날 와르르 무너져 내린 것임.
내 옆 왼쪽에서 자던 쑥이가 화장실로 들어가 씻는 소리가 들렸고,
내 오른쪽에선 아지가 잠꼬대 하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지만 나는 단발이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음
그렇게 사투를 벌이다가 나는 갑자기 팍 하고 깨어났음.
바로 몸을 일으켜 세워 앉았고, 여전히 화장실 안에서 나는 물소리를 듣고 나는 내가 단지 꿈을 꾼 것만은 아니란 걸 깨달았고,
쑥이가 나오면 스벅가자고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 스벅가자 → 무서워) 아지를 돌아봤더니
아지는 날보며 가지뭐하지? 라고 말했음.
(*가지뭐하지? → 가위눌렸어)
아지 말을 듣고 놀라서 내가 입벌리고 멍때리는 사이 화장실에서 씻고 나온 쑥이가 날보더니 눈위가 왜 그러냐고 물었음.
왜?하며 거울을 보니
눈 위, 눈썹 바로 아래 긁힌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음.
그냥 빨갛게 된 게 아닌 생채기라 그러나?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하아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태어나서 제일 무서웠던 순간임.
가위를 눌려왔어도 여태까지 직접적인 상해나 가위의 흔적은 없었음.
단지 정신적인 고통이었을 뿐.
근데 이게 웬말임.
진짜 진짜 진짜 소름이 온몸을 뚫고 나왔고 아, 이러다 정말 큰일나겠구나 라는 걸 온몸으로 느꼈음.
놀란 우리는 신발만 신은 채 방을 나와 방에서 최대한 빨리 가능한 멀리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음.
발걸음을 재촉해 30분 가량을 셋이서 나란히 손잡고 도착한 곳은 우리학교 공대 건물 앞.
등나무 밑에 나무 테이블과 나무 벤치가 있는 곳이 있음.
우리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앉았고 우리 셋중 아지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음.
"야... 내 가위눌렸다..
오늘은 나인가 봐! 나 처음 거기서 자서 그런 건가..ㅜ
한참 자다가 몸이 굳은 느낌을 받아가지고 깜짝 놀래서 깼거든.
그니까.. 잠에서 깬 거 같은데 몸이 안 움직여지는 거야.
접때 말했잖아. 고3때 가위 눌려 본적 있었다고.
그 때는 삐~소리들리고 그냥 몸만 안 움직였었거든.
근데 얼굴을 막 머리카락이 간질간질 거리는 느낌이 나는 거야.
막 움직이고 싶어서 몸부림치면서 막 욕했거든.
한참 그러다가 팍 움직여서 깼다..
아 진짜 이렇게 무섭게 가위눌린 거 처음이다........
아직도 소름끼친다 진짜..."
아지 말 들으면서 입을 떡떡 벌리던 쑥이가 말을 이어받았음.
"야 진짜 대박이다
나도 오늘 가위 눌렸는데!!
나도나도 단발이가 내 얼굴 머리카락으로 간질였거든.
막막 내 얼굴 위로 지얼굴을 이렇게 들이밀면서 입을 씰룩거리다가 내 이마랑 머리에 침을 질질 흘리는 거야.
*그림이를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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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용써서 깨서 보니까 진짜 침이 묻어 있진 않았어.
근데 그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 화장실 들어가서 세수하고 머리감았다...
아 진짜 대박 너무 무섭다..
후리 니도 말해봐라 눈 위에 상처 뭔데..
아프겠다!! 안따갑나ㅜ"
나도 쑥이와 아지에게 내 '수렁가위'에 대해 설명했고 우리 셋은 패닉에 빠졌고,
그 날은 도저히 입맛이 없어서 3끼만 먹었음 훗
내가 이전 판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그 방에서 살기 시작한 후로 우울 증세가 있었음.
너무 외롭고 고독하고 내가 여기서 뭘하나.. 난 지금 행복한가..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 당시 극단적으로 살기 싫다 까지도 생각했었음.
별 다른 이유없이 그냥 그랬음.
신품 의리돋고 미모쩌는 내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놀 땐 잠깐잠깐 웃긴 했지만, 눈에 띄게 말수가 줄어가고 표정은 침울했으며 열심히 보약을 챙겨먹었음에도 살은 쏙쏙 빠져만 갔고 결국 40키로를 찍었음.
친구들은 내가 안으로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여 걱정했고 나는 더욱더 움츠러 들어만 갔음.
난 평생 그래본 적이 없음! 절대 없고! 아주 없음! 언제나 신이 남.
인생이 늘 즐겁던 나였어서 그런지 그런 내 기분이 몹시 이질적이었고 그래서 그런 내 모습이 스스로도 싫어 더욱 우울해져만 갔음..
점점 피폐해져만 가던 나 때문에 쑥이 아지 겨미는 늘 나를 옆에 꼭 끼고 다녔으며 함께 발품팔며 괜찮은 방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녔음.
기숙사 방에서 그런 일를 겪고 나니 그냥 "방" 이라는 곳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 경계심이 생겨서인지 나는 어느 방을 가도 탐탁치 않았고 가본 곳 중 몇몇은 심하게 한기가 들며 느낌이 너무 좋지 않았음.
숙사방에서 내가 얻은 건 본능과 육감이었음.
우리에겐 들어가기만 해도 행복해지고 어두운 기운이 절대 침범 할 수 없을 것 같은 화사한 집이 필요했음.
