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지가 날아 네 어깨에 앉았다
순간 저 먼지라도 되고 싶었던
내가 너무도 한심스러웠으나
생각해보니 이미 네게 나는
한 올의 먼지일테니 상관없겠구나, 싶었다
서덕준 / 먼지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사랑밖에 없다
그것이 대답이었고, 그 문장을 마침내 말로 꺼내 얘기하기 오래 전부터
이미 나는 그 대답을 알고 있었음에 틀림 없다
모니카 마론 / 슬픈 짐승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흔하디 흔한 것
동시에
최고의 것
가로되 사랑이더라
고은 / 순간의 꽃

조금 두터워지고 조금 무뎌지기로 한다
모든 말들을 일일이 다 가슴에 담아두었다가는
수리가 불가능한 고장이 날 테니까 너무 애쓰지 않기로 한다
스물 네시간 마음을 가동시키다 보면
언젠가 바닥이 날 테니까
황경신 / 생각이 나서

미리 말을 해주었으면 좋았을 거다
사랑이 고프고 사랑에 목이 마르다고 미리 말로 해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냥 떠나버리지 말고 먼저 말을 해주었다면 나에겐 기회가 되었을 텐데
사랑을 지킬 수 있는 기회
그를 지키기 위하여 나는 무엇이든 했을 것이다
사랑에 목이 말라 그는 시들었고 나는 너무 늦어버렸다
화분에 물을 주며 나는 미안하다, 미안하다 했다
시들어버린 초록에게, 목이 말라 시들어 떠나버린 사랑에게
하지만 미안함은 너무 늦었고 사랑은 멀어진 다음이었다
정현주 / 거기, 우리가 있었다

살면서 당연한 것에 대한 감사함을
많이 잊고 사는 것 같다
나에게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던 일이
누군가에게는 누릴 수 없는 행복일지도 모르는데…….
당연한 것에 더더욱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편덕환 / 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모든 관계의 출발은 자기 자신이다
자기 존중으로부터 타인에 대한 존중도, 타인에 대한 사랑도 나온다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관계가 시작된다
편덕환 / 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기억의 단층을 발굴하다
지나온 삶의 풍경이 켜켜이 쌓인 추억은
경험으로 감각화된 세계이자 시간이다
강렬한 기억이 마음의 몸에 파랗게 문신을 새긴다
세월이 흐르고 새로운 기억들이 덮인다
어느날 문득, 그것을 들춘다
그렇기에 추억은 기억에의 그리움이다
그립지 아니한데 추억으로 남겨질 리 없다
추억은 기억의 무게를 떠받치는 동안 변이를 일으킨다
경험된 첫 순간에 감정이라는 미생물과 만나 자신을 둔갑한다
만일, 온전한 기억의 민낯과 마주해야 한다면
우리는 추억이라 불리는 것을 추억하지 않을지 모른다
추억은 애틋한 되새김이자 이룰 수 없었던,
혹은 다가서지 못한 아쉬움이다
그렇기에 추억의 몸은 가녀리고 애잔하기까지 하다
다시는 돌아갈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그리움이기에 그러하다
김기연 / 단어의 귓속말

다시 빙하기가 찾아온다고 해도 우리는 사랑을 잃으면 안 된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만큼 당신을 뜨겁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박후기 / 나에게서 내리고 싶은 날

모든 빛은 전부 네게로 향하고
꽃가루와 온갖 물방울들은 너를 위해서 계절을 연주하곤 해
모든 비와 강물은 너에게 흐르고 구름이 되고
다시금 나를 적시는 비로 내려와
모든 꽃잎과 들풀, 그리고 은빛과 금빛의 오로라는
세상이 너를 표현할 수 있는 수많은 빛깔이야
밤이면 네가 하늘을 잔뜩 수놓는 바람에 나는 아득하여
정신을 잃곤 하지
아,
세상에 너는 참 많기도 하다
서덕준 / 세상의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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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들은 왜 시도때도없이 이러는건지 궁금한 달글(아님)