그리고 며칠동안 플랫슈즈 밑창이 다 떨어질 때까지 돌아다닌 끝에 나는 내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발견했음.
신축이었고 창이 아주 커서 하루종일 해가 잘들어 밝은 집이었고, 그곳엔 행복해 질 것 같은 기분 좋은 설렘?이 있었음 유후~!
엄만 원래 어릴적부터 나를 가두리 양식했고 외박은 절대 네버엔딩 금지였음.
합법적으로 내가 외박할 수 있는 때는 수학여행..기간 그 뿐이었음.
엄만 내가 안전이 보장되는 기숙사에 있길 바라셨고 1학년 때부터 쭈~욱 기생(기숙사 생활) 하며 엄마대신 날 조여와 줄 사감님을 고마워하셨음 -_-
그치만 내 모습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으셨는지 결국 울 엄마가 내 자취생활에 적극적이셨음ㅋㅋㅋ
입주는 6월 말쯤으로 계약을 하고 도와준 친구들과 함께 갈매기살을 냠냠쩝쩝 먹고 몹시 들뜬 상태로 기숙사로 갔음.
나는 곧 나간다는 생각에 살짝 상기되어 있었고 한껏 우울하던 기분도 나아가는 듯 했음.
그 날 저녁.
유별나게 내 책상을 다 쓸어버리 듯이 뭔가를 찾는, 미친 듯이 뒤지는!!
단발이의 횡포와 가위눌림에도 난 곧 나간다..나간다...하며 그냥 잠이 들 수 있었음.
내 해석을 하나 붙이자면, 그래서 억지를 한 번 부려보자면 계약서를 찾아 책상을 뒤집어 엎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음.
계약서는 쑥이 가방에 있었는데 말이지. 바보야.
(단발이 너말고. 쑥이말야. 왜 계약서를 구겨지게 가방에 넣어놨을까. 아하ㅏㅏ하하하하하핳ㅎ하하하하ㅏ하하)
그리고 그 주 주말 우리 넷은 학교 주위를 벗어나 유흥의 거리로 나가 바에서 칵테일을 한 잔씩 하기로 했고 한 껏 치장을 하고 간만에 하이힐도 신고.(신어도 165 -_-) 온돈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계단을 내려갔음.
앞서가던 나는 멀쩡한 계단에서 발을 헛딛은듯 발을 쑥 잡아당기는 기분과 함께 계단에서 무방비 상태로 넘어졌고 내 오른쪽 중지 손가락은 부상을 입고 말아씀.
너무 아프다며 나는 우앙 울었고 바로 콜택시를 불러 응급실로 갔음.
손가락 마디가 시간이 지날수록 퉁퉁부어 오르며 자주색이 되어갔음..
응급실 훈훈한 의사선생님께선 골절은 아닌 것 같지만 인대를 다쳤을 수도 있다며 다음 날 정밀검사를 받으러 오라셨고 손가락 모형의 받침대?로 중지 손가락을 고정시켜 주셨음.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며, 학교 근처의 조그만 바에 가서 칵테일을 사겠다고 했지만 내 칭구들은 아니라며!! 역시 술은 버터구이 오징어와 함께 긱사방에서 츄리닝 바지입고 먹는 게 제일 맛있다며!!!!! 실망한 기색 하나없이 편의점 매상을 팍팍 올려주고는 다시 기숙사로 향했음..
우리는 예쁘게 꽃단장한 채로 안경을 끼고,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머리는 돌돌알아 집게로 집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캔맥주를 먹었음.
그 날은 가위에 눌리지 않은 채로 술배를 톡톡 두드리며 미소를 머금고 아겨방에서 쿨쿨 잤지만
대신,
아침에 눈을 뜨고는 아 그 때 그 꿈이 이거였나..? 하며 깨달은 것이 있음.
그 꿈은 바로_ 4월
내가 엠티를 떠나고 쑥이가 혼자 단발이 모습을 보고 정신이 혼미해져가는 와중에 나에게 전화를 걸었을 그 시간대 쯤.
나는 꿈을 꾸었었음. 기억나심??
내 오른쪽 중지 손가락을 볼펜으로 마구마구 내리 찍었던 꿈.(3편)
그리고 그 다음 날은
이빨을 손톱으로 '타라라락타라라락' 치며 나를 소름끼치게 했던 꿈.
그리고 한 달여가 지난 뒤.
오른쪽 중지 손가락을 다쳤고, 그보다 일찍 쑥이는 앞니 두개를 다쳐 신경치료을 했었음.
쑥이가 다쳤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으나 내가 손가락이 꺾여 다치고 보니 뭔가 그꿈와 연관되어 있다는 직감이 든 것임.
나는 내 의문을 풀기 위해 쇼핑가자고 했고,
(* 쇼핑가자 → 할말있어)
밖으로 나가 학교 내 농구코트 옆 벤치에 앉아 나의 의견을 표출했음.
우연일 수도 있다.
단순한 예지몽일 수도 있다.
그런 꿈을 꿔서 데자뷰가 발생한 것이다.
등등 여러가지 심리학 학도 못지 않게 우린 떠들어 댔고 역시나 결론은 없었음.
늘 추측할 뿐 우리에게 남는 건 항상 의문점 뿐이었음.
그렇게 우리 넷의 우정이 돈독해져 갈수록 단발이의 집착과 가위의 세기는 심해져만 갔고 점점 그 방을 등한시하고 있을 즈음에 우리는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기 전 주말에 다들 고향으로 출똥했음!!!!!!!
판 후리총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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